방송에 나와 '자백'했지만…'제주 변호사 살인사건' 공모 피고인 무죄
방송에 나와 '자백'했지만…'제주 변호사 살인사건' 공모 피고인 무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자백 취지의 인터뷰
재판에 넘겨지자 "리플리 증후군" 혐의 부인
법원 "의심 들지만 증거 부족"…PD 협박 혐의만 유죄

제주의 미제사건인 '제주 변호사 살인사건'과 관련해 범행을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이 살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지난 1999년 11월, 검사 출신의 변호사가 제주 도심지 한복판에서 살해당했다. 당시 경찰은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7개 팀 약 40명으로 전담 수사팀을 꾸렸지만, 범인을 잡지 못했다. 1년 뒤 수사본부도 해체되며 지난 22년간 제주의 대표적인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그런데 이 사건이 다시 한번 미궁에 빠지며 '영구미제'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 방송에 출연해 '살인 교사' 자백 취지의 주장을 한 A(56)씨가 1심에서 살인 무죄를 선고받으면서다. 당시 A씨는 공소시효를 착각해 해당 인터뷰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씨는 경찰의 재수사 끝에 구속된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6월,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제보자'로 출연했다. 당시 그는 조직폭력배 두목의 지시를 받고, 동료를 시켜 살해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범행에 사용된 것과 비슷한 모양의 흉기를 직접 그려서 제작진에게 보여줬고, 피해자의 이동 동선과 골목의 가로등이 꺼진 정황까지 자세히 설명하면서다.

당시 A씨는 방송에 출연한 이유로 "유족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재판에 넘겨지자, A씨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리플리 증후군이 있다. 살인에 가담하지 않았고, 방송 촬영 당시 부풀려서 이야기한 것일 뿐이다."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은 타인에게 거짓말을 일삼다 결국 자신마저 속이고 환상 속에서 살게 되는 유형의 인격 장애를 뜻한다.
이런 주장에 대해 검찰은 "의학적 근거 없는 독자적 주장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A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했다. "방송에서 A씨가 한 진술은 범인만 알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일부 발언은 당시 경찰도 몰랐던 내용"이라고 맞받아치면서다.
하지만 법원의 선택은 '살인 무죄'였다. 1심을 맡은 제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지난 17일 살인 혐의에 대해 "검찰의 공소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며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장 부장판사도 "A씨 스스로 범행도구를 묘사하는 등 이 사건 범행에 깊숙이 관여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밝히긴 했다. 하지만 결국 "검사가 제시한 증거는 상당 부분 가능성에 대한 추론에 의존한 것"이라며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 이유로 장 부장판사는 "피해자는 검찰 출신에 변호인으로 활동하고 있었다"며 "A씨가 위험을 감수해가면서까지 피해자를 살해할 용의가 있어야 하는데, 관련된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이어 "채택된 증거를 모두 살펴보더라도, A씨가 살인 지시를 받았다는 것 등에 대한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일부 공소사실은 검사의 추론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A씨는 해당 방송국 PD를 협박한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1심 선고 결과에 대해 "판결문 전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항소심(2심)을 통해 범죄사실을 충분히 입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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