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때 “재산분할을 덜 해 주는 대신 양육비 받지 않겠다”고 합의…법적 효력 있나?
이혼 때 “재산분할을 덜 해 주는 대신 양육비 받지 않겠다”고 합의…법적 효력 있나?
합의서에 양육비 포기 조항 넣어도, 추후 경제 사정변경 등을 이유로 양육비 청구 가능
가급적 재산분할 제대로 받고 경제 사정에 맞게 양육비 지급하는 게 좋아

이혼 협의 중인 A씨에게 상대방이 "양육비를 받지 않을 테니 재산분할 때 조금 덜 가져 가라"고 제안했다. 어찌하는 게 좋을까?/ 셔터스톡
남편과 이혼을 협의 중인 전업주부 A씨에게 자녀 양육권을 갖기로 한 한 남편이 그럴듯한 제안을 해 왔다. “A씨의 소득이 없으므로 양육비를 받지 않을 테니, 대신 재산분할 때 조금 덜 가져가라”는 것이었다.
A씨로서는 일단 나쁘지 않은 조건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한 가지 우려되는 게 있다. 혹시 상대방이 나중에 양육비를 청구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위험을 줄이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A씨가 변호사에게 자문했다.
변호사들은 양육비를 주지 않는 대신에 재산분할을 덜 받는 식의 합의는 그 법적 효력을 보장받을 수 없다고 말한다. 합의서가 있어도 추후 경제 사정 변동을 이유로 양육비를 청구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유안 김용주 변호사는 “A씨 부부가 지금 합의한다 해도, 추후 양육비 지급이 필요한 사정변경이 생기면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조정이혼 과정에서 조정조서에 양육비 포기 조항을 넣는다고 해도, 병원비 등으로 예상치 못한 수준으로 자녀 양육비가 증가하거나 경제 사정변경으로 양육자의 소득이 급격히 줄어든 때에는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변호사들은 다만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합의서 작성 때 조금 더 신경 쓸 수는 있다고 조언한다.
법무법인 에스알 고순례 변호사는 “재산분할을 포기하는 대신에 양육비를 안 받는 경우엔 단지 그렇게만 표현해서는 안 된다”며 “‘재산분할금이 얼마이고 양육비는 얼마인데 이 둘을 상계 처리한다’는 식의 구체적인 표현이 있어야 하고, 그런 내용의 합의서도 작성해야 한다”고 했다.
고 변호사는 “그래서 법원에서 조정조서에 ‘재산분할을 고려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한다’, ‘나중에 어떠한 이유로든 양육비를 청구하지 않는다’는 등의 문구를 기재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더라도 상대방이 A씨에게 추후 양육비를 청구하는 일이 전혀 없을 것이란 보장은 할 수 없다고 변호사들은 말한다.
법무법인 인헌 박선하 변호사는 “협의서나 조정조서에 양육비의 지급에 갈음해 재산분할금을 상당 금액 깎는다는 내용을 명확히 기록해 둔 경우에도, 이후에 상황이 변했다면서 양육비 변경 심판이 들어오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조정이혼으로 진행하는 경우 상대방이 추후 양육비를 청구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재산분할에 반영한다는 조항을 적시해 주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양육비를 일평생 청구해오지 못한다는 보장은 없다”며 “양육비는 자녀를 위하여 쓰이는 돈이기 때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따라서 변호사들은 가급적 재산분할을 정상적으로 받고, 경제 사정에 맞는 적절한 양육비를 지급하는 방안을 추천한다.
법무법인 대진 이동규 변호사는 “소득이 없으면 양육비가 많이 나오지 않으니 A씨는 가급적 재산분할을 제대로 받고 양육비를 지급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한다.
그는 “재산분할은 추후 시간이 지나면 청구할 수 없지만, 양육비는 사정변경에 따라 청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고순례 변호사도 “재산분할 받을 것이 있다면 재산분할을 받고, 양육비는 본인의 수입이 없는 점을 고려해 월 20만 원 정도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