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누티비 운영자, 항소했다가 '역풍'…징역 3년→4년 6개월로 증형
누누티비 운영자, 항소했다가 '역풍'…징역 3년→4년 6개월로 증형
5조원 피해 누누티비
항소했다가 형량만 늘어난 누누티비

누누티비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 운영자가 항소심에서 예상을 뒤엎는 결과를 맞이했다.
징역 3년이 무겁다며 제기한 항소가, 오히려 징역 4년 6개월이라는 더 큰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형량을 줄여보려던 시도가 도리어 1년 6개월의 수감 생활을 더하는 최악의 수로 남게 됐다. 피고인 혼자 항소했다면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형량이 늘어날 수 없었겠지만, “형이 너무 가볍다”며 맞항소를 제기한 검찰의 전략이 주효했다.
수사망을 비웃듯 사이트를 폐쇄하고 다시 개설하기를 반복했던 그들의 ‘숨바꼭질’은 결국 법원의 엄중한 심판 앞에 멈춰 섰다.
법원은 왜 1심보다 더 무거운 형량을 선고했을까. 그 배경에는 치밀한 법리적 판단과 ‘괘씸죄’를 넘어서는 양형의 결정적 사유들이 존재했다.
“잡을 테면 잡아봐” 해외 서버·VPN 악용한 끈질긴 숨바꼭질
사건의 발단은 2021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31)는 도미니카공화국과 파라과이 등 해외에 서버를 두고 ‘누누티비’라는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개설했다.
그는 국내외 유료 OTT의 신작 콘텐츠를 무단으로 업로드하며 이용자들을 끌어모았고, 그 대가로 불법 도박 사이트 배너 광고를 게시해 수익을 창출했다.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수법은 지능적이었다.
서버 접속 시 다중 가상 사설망(VPN)을 경유하는 것은 기본이었고, 해외 신용카드와 가상자산 거래소를 이용해 자금 추적을 따돌렸다. 정부가 도메인을 차단하면 주소를 살짝 바꾸는 방식으로 운영을 지속했다.
심지어 수사가 본격화되자 누누티비를 폐쇄하는 척하며 뒤로는 ‘티비위키’와 ‘오케이툰’ 같은 대체 사이트를 개설해 범행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저작권 피해액만 약 5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징역은 늘고 추징금은 줄었다? 엇갈린 판결의 속사정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3년과 추징금 약 7억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13일 열린 항소심(대전지법 형사3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앞서 언급했듯 형량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반면 추징금은 3억 7470만 원으로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형량이 늘어난 핵심 이유는 ‘검사의 항소’가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만 항소하면 원심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지만, 검사도 함께 항소할 경우 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있다.
재판부는 검찰의 손을 들어주며 ‘범행의 심화’와 ‘재범 위험성’을 형량 가중의 근거로 삼았다.
“반성 없는 확장”… 법원이 주목한 ‘죄질의 불량함’
항소심 재판부가 형량을 가중한 결정적 이유는 A씨의 태도였다.
A씨는 이미 스포츠 도박 사이트 범죄와 음란물 유포 방조죄 등으로 실형을 산 전력이 있었다. 그런데도 출소 후 또다시 유사한 형태의 저작권 침해 범죄를 저질렀다.
특히 수사가 시작된 이후의 행보가 결정타가 되었다.
재판부는 “수사가 시작되자 사이트를 폐쇄하고 또 다른 불법 사이트를 개설하는 등 범행 수단과 방법이 오히려 심화했다”고 질타했다.
단순히 저작권을 침해한 것을 넘어, 공권력을 기만하고 범죄를 확장하려 한 행위를 엄벌의 필요성으로 본 것이다.
이는 저작권법 위반뿐만 아니라, 범죄 수익 은닉 및 지능적 범행 지속이라는 측면에서 ‘재범 예방’을 위한 단호한 처벌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으로 이어졌다.
5조 원 피해와 추징금 감액의 아이러니
형량이 늘어난 것과 달리 추징금이 감액된 부분은 언뜻 모순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정확한 범죄 수익 산정을 위한 법리적 조치였다.
재판부는 1심이 추산한 범죄 수익금 내역에 맹점이 있다고 보았다.
공범이 운영한 별도 사이트의 수익이 섞여 있을 가능성과, 이미 몰수된 자산을 중복해서 계산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A씨 측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인 것이다.
이는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법의 대원칙과 범죄수익은닉규제법상 정확한 추징 가액 산정의 원칙을 따른 결과다.
결국 법원은 입증이 확실한 범위 내로 추징금을 조정하되,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는 징역형을 대폭 늘림으로써 실질적인 처벌 효과를 높이는 선택을 했다.
‘스트리밍’도 명백한 복제… 변화하는 저작권 판례
이번 판결은 스트리밍 방식의 저작권 침해에 대한 사법부의 시각을 명확히 보여준다.
법적으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서버에 영상을 저장하는 행위는 저작권법상 ‘복제’에 해당하며, 이를 송출하는 것은 ‘공중송신’에 해당한다.
단순히 플랫폼만 제공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법원은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가 불법 콘텐츠 차단을 위한 기술적 조치를 하지 않고 오히려 수익을 챙길 경우, 이를 방조범을 넘어선 ‘정범’에 준하는 행위로 판단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걸려도 벌금 좀 내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던 불법 스트리밍 업계에 강력한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저작권 침해는 단순한 재산 범죄를 넘어 문화 산업의 뿌리를 흔드는 중대 범죄라는 사법부의 의지가 형량 강화로 구체화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