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안 하면 나쁜 일 생긴다" 겁주고 대출 주선까지 한 무당⋯사기일까? 아닐까?
"굿 안 하면 나쁜 일 생긴다" 겁주고 대출 주선까지 한 무당⋯사기일까? 아닐까?
법원의 전통적 판단 "무속행위는 효험보다는 '마음의 위안'이 목적"
변호사들 "이번 사건은 대법원이 굿을 '사기죄'로 본 예외 사항에 해당한다"

무속 행위가 효험이 없다고 해서 사기죄로 볼 수 없다는 게 법원의 일반적 판단이지만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여름, 한 점집 문이 열렸다. 딸이 학교를 졸업한 지 2년 넘도록 취업을 못 하자 A씨의 어머니가 A씨를 데리고 무당을 찾아온 것이다.
내키지 않는 방문이었지만 A씨는 이야기나 들어볼 심산으로 무당 앞에 앉았다. 무당은 "집안일이 안 풀리는 것은 굿을 안 해서다"라고 단언했다. 굿만 하면 취직도 하고, A씨의 어머니의 가게 일도 잘 될 것이라는 말로 A씨 모녀를 꼬드겼다.
그러나 A씨는 '굿'에 부정적이었다. 비용도 부담스러웠다.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무당은 포기하지 않았다.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어머니를 위해서도 딸인 A씨가 굿을 해줘야 한다" "굿만 하면 취업 할 수 있다"며 A씨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A씨는 "진짜 굿할 돈이 없으니, 나중에 하겠다"며 완곡하게 거절했다. 그러자 무당은 "돈이 없으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 주겠다"고까지 했다.
A씨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점점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고, A씨 어머니 가게도 갈수록 장사가 안되자 마음이 불안해졌다. 결국 무당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무당은 캐피탈 업체 대출 상담도 주선해줬다. 그렇게 굿을 했다.
그러나, 굿한 지 9개월이 지나도 무당말대로 된 것은 하나도 없다. A씨는 너무 억울하다. 전액은 아니어도 무당에게 준 돈에서 얼마라도 돌려받아야겠다.
무당에게 전화해 이런 뜻을 전하고, 이후 문자도 여러 차례 보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이에 A씨는 무당을 '사기죄'로 고소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우리 법원은 무속 행위에 대해 일반적으로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드시 어떤 효험을 보기보다는 그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면서 얻게 되는 마음의 위안이나 평정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사기죄를 묻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사기죄가 맞는다"고 보는 경우도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17년 "아무리 민간 신앙 영역이라고 하더라도, 굿을 하지 않으면 나쁜 일이 생길 것처럼 현혹하거나, 상식선을 넘어선 굿 값을 요구한 무당은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변호사들은 이번 사안이 대법원에서 말하는 '예외'사항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굿을 안 하면 지금의 나쁜 상황이 벌어지고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공포심을 안겨주었고, 좋은 결과를 약속하며 대출까지 받도록 한 점에서 그렇다고 보았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는 "무당이 '굿을 하지 않으면 집안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이고, 굿을 해야 집안이 평안해진다'며 집요하게 A씨 모녀를 설득하고, 굿 비용 마련을 위한 대출 상담까지 주선했으니 사기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JLK 법률사무소 김일권 변호사도 "무당이 굿을 내세워 A씨 모녀를 기망(欺罔⋅거짓말을 해 상대를 착오에 빠지게 하는 행위)했다면, 사기죄로 형사고소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며 "무당이 복비 마련을 위해 대출 상담까지 제안한 만큼, 변호사 도움을 받아 형사소송을 진행하라"고 권했다.
법무법인 오라클(성남) 박현민 변호사도 "대출업체를 알려주면서까지 굿을 하도록 권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이 사기죄 성립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