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 아이 앞에서 만삭 임산부 성폭행한 전과 6범…판사 "인간이길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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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살 아이 앞에서 만삭 임산부 성폭행한 전과 6범…판사 "인간이길 포기했다"

2026. 03. 12 11:24 작성2026. 03. 12 11:24 수정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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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서 징역 18년 철퇴

양형기준 상한선 13년 6개월 깼다

3살 아이 옆에서 임신 8개월 임산부를 성폭행한 전과 6범에게 법원이 양형기준 상한을 넘겨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셔터스톡

임신 8개월의 임산부를 3살 아이 곁에서 성폭행한 전과 6범에게 법원이 양형기준 상한을 뛰어넘는 이례적인 중형을 확정했다.


지난 2012년 8월 12일 오후 2시 30분경, 인천의 한 주택가. 평화로워야 할 낮잠 시간은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했다. 가해자 최모 씨는 잠겨있지 않은 출입문을 열고 안방까지 침입했다. 당시 방 안에는 임신 8개월의 만삭 임산부인 피해자와 생후 34개월 된 아들이 잠들어 있었다.


인기척에 눈을 뜬 피해자에게 최 씨는 수건으로 눈을 가리며 끔찍한 협박을 가했다. "가만히 있어라, 옆에 자고 있는 아이가 깰 수 있으니 소리 지르지 마."


피해자는 "임신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라고 애원했지만, 가해자는 오히려 아이에게 위해를 가할 것처럼 위협하며 범행을 이어갔다.


사건 발생 불과 몇 분 뒤 귀가한 남편은 집 안에서 울고 있는 아내를 발견했다. 남편은 사건 나흘 뒤 인터넷에 심경 글을 올려 "아내는 옆에서 자는 아들 때문에 소리 한번 못 지르고 당했다. 순간순간이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 상상이 안 된다"며 "지켜주지 못한 제가 큰 죄인이다. 제 아내는 자신의 희생으로 배 속의 아이와 큰아이의 생명을 살렸다"고 울분을 토했다.


불과 50m 옆집 살던 전과 6범…전자발찌도 피했다


범인은 범행 다음 날 자신의 집에서 태연하게 잠을 자다 경찰에 체포됐다. 놀랍게도 그는 피해자 집에서 불과 50m 떨어진 이웃이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의 과거다. 최 씨는 전과 6범으로, 그중 3차례가 성폭력 전과였다. 2005년 주거침입 및 강간미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음에도, 집행유예 기간이던 2009년 또다시 베트남 국적 여성의 집에 침입해 성폭행을 저질렀다.


2007년과 2010년에도 성범죄로 수사를 받았으나 피해자들의 고소 취하로 처벌을 피했다. 2008년 도입된 전자발찌 제도 역시, 최 씨는 그 이전에 형이 확정되었다는 이유로 부착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인간이길 포기했다" 양형기준 상한 깬 1심, 항소심은 형량 더 높여


재판부는 분노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권고하는 이 사건의 형량 상한은 특별가중인자를 2개 이상 적용해 특별조정을 거치더라도 최대 징역 13년 6개월이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 상한을 뛰어넘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양식마저 스스로 포기한 행위이자 피해자에 대한 인격 살인행위"라며 "피해자 및 그 가족들에게 평생 회복 불가능한 고통과 충격을 줬다"고 질타했다.


최 씨는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2013년 2월 7일,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오히려 형량을 높여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로엘 법무법인 문지은 변호사는 12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해 "(항소심의) 결정타는 재범 위험성이었다"고 분석했다.


문 변호사는 "여러 차례 성범죄를 반복했다는 점에서 성폭력범죄의 습벽이 명확하고 재범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1심 형량으로는 사회 방위와 재범 방지라는 형벌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의 아쉬운 초동 대처… 남겨진 2차 피해의 상흔


가해자는 중형을 받았지만, 수사 과정에서 남겨진 과제도 컸다.


남편은 글을 통해 "경찰은 외상 흔적이 없다고 판단해 119구급차를 돌려보냈고, 집 앞에 주차된 경찰차 안에서 아내에게 1시간 정도 진술하게 했다"며 초동 대응에 대한 아쉬움을 호소했다.


문 변호사는 "성폭력 피해자는 신체적 외상이 없더라도 심각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는다"며 "경찰차가 아닌 별도의 안전한 공간에서, 여성 경찰관이나 전문 상담사가 동석한 가운데 진술을 받을 수 있도록 조력하고 해바라기센터 등과 즉시 연계해 의료적·심리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국민 법 감정과 괴리된 성범죄 판결 논란에 대해서도 "법정형만 올린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다"라며 "진지한 반성이나 초범 등을 기계적으로 (감경 사유로) 적용하지 않도록 양형기준을 더욱 촘촘하게 개정하는 것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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