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3천으로 쓰면 대출 더 나와요"…분양사 말에 '업계약'했다가 범죄자 될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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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 3천으로 쓰면 대출 더 나와요"…분양사 말에 '업계약'했다가 범죄자 될 뻔

2025. 09. 09 12:44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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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금 1000만원 반환 가능할까? '통정허위표시'부터 '사기죄 공범'까지 법적 쟁점 완전 분석

대출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다는 분양사무소의 유혹에 빠져 부동산 매매에서 업계약을 한 A씨. 이것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고민하고 있다. /셔터스톡

"계약금 1000만원 날릴 판"…'업계약' 유혹에 빠진 예비 집주인의 하소연


"계약서만 4억 3000만 원으로 써 주시면, 대출이 더 나옵니다." 분양사무소 직원의 이 한마디는 내 집 마련의 꿈을 한순간에 악몽으로 바꿨다. 달콤한 유혹에 넘어간 A씨는 졸지에 사기죄 공범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고, 피 같은 계약금 1000만 원마저 날릴 절체절명의 기로에 섰다.


사건의 발단은 경기도의 한 나홀로 아파트 분양 현장이었다. 분양사는 A씨에게 "원래 분양가는 4억 3000만 원이지만, 특별히 3억 7700만 원에 주겠다"고 제안했다.


문제는 다음 제안이었다. "대출 한도를 높일 수 있도록 계약서는 원래 가격인 4억 3000만원으로 쓰자"는 위험한 속삭임이었다.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A씨는 그 제안을 수락했고, 계약금 1000만 원을 송금했다. 하지만 이내 자신이 금융기관을 속이는 명백한 불법, '업계약'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에 빠졌다.



소리 없는 시한폭탄, '업계약'의 법적 책임


'업계약'은 실제 거래가 보다 계약서 상 금액을 부풀리는 행위로, 여러 법률을 위반하는 중대 범죄다. 우선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실제 거래 가격을 신고하지 않았으므로, 취득 가액의 5%에 달하는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법무법인 중산의 김영오 변호사는 "업계약은 명백한 법률 위반"이라고 못 박았다.


더 큰 문제는 형사 처벌이다. 업계약서를 은행에 제출해 대출을 받으면 금융기관을 속여 재산을 얻는 행위로 '형법 제347조(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 법무법인 쉴드의 남천우 변호사는 "대출이 실행되는 순간, 분양사는 물론 계약자 역시 사기죄의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계약금 1000만 원, 돌려받을 수 있을까?…엇갈리는 법조계 시각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A씨의 최대 관심사는 계약을 무르고 1000만 원을 돌려받는 것이다. 법조계의 시각은 A씨에게 유리한 지점과 불리한 지점이 명확히 갈렸다.


우선 긍정적인 측면은 계약 자체를 무효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분양사와 A씨가 짜고 허위로 작성한 4억 3000만 원 계약서는 '민법 제108조(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에 해당해 무효"라며 "법질서에 반하는 계약이므로 무효를 주장하며 계약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법률사무소 예준의 신선우 변호사는 "A씨 역시 업계약의 불법성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기에, 분양사가 일방적으로 속였다는 '기망'을 주장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불법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면 착오를 이유로 한 계약 취소도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A씨의 동의가 발목을 잡는 셈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계약금 전체를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다. 법무법인 라움의 임영근 변호사는 "겉으로 드러난 4억 3000만 원 계약(가장 행위)은 무효지만, 양측이 진짜로 합의한 3억 7700만 원짜리 계약(은닉 행위)은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는 복잡한 법리를 제시했다. 이 논리에 따르면 A씨가 계약을 깨는 것은 유효한 3억 7700만 원짜리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것이 돼,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몰취 당할 수 있다.


개인의 실수를 넘어 시장 교란…금융당국도 '엄중 경고'


A씨가 위기에서 벗어날 첫 단추는 '속도'와 '증거'다. 클리어 법률사무소 김동훈 변호사는 "대출 실행 전 신속히 분양사에 업계약의 위법성을 알리고 계약 해제를 통보하는 내용증명을 보내야 한다"며 "이는 불법성을 인지한 즉시 바로잡으려 했다는 중요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분양사가 업계약을 유도한 녹취나 문자메시지 확보는 소송의 승패를 가를 핵심이다.


A씨의 사례는 단순히 개인의 실수가 아니다. 업계약은 부동산 시장의 가격을 왜곡하고, 가계부채의 뇌관이 되어 금융 시스템 전반의 부실을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사회 문제다.


이에 금융감독원 등 금융 당국은 '업계약'을 통한 불법 대출을 '금융질서 교란 행위'로 규정하고, 적발 시 대출금 회수 및 형사 고발 등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거듭 경고하고 있다.


내 집 마련의 부푼 꿈이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악몽이 되지 않도록,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의심스러운 제안에 대한 법적 검토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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