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아파트 화재 배후로 지목된 '무자격 전기공사'…공식 원인은 정작 '미상'
은마아파트 화재 배후로 지목된 '무자격 전기공사'…공식 원인은 정작 '미상'
소방, 물증 소실로 공식 종결
보고서엔 "무자격자 배선 시공 결함 개연성" 적시

인명 피해 발생한 대치동 은마아파트 화재 /연합뉴스
지난 2월 2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의 배후에 무자격자의 부실 전기공사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화재로 고등학생 1명이 사망하고 가족 2명이 중화상을 입었으며, 피해 세대는 이사한 지 5일째 되던 날 사건이 발생했다.
소방 당국은 물증 소실로 공식 원인을 '원인 미상'으로 종결했으나, 인테리어 공사 과정에서의 부주의가 화재의 전기적 요인으로 작용했을 개연성을 보고서에 명시했다.
소방 조사 결과 및 시공 결함 가능성
소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대인의 의뢰를 받은 인테리어 업체는 내벽을 허물어 주방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조명 배선 연장 공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작업자들은 전선 피복을 벗겨 구리선끼리 꼬은 뒤 절연 테이프로 감는 '쥐꼬리 접속'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팀은 해당 방식이 접속부의 기계적 강도를 약화하고 접촉 저항을 높여 국부 발열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사에 참여한 작업자들은 전기 기술 자격증이나 면허가 없는 무자격자였으며, 불연성 보호관도 설치하지 않은 상태였다. 인테리어 업체 대표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전기공사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유족 측은 화재 원인과 배후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인테리어 업체와 임대인의 민형사상 법적 쟁점
부실시공 의혹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 소재와 구체적인 적용 법리도 주요 쟁점이다.
인테리어 업체의 불법행위 책임
유족(임차인)은 공사를 발주한 계약 당사자가 아니므로 인테리어 업체에 직접적인 계약 위반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대신 전기공사 자격이 없는 자가 전선을 무단 연결하고 보호관을 누락한 행위는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하므로,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 책임을 추궁할 가능성이 높다.
임대인의 중첩적 책임 성립 여부
공사를 발주한 임대인 역시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대법원 판례 기준에 비추어 볼 때, 건물 내부 벽과 천장을 통과하는 전기배선은 원칙적으로 임대인의 지배·관리 영역에 속한다.
따라서 배선 자체의 하자로 인한 민법 제758조 공작물 소유자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이와 별개로, 임차인에게 안전한 상태의 목적물을 인도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에서 임대차계약상의 채무불이행 책임도 성립 여부가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형사상 책임 의혹
무자격 작업자와 현장 책임자를 상대로는 업무상실화죄, 업무상과실치사상죄 및 전기공사업법 위반 혐의 적용이 거론될 수 있다.
인과관계 입증이 핵심 관건
소방 보고서가 '원인 미상'으로 결론 난 만큼, 민사 재판 과정에서는 부실시공과 화재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법리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민사소송에서의 인과관계는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지 않더라도, 경험칙상 고도의 개연성이 증명되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취지다.
이에 따라 법원이 임명한 감정인을 통한 전기 화재 원인 감정과 화재 시뮬레이션 결과가 재판의 향방을 가를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발화 추정 지점인 주방 천장 내부가 피고(임대인)의 관리 영역이라는 점, 그리고 공사 완료 불과 5일 만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정황 등 여러 간접 사실들을 종합해 법원이 하자의 개연성을 어떻게 판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