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5년째가 돼서야 숨겨온 ‘조울증’을 고백한 아내…이혼 사유 되나?
결혼 5년째가 돼서야 숨겨온 ‘조울증’을 고백한 아내…이혼 사유 되나?
아내가 조울증을 앓는다는 사실을 안 시점부터 6개월 안에 혼인 취소 가능
아내의 조울증을 알게 된 날로부터 3년이 지났다면, 아내의 폭언 부당한 대우 등을 입증할 증거자료 준비해야

아내가 결혼 후 5년이 지나서야 자기가 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이것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을까?/셔터스톡
약으로 조절이 잘되고 있다고 판단해 조울증을 숨기고 결혼한 아내가 결혼 5년째가 돼서야 “결혼 전부터 조울증을 앓아 왔다”고 A씨에게 고백했다. 3년 전 일이다.
A씨는 그제야 아내가 그동안 주기적으로 폭언을 하고 감정이 널뛰기하던 게 조울증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A씨는 이때 이혼을 결심하지 못하고, 자기까지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살아왔다.
그런 A씨가 이제 결혼생활에 한계를 맞아 이혼을 원한다. 하지만 아내는 A씨가 조울증 사실을 알고도 3년이나 더 함께 산 것을 들어, “조울증에 대해 서로 합의가 되고 용납이 된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이혼 얘기가 나오면 “너도 마찬가지 아니냐”며 되레 A씨를 몰아붙인다.
A씨는 이런 상황에서 이혼할 수 있을지, 변호사에게 물었다.
변호사들은 결혼 초기였다면 혼인 취소 사유도 될 수 있지만, 아내의 조울증을 알게 된 지 이미 3년이 넘었기에 아내가 조울증 사실을 숨기고 결혼했다는 사실만으로 이혼 사유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법무법인 태일 김형민 변호사는 “혼인 당시 어느 한쪽에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이나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음을 알지 못했을 때는 법원에 혼인 취소를 청구할 수 있지만, 사유를 안 날로부터 6개월이 지난 때에는 그 취소를 청구하지 못한다”고 짚었다. (민법 제816조, 제822조)
또 법무법인 인화 김명수 변호사는 “혼인 후 상당 기간 약으로 조절이 가능한 상황이었다면, 그런 사실을 숨겼다는 사실만으로 이혼 사유나 혼인 취소 사유 등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아내의 조울증으로 인해 폭언 및 모욕, 부당한 대우 등이 자주 발생한다면 재판상 혼인 파탄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변호사들은 말한다. 증거자료가 확보된다면 재판을 통한 이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노경희 법률사무소’ 노경희 변호사는 “배우자의 조울증으로 인한 폭언 및 모욕, 부당한 대우 등은 재판상 혼인 파탄 사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김형민 변호사는 “부부 중 한쪽의 조울증세가 상대방에게 계속 정신적, 경제적 희생을 감내한 채 혼인 관계를 지속하라고 요구하기에 가혹한 경우는 민법 제840조 6호의 재판상 이혼 사유에 해당한다”고 했다.
노 변호사는 “A씨가 아내의 조울증을 알게 된 날로부터 3년이 지났으므로 이혼하려면 조울증으로 인한 아내의 부당한 대우를 입증할 증거자료(문자메시지, 사진영상, 녹취록, 증인진술서, 진단서 등)를 준비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한다.
법무법인 에스알 고순례 변호사는 “아내의 조울증이 확실하고 그동안 치료를 받아 왔다면 의료보험 공단에 그 기록이 다 남아 증거가 된다”며 “이혼소송을 진행하면서 의료보험 공단과 관련 정신과 병원에 사실조회를 해보라”고 권했다.
김형민 변호사는 “다만 조울증 자체로 이혼이 성립하려면 중증이어야 하며, 회복가망성이 엿보이거나 조울증 치료에 과도한 경제적 지출이 요구되지 않는 경우 이혼소송이 기각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A씨는 치료를 위해 노력했음에도 아내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를 거부하거나 가족 구성원에게 정신적 육체적 희생이 클 경우, 그 증거를 첨부해 이혼을 청구해 볼 수 있다”고 그는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