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범죄자를 풀어줄까?" 공소시효 존재 이유, 헌재 판례로 파헤치다
"왜 범죄자를 풀어줄까?" 공소시효 존재 이유, 헌재 판례로 파헤치다
헌법재판소가 밝힌 공소시효 제도의 6가지 딜레마
법적 안정성 그리고 피해자를 위한 최후의 구제책

국가가 범죄자 처벌을 포기하는 공소시효는 법적 안정성과 오판 방지 등 복합적 이유로 존재하지만, 피해자는 별개의 민사소송을 통해 끝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범죄를 저지르고 오랜 시간 도망친 범죄자가 어느 날 갑자기 자유의 몸이 된다. 피해자의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지만 국가는 더 이상 범인을 추적하거나 처벌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쉽게 납득하기 힘든 이 상황은 바로 공소시효 제도 때문에 발생한다.
범죄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국가의 형사소추권을 완전히 소멸시키는 이 제도를 두고 피해자와 대중은 분노하지만 법은 단호하다.
도대체 왜 국가가 스스로 범죄자 처벌을 포기하는 딜레마를 자처하는 것인지 헌법재판소 판례를 통해 그 복합적인 사실관계를 파헤친다.
시간이 만든 새로운 질서 흐려진 대중의 분노와 가벌성의 감소
헌법재판소 2016헌바157 결정에 따르면 공소시효 제도의 가장 큰 존재 이유는 시간 경과에 따른 사실상태의 존중이다. 범죄가 발생한 이후 범인이 기소되지 않은 채 일정한 기간이 흐르면 그 자체로 사회에 새로운 사실상의 상태가 형성된다.
법은 이 시간의 흐름에 따른 상태를 존중하여 사회와 개인 생활의 법적 안정을 도모하려 한다.
여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범죄에 대한 대중의 사회적 관심과 비난 가능성이 미약해진다는 점도 중요한 근거로 작용한다.
범행 직후에는 당장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분노가 거세지만 수십 년이 지나면 그 필요성이 약화되어 결국 처벌의 당위성인 가벌성 자체가 감소한다는 법리적 판단이다.
흩어진 증거와 오판의 위험 국가 수사 태만을 묻는 뼈아픈 반성
공정한 재판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다는 점도 제도를 유지하는 핵심 이유다.
시간이 흐르면 목격자의 기억은 흐려지고 결정적인 증거들은 멸실되거나 흩어진다. 증거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재판을 진행할 경우 억울한 누명을 씌우는 오판의 가능성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따라서 적정한 형벌권 행사를 확보하기 위해 수사와 기소의 기한을 두는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국가 스스로의 태만에 대한 뼈아픈 반성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범죄자가 죗값을 치르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는 오랜 기간 동안 국가는 공소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
수사기관이 범인을 신속하게 검거하지 못한 공소권 불행사의 책임을 오롯이 도망친 범인 한 명에게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가 공소시효 제도의 기저에 깔려 있다.
평생을 숨어 산 고통도 형벌 처벌 피한 가해자 향한 최후의 일격
법은 범인이 장기간 도피 생활을 하면서 겪는 정신적 고통도 형벌의 일부로 간주한다. 언제 잡힐지 모른다는 극도의 불안감 속에서 숨어 지낸 시간 자체가 이미 처벌받은 것과 유사한 상태를 만들어낸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이처럼 공소시효는 단순히 범죄자를 용서하는 제도가 아니라 실체법적 소송법적 고려가 복잡하게 얽힌 결과물이다.
그러나 공소시효가 만료되어 국가의 형사처벌이 불가능해졌다고 해서 가해자가 완벽한 면죄부를 얻는 것은 아니다. 형사상 공소시효와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완전히 별개의 법률관계이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민법 제766조에 따라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이내에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단5230846 판결 사례처럼 비록 가해자가 교도소행은 피했더라도 피해자는 민사소송이라는 강력한 반격 카드를 통해 끈질기게 그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