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먼저 전화해도"… 스토킹 집행유예범, 답장하면 '즉시 수감'
"피해자가 먼저 전화해도"… 스토킹 집행유예범, 답장하면 '즉시 수감'
집행유예 취소 확정
남은 '징역 N년' 다시 살게 된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한밤중, A씨의 휴대폰이 섬광처럼 빛나며 울렸다.
화면에 뜬 이름은 그를 법정에 세웠던 전 여자친구. "본인이 미안하다, 잘못했다.
전화 한 번만 해달라." 14통의 부재중 전화와 8통의 문자 폭탄에 A씨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교제폭력과 스토킹 혐의로 구속됐다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겨우 풀려난 그에게 법정의 차가운 공기가 되살아나는 순간이다.
A씨의 손가락은 답장 버튼 위에서 망설인다. 이 한 번의 응답이, 어렵게 되찾은 자유를 송두리째 빼앗아 갈 덫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는 아직 몰랐다.
스토킹 범죄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에게 '피해자의 선 연락'은 구원의 손길이 아닌 재수감의 덫이라는 법률 전문가들의 단호한 경고가 나왔다.
'그녀가 먼저 원했다'는 상식적 변명이 법정에서는 통하지 않는 이유와,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을 수 있는 세 가지 생존법을 긴급 진단한다.
"그녀가 먼저 원했다"는 변명, 왜 법정에선 통하지 않나
상식적으로는 피해자가 먼저 연락을 원했으니 괜찮을 것 같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단호히 '아니오'라고 말한다. 스토킹 범죄는 '상대방 의사에 반해' 불안과 공포를 일으키는 행위다.
서아람 변호사는 "피해자의 마음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며 "'처음엔 내가 원했지만 나중엔 부담됐다'고 진술을 바꾸면, 당신의 답장은 새로운 스토킹 범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피해자의 일시적 감정을 '진정한 동의'로 믿는 것은 치명적 오판이라는 것이다.
특히 법원은 교제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심리적으로 종속된 상태에서 연락했을 가능성을 의심한다.
집행유예 취소라는 최악의 시나리오, 답장 한 통이 부른다
새로운 스토킹 혐의보다 더 즉각적인 위험은 '집행유예 취소'다. 집행유예는 '재범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전제로 한 마지막 기회다.
민경남 변호사는 "어떤 이유든 피해자와 다시 접촉하는 행위는 '반성의 기미가 없다'는 명백한 증거로 평가된다"고 지적한다.
김영호 변호사 역시 "판결문에 '피해자 접근·연락 금지' 준수사항이 있다면, 누가 먼저 연락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며 "답장 자체가 명령 위반이며, 이는 집행유예 취소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유예됐던 징역형이 즉시 집행돼 다시 수감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의 '접촉 금지' 명령은 오직 가해자에게 부과된 의무이며, 피해자의 행동이나 의사가 가해자의 법적 의무를 없애주지 못한다.
변호사들의 '만장일치' 생존법: 침묵, 기록, 그리고 대리인
그렇다면 A씨와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법률 전문가들은 만장일치에 가까운 세 가지 해법을 제시한다.
첫째, 절대 응답하지 마라. 조선규 변호사는 "피해자가 먼저 연락했다는 사실이 당신의 법적 의무를 면제해주지 않는다. 법원의 명령을 최우선으로 지켜야 한다"고 못 박는다. 한순간의 감정적 선택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경고다.
둘째, 모든 기록을 증거로 보존하라. 피해자에게서 온 전화 기록과 문자 메시지를 절대 삭제해선 안 된다. 이는 훗날 '당신이 먼저 연락했다'는 억울한 주장에 맞설 유일한 무기가 된다. 모든 접촉 시도를 빠짐없이 기록해야 한다.
셋째, 소통이 불가피하다면 반드시 변호사를 통하라. 김찬협 변호사는 "대리인인 변호사를 통해 공식적으로 소통하면, 추가 범죄로 번지거나 법원의 명령을 위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조언한다. 모든 소통은 대리인을 통한 간접적인 방식이어야 한다.
A씨의 휴대폰은 여전히 울리고 있다. 답장 버튼을 누르는 것은 그의 자유지만, 그 결과는 더 이상 그의 자유가 아닐 것이다.
집행유예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피해자의 선연락은 스스로 파놓은 함정이 될 뿐이라는 법률가들의 경고가 귓가를 맴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