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문고리 잡은 경찰관 10m 끌고 갔지만 무죄 받은 운전자
차량 문고리 잡은 경찰관 10m 끌고 갔지만 무죄 받은 운전자
"정차 요구 인식 못했을 가능성 배제 안 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벗어

기사 본문 내용에 기반하여 생성형 인공지능 툴을 활용해 만든 참고 이미지
경부고속도로에서 버스전용차로 위반 단속을 받던 운전자가 경찰관을 차량으로 10미터 끌고 간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수원지법은 운전자가 경찰관의 정차 요구를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해당 행위가 특수공무집행방해죄의 구성요건인 폭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고속도로 단속 상황에서의 의사소통 문제와 특수공무집행방해죄 적용 기준에 대한 법적 해석을 제시한 사례다.
사건은 지난해 6월 경기도 용인시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향에서 발생했다. A씨는 카니발 차량을 운전하던 중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소속 B 경장으로부터 버스전용차로 위반으로 단속을 받게 됐다. A씨는 경찰관의 정차 요구에 따라 3차로로 차선을 변경해 잠시 정차했다가 다시 출발했는데, 이 과정에서 B 경장이 A씨 차량의 운전석 손잡이를 잡고 있던 상황에서 차량이 10미터 이동했다.
차량 속도가 빨라지자 B 경장은 손잡이를 놓을 수밖에 없었고, A씨는 이후 500미터를 더 이동한 뒤 도로 우측에 정차했다. 검찰은 A씨가 위험한 물건인 차량을 이용해 경찰관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했다고 보고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와 변호인은 "2차 사고를 우려해 우측 사이드미러를 보고 다가오는 차량을 확인하면서 서행하고 있어서 경찰관이 손잡이를 잡고 정차 요구하는 상황을 인식하지 못했다"며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 공무집행을 방해한다는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수원지법 형사3단독 윤성식 판사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은 단속 경찰관 요청으로 차량을 정차한 다음 다시 출발하는 과정에서 운전석 손잡이를 잡은 경찰관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손잡이를 놓친 것"이라고 사실관계를 정리했다.
특히 재판부는 당시 교통 상황을 중요하게 고려했다. "당시 통행량이 많아 다수의 차량이 서행 내지 정차하고 있었던 점, 피고인이 급하게 차로를 변경하거나 가속한 행위는 없었던 점에 비추어보면 피고인의 행위가 공무집행방해죄에서 말하는 폭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한 재판부는 운전자가 경찰관의 정차 요구를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검토했다. "단속 경찰관은 이 법정에서 '제가 운전석 쪽 창문 옆에 서 있었을 때 피고인이 저를 쳐다보지 않았다'고 진술했고, 당시 다수 차량이 통행하고 있던 점, 운전석 창문은 닫힌 상태였으므로 경찰관이 정차하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한 상황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단속 경찰관의 정차 요구를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특수공무집행방해죄의 구성요건에 대한 법적 해석을 제시했다. 특수공무집행방해죄는 위험한 물건을 사용해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하는 범죄로, 일반 공무집행방해죄보다 무겁게 처벌된다. 하지만 재판부는 단순히 차량이 이동했다는 사실만으로는 폭행에 해당하지 않으며, 피고인의 고의성과 상황 인식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고속도로와 같은 복잡한 교통 환경에서의 단속 상황에서는 의사소통의 명확성이 중요하다는 점도 이번 판결에서 부각됐다. 다수의 차량이 통행하는 상황에서 운전석 창문이 닫혀있을 경우 경찰관의 지시가 운전자에게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는 현실적 한계를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