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권 공익변호사가 말하는 '장애'와 '사람'..."구분짓는 것이 우리의 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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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권 공익변호사가 말하는 '장애'와 '사람'..."구분짓는 것이 우리의 장애"

2019. 05. 27 11:38 작성
김주미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joomi@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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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다 같은 사람, 막연한 두려움 가질 필요 없어"

한쪽 눈 잃은 장애, 오히려 다행이라 여기는 호탕한 성격

거대한 권력의 악보다는 장애 혐오하는 소시민에 더 좌절

사진 이민정 기자

“특별한 사명감이나 숭고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저의 타고난 성격이 ‘진상(유독 타인을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이나 그 행위)’이어서 공익변호사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김예원 변호사가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인 호탕한 웃음과 함께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하지만 동조하기 어려운 말이라 따라 웃을 순 없었다.


김예원 변호사는 2016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 대한변호사협회 청년변호사상 및 우수변호사상, 제1회 곽정숙 인권상, 서울시 복지대상, 한국여성변호사회 장애인권 및 아동인권 공로상, ‘법조공익모임 나우’ 제1회 청년공익변호사 대상 등을 수상한 인물이다.


이런 유수한 상들의 수상자로 선정된 이유가 ‘성격이 진상이어서’일 리는 만무하다. 그녀는 가히 장애인권의 대표 격 변호사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김 변호사에게도 장애가 있다. 그녀는 태어날 때의 의료사고로 한쪽 눈을 잃어버려 인공 안구를 착용하고 있다.


‘나에게 장애가 없었다면’이라는 생각이 들어 속상한 적은 없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녀가 또다시 호탕한 웃음과 함께 유쾌한 말을 남겼다.


“나에게 장애가 없었다면.... 이라는 생각을 할 땐 속상한 게 아니라 오히려 다행이다 싶어요. 제게 장애가 없었다면 배우를 해서 슈퍼스타가 됐을 것 같거든요. 하하”


김예원 변호사의 오른쪽 눈은 의안이다. / 사진 이민정 기자


"장애인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이

바로 우리의 장애"


김 변호사의 책 「누구나 꽃이 피었습니다」에는 그녀가 만난 여러 장애인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인해 그 가족조차 어찌해야 할지 몰라 애를 먹고 있는 상황에서도, 김 변호사는 아무 거리낌 없이 선뜻 그 상황 속으로 들어간다. 그러고선 장애인들과 대화하며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부모도 포기하고 있는 상황인데, 대화가 될 거라는 확신을 어떻게 가지셨어요?”

“다가갔는데 장애인들이 마음을 열지 않고 거부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없으셨나요?”

“아무리 변호사님이라지만, 때로 이해할 수 없는 발달장애인들도 있을 텐데요?”


이러한 기자의 우문들에 내어놓은 그녀의 현답은, ‘장애인’에 대해 막연히 품어온 어딘지 모르게 낯설고 조심스러운 감정들을 단박에 걷어내 준다.


“우리는 그냥 같은 사람이잖아요. 사람이 사람에게 다가가는 건 다 똑같아요. 장애로 인해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은 다를 수 있지만, 사람이 사람과 마음을 나누는 건 그냥 다 똑같은 거예요.”


김 변호사는 좀체 기죽지 않는 성격이다. 위압적인 분위기의 수사기관에서든, 악독한 고용주들과 대립하는 현장에서든 김 변호사의 크고 우렁찬 목소리는 낮아지는 법이 없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좌절하는 때가 있다고 했다. 거대 권력이나 사회적 강자가 장애인들을 외면하며 피해를 주는 것보다 더 그녀를 절망케 하는 것은, 같은 소시민들끼리 장애를 혐오하며 멸시하는 모습이라고.


‘비장애’라는 권력 아닌 권력으로 장애인들을 누르고, ‘비장애인’으로서 갑질 아닌 갑질을 해대는 소시민들을 마주할 때면 정말 마음이 어렵다는 것이다.


“사회적 부조리나 권력층의 부당함을 맞닥뜨릴 때라면 전 그렇게 크게 분노하지 않아요. 법으로 따져주면 되고, 그렇게 싸우다 이기면 제 스트레스까지 해소되기 때문에 오히려 좋은 기회라 여기기도 해요. 하지만 ‘내 딸이 장애인을 만나 충격을 입었으니 손해를 배상하라’고 하는 사람이라든가,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유튜브에 장애인을 생중계하면서 조롱거리로 삼는 사람들을 보면,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이렇게 대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깊이 좌절하죠.”


잠시 말을 멈춘 그녀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덧붙였다.

“사실 그 사람들이야말로 마음에 장애를 가진 것이거든요...”


사진 이민정 기자


장애인의 노동 능력은

언제나 비장애인보다 못하다?


“십수년간 염전 노동으로 착취당하신 장애인분들하고 기자님이 같은 시간을 염전에서 일한다면, 어느 쪽의 노동 능력이 우수하다고 평가받을까요?”


소금은 맛만 볼 줄 알지 만드는 걸 본 적도 없는 기자로서는, 시간당 최저임금도 준다면 미안해하며 받을 일이다. 아마 염전에서 오래 일하신 장애인분들께 물어물어 겨우 일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의 사례에서 장애인들은 실제 가진 노동능력이나 노동의 결과물과는 전혀 상관없이, 일괄해서 비장애인의 60%로 노동 능력이 평가 절하됐다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법원은 너무도 견고하게 이런 배상액 산정 방식을 오랜 기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법은 제대로 정비되어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활용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현행 최저임금법은, 장애인을 고용한 사업장에서 공단에 그 사실을 알리면 담당자가 나와 장애인의 근로 능력을 평가해 주게 되어 있다. 그 결과에 따라 최저임금을 줄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업주는 굳이 평가를 받지 않는다. 최저임금은커녕 월 22만원, 심지어는 월 8만원을 주어도 일하겠다는 장애인을 얼마든지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많은 사람들은 ‘큰돈을 주지 않아도 우리 가족인 장애인을 일하게만 해 주어도 좋다’는 입장인 경우가 많다.


김 변호사가 말했다.

“저는 모든 장애인분들이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최저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에요. 이상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을 저도 인정하거든요. 하지만 법원이나 공무원들처럼 개개인의 노동 능력을 살펴보지도 않고 행정 편의적으로 일괄처리하는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행정적으로 번거로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려는 찰나, 그녀가 말을 이었다.

“장애인들의 노동 능력을 평가하는 데에 대단한 시간과 수고가 들어가는 게 아니거든요. ‘장애인이면 무조건 비장애인의 몇%’, 최소한 이거는 없애자는 거예요. 그건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입니다.”


영상 촬영, 편집 이민정 기자


"장애인은 분리될 대상이 아니라

함께 어울려야 할 사람들"


김예원 변호사는 조현병이 백 명에 한 명꼴로 나타나는 병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지하철을 타도, 영화를 보러 가도, 찜질방엘 가도 그중에 한두 명 이상은 조현병이 있는 사람”이란 것이다.

김 변호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언론 보도가 “조현병을 앓는 사람 = 잠재적 범죄자”라는 등식을 참인 명제로 만들어가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조현병이 있는 사람들은 격리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한술 더 뜬 목소리들에 대해서는 한숨을 짓기도 했다.


“정신 장애인들의 범죄 사건을 많이 해 봤기 때문에 저는 실체를 알거든요. 실제로 정신 장애인들이 가해자인 범죄 중에서 정신 장애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일어난 범죄는 별로 없어요. 하지만 언론은 가해자가 정신 장애인인 것이 특징적이라고 생각하는지 그걸 중요하게 내세우죠.”


잠재적 범죄자들이기 때문에 정신 장애인들을 특별히 취급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논리적 허점도 있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정신 장애인보다 비장애인의 범죄율이 훨씬 높은데도 불구하고 “비장애인을 격리, 감시하자”는 주장은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는 것.


“일부 정치인 중에는 정말 장애인들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며 장애인들만 따로 모은 지역이나 시설 등을 만들자고 하시기도 하는데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는 관점 자체가 접근이 잘못된 것이거든요.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같이 서로 적응하며 어울려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란 인식을 가져야 해요.”


김 변호사는 ‘장애인의 탈시설화’ 문제는 찬성이냐 반대냐를 물을 만한 토론 주제가 아니라고 단호히 말했다. 우리나라도 가입해 비준하고 있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도, 장애인은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야 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당위성을 획득한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가 인생 한 번 사는 거잖아요. 비슷한 사람끼리 붙어서 내가 잘났네, 니가 잘났네 하면서 스트레스 받으며 살 필요가 있나요? 나와 달라도 이해하면서, 서로 장점을 알아주고 단점은 보완하며 얼마든지 아름답게 어울려 살 수 있는 거잖아요.”


분초를 다투며 바삐 뛰어다니는 김 변호사는, 인터뷰를 한 이날도 이 말을 남기고는 황급히 다음 일정을 위해 자리를 떴다.


긴 여운을 남긴 그녀의 말에서, 인생이라는 수면을 내려다보며 유유히 날갯짓하는 새들과 같은 넉넉한 시선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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