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 받자마자 "값 올려달라"는 매도인, 계약 무를 수 있을까?
토지거래허가 받자마자 "값 올려달라"는 매도인, 계약 무를 수 있을까?
계약 이행 강제하려면 '이것' 서둘러야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A씨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부동산을 사기로 하고 마침내 관할 구청 허가까지 받았다. 그런데 허가 승인이 나자마자 매도인 B씨가 돌연 가격을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계약서에는 '허가 승인 전에 해약하면 계약금의 두 배를 배상한다'는 조항만 있을 뿐, 승인 후의 상황에 대한 언급은 없다.
A씨는 계약서대로 집을 사고 싶은데, B씨의 일방적인 변심을 막고 소유권을 온전히 넘겨받을 방법은 없을까?
변호사들 "허가 났다면 계약은 확정 유효…소유권 이전 청구 가능"
변호사들은 토지거래허가 승인이 난 이상, 계약은 확정적으로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매도인이 일방적으로 가격 인상을 요구하거나 계약을 파기할 법적 권리가 없다고 봤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이미 허가 승인이 났으므로, 매도인은 이제 계약 내용대로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를 진다"며 "뒤늦게 가격을 올려달라고 요구할 법적 권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매수인 A씨는 계약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매도인이 계약 이행을 거부할 경우, 소유권 이전 등기 청구 소송과 함께 부동산 처분금지 가처분을 병행해 B씨가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리는 것을 막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부동산 처분금지 가처분은 소송 도중 매도인이 해당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것을 막는 중요한 법적 조치다.
계약 파기의 최대 변수, '이행의 착수'
하지만 매도인이 계약금의 두 배를 물어주고 계약을 해제하겠다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
법무법인 이루 염진우 변호사는 "허가를 받았다고 해서 해약금 해제가 봉쇄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중요한 지점을 짚었다.
염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를 받았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아직 이행의 착수가 있다고 볼 수 없어 매도인으로서는 민법 제565조에 의하여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행의 착수란 중도금 지급처럼 계약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선 것을 의미하며, 일단 이행에 착수하면 상대방은 마음대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
즉, 매도인이 배액배상을 하며 계약을 깨는 것을 막으려면 A씨가 서둘러 이행의 착수에 해당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염 변호사는 "원하는 것이 계약 진행이라면 남은 시간이 매우 짧다"며 "당장 실행할 이행착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약서 조항도 살펴야…'허가 전' 문구가 핵심
A씨의 계약서에 명시된 '허가 승인 이전에 해약할 경우 배액배상'이라는 조항의 해석도 중요하다.
클로저 법률사무소 이태준 변호사는 "약정서가 토지거래허가 승인 이전 해약에 대해서만 배액배상을 규정하고 있다면, 이미 허가가 난 이후의 해제에는 해당 조항이 그대로 적용되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조항이 허가 이후에는 매도인이 임의로 해제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면 A씨에게 유리하다.
법무법인 쉴드 박수범 변호사는 "매매약정서에 정해진 해제 가능 시점도 이미 도과한 것으로 보인다"며 "내용증명을 통해 이행을 최고하고 소유권이전등기청구 소송 등으로 나아가는 절차를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결국 A씨가 계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신속한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
신언 법률사무소 박영재 변호사는 "먼저 기존 계약대로 매매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이 좋다"며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