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불명 어머니 병원에 입원 시켜 놓고 홀연히 사라진 아들⋯무슨 죄?
의식불명 어머니 병원에 입원 시켜 놓고 홀연히 사라진 아들⋯무슨 죄?
보호자인 아들의 연락 두절로 병원비 2년 가까이 밀려⋯진료 중단 위기
아들은 '존속유기죄' 가능⋯다만, 유기에 해당하는가는 쟁점 될 수도
진료비 장기미납은 사기죄로 고소하고, 민사 소송 통해 받아낼 수밖에

의식불명의 어머니를 병원에 입원 시켜 놓고 사라져 버린 아들. 법적으로 어떤 조치를 할 수 있을까. /셔터스톡
고요한 전자음만이 가득한 병실. 의식불명의 여성이 누워있다.
그녀가 병원에 온 것은 2년 전. 유일한 보호자였던 아들은 어머니를 입원시킨 후 자취를 감췄다. 이 때문에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고민이 많다.
미납된 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진료비를 더는 두고 볼 수 없기 때문. A씨는 입원 당시 작성한 병원비 납부 서약서의 인적 사항으로 아들 B씨에게 매일 연락을 취하고 있지만, 대꾸가 없다.
의식불명의 어머니를 병원에 입원 시켜 놓고 사라져 버린 아들. 법적으로 어떤 조치를 할 수 있을까.
A씨의 고민을 본 변호사들은 우선 B씨가 존속유기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법무법인 해율의 안성열 변호사는 "아들이 단순한 진료비 지급 불이행을 넘어서 의식불명인 어머니와 관련된 모든 병원 연락을 회피하고, 병문안이나 간병을 전혀 하지 않는 것 문제가 있다"며 "법률상 부모에 대한 보호 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존속유기죄에 해당 소지가 크다"고 봤다.
존속유기죄는 형법상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부모·조부모)을 유기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다.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돼 있다.
직계존속을 유기해 생명에 위험이 발생한 때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 직계존속을 유기해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법무법인 해자현의 조은결 변호사도 "형사적으로 존속유기죄에 해당해 사법처리할 수 있는 사안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그러나 병원과 같은 일정한 보호시설에 환자를 입원 시켜 놓았다면, 보호자가 보호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유기'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법무법인 강호의 오준성 변호사는 "존속유기죄로 볼 경우, 병원에 입원시키고 방치하는 것이 유기에 해당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며 "구체적 사안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변호사들은 B씨를 사기죄로 고소하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법무법인 다산 김춘희 변호사는 "병원비를 결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의식불명인 환자를 입원시킨 뒤, 병원비를 지급하지 않고 잠적한 사실과 관련해 사기죄로 고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준성 변호사 역시 "아들 B씨가 진료비 납부 의무를 확인하는 서약서까지 남겼다는 면에서, 지급 의사와 능력이 있는 것처럼 기망해 사기죄를 저지른 것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동안의 병원비는 어떻게 받아낼 수 있을까.
법무법인 해냄의 조대진 변호사는 "진료비 지급 불이행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하라"고 조언했고, 공동법률사무소 인도 안병찬 변호사도 "지급명령이나 민사소송 진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법무법인 다움의 이성준 변호사는 "진료비채권의 경우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면서 민사적 절차를 서두를 것을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