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축하한다"더니…월세 40만원 인상 요구한 집주인
"청약 축하한다"더니…월세 40만원 인상 요구한 집주인
새 세입자 구해오라더니 시세보다 33% 높은 월세 고집

청약 당첨으로 중도 퇴실을 합의한 세입자에게 집주인이 시세보다 33%나 높은 월세를 요구하며 보증금 반환을 사실상 거부했다. / AI 생성 이미지
청약 당첨의 기쁨도 잠시, 집주인의 돌변에 세입자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중도 퇴실에 흔쾌히 동의하며 "축하한다"던 집주인이, 시세보다 33%나 높은 월세를 새 조건으로 내걸며 사실상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고 나선 것. 녹취록까지 확보된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집주인의 과도한 요구가 '신의칙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며 법적 대응이 가능하다고 조언한다.
"축하한다"던 집주인의 두 얼굴…월세 40만원 인상 요구
아내와 함께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120만 원짜리 집에서 살고 있던 A 씨. 최근 그에게 꿈에 그리던 '내 집 마련'의 기회가 찾아왔다. 청약에 당첨된 것이다.
A씨는 즉시 집주인에게 연락해 사정을 설명했다. 다행히 집주인은 "청약을 축하한다"며 계약 기간 만료 전 이사, 즉 중도 해지에 동의해 주었다. 다만 새로운 세입자는 A씨가 직접 구하는 조건이었다. 관례에 따른 조건이었기에 A씨는 흔쾌히 동의하고 감사함을 표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입주까지 두 달여 남은 상황에서 집주인은 돌연 A씨에게 주변 최고가 매물을 근거로 월세를 160만 원으로 올려 새 세입자를 구하라고 요구했다. 기존 120만 원에서 40만 원, 무려 33%나 인상된 금액이었다.
A씨가 직접 부동산을 돌아보며 확인한 주변 실거래가는 130만 원에서 140만 원 수준. A씨는 실거래가 자료까지 첨부해 집주인에게 보냈지만, 집주인은 5000/160 조건을 고집하며 요지부동이었다.
홧김에 "계속 살겠다"…계약 해지, 없던 일 될까?
계속되는 집주인의 무리한 요구에 스트레스가 쌓인 A씨는 홧김에 "이런 식이면 저도 나갈 수 없어요. 계속 살아야 해요"라고 말해 버렸다. 그리고는 이 발언이 혹시 기존의 해지 합의를 철회하는 것으로 비칠까 전전긍긍하게 됐다.
이에 대해 와이에이치 법률사무소의 김영호 변호사는 "홧김에 '계속 살아야 해요'라고 말한 것만으로는 해지 철회 의사표시로 인정되기 어렵다"며 "합의 해지의 효력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선을 그었다. 감정적인 항의 표시가 법적 효력을 갖는 계약 철회로 해석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전문가들 "명백한 신의칙 위반, 보증금 반환 소송 가능"
법률 전문가들은 집주인의 행위가 법적으로 문제될 소지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법률사무소 조이의 윤관열 변호사는 "통상적으로는 기존 계약 조건과 유사한 수준에서 세입자를 구하면 충분하며, 시세를 현저히 초과하는 임대료를 고집해 계약 성사를 어렵게 만드는 요구는 신의칙상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집주인이 새 계약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응 방안으로는 우선 '내용증명' 발송이 추천됐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이동규 변호사는 "법무법인 명의의 내용증명으로 시세 기준 임차인을 주선하였으나 임대인이 거절한 상황이라는 점을 남기고, 퇴거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식적으로 자신의 의무 이행 노력을 증거로 남기라는 취지다.
만약 이사 날짜가 되었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면,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 대항력을 유지한 채 이사하고, 이후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을 통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김영호 변호사는 "합의 해지가 성립된 이상, 이사 날짜 이후에는 원칙적으로 월세를 납부할 의무가 없다"고 덧붙였다. A씨가 확보한 통화 녹취록은 이 모든 법적 절차에서 유리한 증거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