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 직장서 걸려온 전화 "당신의 부하 직원이었던 사람이 횡령했으니 책임져라"
퇴사한 직장서 걸려온 전화 "당신의 부하 직원이었던 사람이 횡령했으니 책임져라"
당시 '결재권자'였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 위기⋯꼭 책임져야 하는 일일까?

옛 직장의 부하직원이 회삿돈을 횡령해 잠적했다고 한다. 이에 당시 결재 서류에 도장을 찍어준 A씨에게 불똥이 튀었다. 과연 그에게 법적 책임이 있을까?/게티이미지코리아
오랜만에 이전에 다니던 직장 동료에게서 전화가 왔다. A씨는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를 건넸지만, 상대방의 목소리는 무겁다.
전화를 걸어온 옛 동료는 전화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A씨가 이전 직장에 근무할 당시 부하직원으로 있던 B씨가 회사 자금을 횡령해 잠적했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한 마디 덧붙였다
"혹시, 서류 결재할 때 이상한 점 없었나요?"
찜찜한 마음으로 통화를 마친 A씨. 며칠 뒤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잠적했던 B씨가 횡령한 돈을 모두 변제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 A씨. 그것으로 사건이 일단락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이번 횡령 사건이 벌어졌을 당시 관리자가 A씨였으니, A씨에게도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것이었다.
회사 측의 주장은 이랬다. A씨가 B직원의 횡령과 관련된 서류에 결재도장 찍었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관리책임자로서 확인 의무를 소홀히 했으니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참 전에 그만둔 직장과 소송을 벌일 위기인 A씨. 정말 이런 경우, 법적 책임이 있는지 알고 싶다며 변호사 도움을 구했다.
A씨의 옛 회사가 업무상과실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해도, A씨의 고의나 중과실을 입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변호사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법무법인 차원의 김진우 변호사는 “회사가 업무상과실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긴 하다”며 “이런 경우 B직원의 횡령을 눈감아준 일이 없음을 확실히 하고, 그러한 사실을 알아채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내용을 법리에 맞게 구체적으로 담은 답변서를 제출하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퍼스트(The First Law)의 김민웅 변호사는 “만약 회사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다면 A씨의 중과실을 입증해야 할 것인데, 그것은 불가능할 것이라 보인다”며 “그런데도 소송을 제기하면 회사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서앤율의 정병주 변호사는 “부하직원이 정교하게 준비한 거짓 서류로 결재를 받은 것이라면 A씨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 같다”며 “이러한 사정들을 잘 정리해 자신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라”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나란의 서지원 변호사는 “단순히 결재자라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질 필요는 없다”며 “고의 및 중과실이 없었음을 이유로 대응을 하라”고 조언했다.
김민웅 변호사는 “결재자의 책임을 묻는 것이라면 최종결재자인 CEO(최고경영자)의 책임이지, 중간관리자인 A씨의 책임이라고 볼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정병주 변호사는 “A씨가 전 회사에 B직원의 횡령 사건을 알기 어려웠으므로 법적인 책임을 지지는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