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아파 못 간다" 통보만 하면 끝?…법원, 증빙 없는 '불출석사유서'에 과태료 폭탄
"몸 아파 못 간다" 통보만 하면 끝?…법원, 증빙 없는 '불출석사유서'에 과태료 폭탄
막연한 사유는 궐석재판·감치 등 강력 제재 초래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법정 출석은 사법 절차를 이행하기 위한 국민의 공적 의무다. 하지만 질병이나 사고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기일에 출석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제출하는 것이 '불출석사유서'다. 많은 이들이 단순히 사유서를 제출하기만 하면 출석 의무가 면제된다고 오해하지만, 법적 근거와 증빙이 없는 서면은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271조는 "공판기일에 소환 또는 통지서를 받은 자가 질병 기타의 사유로 출석하지 못할 때에는 의사의 진단서 기타의 자료를 제출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불출석사유서는 단순한 '통보'가 아니라 법원을 설득하기 위한 '입증'의 과정이다. 정해진 법정 양식은 없으나 사건번호, 인적 사항, 공판기일 일시, 그리고 구체적인 사유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개인 사정으로 불참"…추상적 변명이 불러오는 '재판 패소'의 서막
법원이 인정하는 '정당한 사유'의 문턱은 생각보다 높다. 판례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란 질병, 교통기관의 두절, 관혼상제, 천재지변 등 당사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객관적인 사정으로 제한된다(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다56616 판결). 업무상 바쁨이나 단순한 개인 일정은 인정되지 않는다.
특히 건강상의 이유는 가장 엄격한 잣대가 적용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2015. 11. 26. 선고 2015노1289 판결)은 "고혈압과 시신경 손상 등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한다"는 취지의 사유서가 제출되었음에도, 법정 출석이 불가능함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소명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를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증인에게는 '500만 원 과태료', 피고인에게는 '궐석재판' 강행
불출석사유서가 수용되지 않았을 때의 불이익은 매우 구체적이고 치명적이다. 증인의 경우 소환장을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하면 형사소송법 제151조에 따라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과태료 처분 후에도 재차 불응하면 7일 이내의 감치(유치장 등에 수용)에 처해질 수 있으며, 강제 구인 절차가 진행되기도 한다.
피고인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정당한 사유 없이 2회 이상 공판기일에 불출석하면 피고인의 진술 없이 재판을 진행하는 궐석재판이 개시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365조,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1도1094 판결). 최근 대법원(2020. 10. 29. 선고 2020도9475 판결)은 코로나19 검사 예정임을 내세워 불출석한 피고인에 대해 "선고를 늦추기 위한 구실"이라 판단하고, 피고인 없이 항소 기각 판결을 내린 원심이 정당하다고 확정했다.
민사소송에서는 '소 취하 간주'라는 경제적·법적 손실이 발생한다. 양쪽 당사자가 2회 불출석한 후 1개월 이내에 기일지정신청을 하지 않으면 소송 자체가 없던 일이 된다(민사소송법 제268조). 이는 법률상 당연히 발생하는 효과로, 나중에 소송 의사가 있었다고 주장해도 번복할 수 없다(대법원 1982. 10. 12. 선고 81다94 판결).
'기일 3일 전' 제출이 골든타임…철저한 증빙만이 유일한 방패
전문가들은 불출석사유서 제출 시 '구체성'과 '사전성'을 지킬 것을 강조한다. 질병 시에는 반드시 진단서를 첨부해야 하며, 해외 출장 등 업무적 사유일 경우 항공권이나 출장명령서 등 객관적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제출 시기 또한 중요한데, 국회 증인의 경우 출석요구일 3일 전까지 사유서를 제출해야 하는 등 절차적 요건이 존재한다(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2).
실무적으로는 기일 직전에 제출하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신체 이상으로 변소에 다녀오느라 기일을 놓친 특수한 경우(서울고등법원 1976. 4. 29. 선고 75나1599 판결)가 아니라면, 법원은 당사자의 성실한 출석 의지를 사유서의 제출 시점과 증빙 자료의 충실도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사법 절차에서의 불출석은 단순한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재판 결과에 직결되는 법적 행위다. 불필요한 과태료와 권리 상실을 막기 위해서는 형사소송법 제271조가 요구하는 요건에 맞춰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불출석사유서를 준비하는 자세가 필수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