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깅스 입은 여성 '몰래' 찍은 남성 무죄⋯재판부 "청바지와 다를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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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깅스 입은 여성 '몰래' 찍은 남성 무죄⋯재판부 "청바지와 다를 것 없다"

2019. 10. 28 15:55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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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벌금형' → 2심 '무죄'⋯ 판결이 뒤집힌 이유는?

레깅스 입은 여성의 엉덩이를 몰래 촬영한 것은 무죄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레깅스’를 입은 젊은 여성의 엉덩이는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신체 부위가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의정부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오원찬)는 지난 24일, 레깅스 바지를 입은 여성 B씨의 엉덩이 부위를 동영상으로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은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 유죄 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레깅스 입은 여성 몰래 촬영한 남성, 1심에서 벌금 70만원

A씨는 지난해 버스를 타고 가다 레깅스 바지를 입은 B씨가 차에서 내리기 위해 버스 단말기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 휴대전화기를 꺼내 그녀의 엉덩이 부위 등 하반신을 8초 정도 몰래 동영상으로 찍었다. 이로 인해 A씨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11월 말 열린 1심 재판에서 A씨는 벌금 70만 원과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이수 24시간을 선고받았다. 이에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은 “카메라나 그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사람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심에서 뒤집힌 판결 “레깅스 입은 여성, 청바지 입은 것이나 다를 게 없다”

항소심 판결은 A씨가 촬영한 동영상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촬영한 것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다 ‘레깅스 바지를 입은 B씨의 엉덩이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부위인지’ 여부가 쟁점이 된 것이다.


재판부는 "(판단을 위해서는) 피해자와 같은 성별, 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의 관점에서 검토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옷차림, 노출의 정도 등은 물론, 촬영자의 의도와 촬영 경위, 촬영 장소와 각도, 촬영 거리, 특정 신체 부위의 부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체적·개별적·상대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도 인용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법리를 바탕으로 사건을 종합해볼 때, A씨가 촬영한 B씨의 엉덩이 등 하반신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하는 신체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입고 있는 레깅스는 피해자와 비슷한 연령대 여성들 사이에서 일상복으로 활용되고 있고, 소재가 다를 뿐 몸매를 드러내는 데는 몸에 딱 붙는 청바지(스키니진)와 별반 차이가 없다”며 “레깅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어서 성적 욕망을 유발했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무죄 판결 근거는? 피해자의 '성적수치심' 유발 여부

아울러 “피해자가 경찰 조사에서 당시 심정에 대하여 ‘기분 더럽고,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나, 왜 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진술했다”며 “이에 비춰볼 때 A씨의 행위가 부적절하고 불쾌감을 유발한 게 분명하지만, 피해자의 성적 수치심을 유발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의 동영상 촬영에 직접 노출된 피해자의 신체 부위는 손목과 발목이 전부였고, 피해자의 엉덩이 부위를 확대하거나 부각하지 않았으며, 촬영 각도도 사람의 시야에 통상적으로 비춰지는 부분 그대로였다”고 덧붙였다.


레깅스가 일상복이라면, 일반적인 사람 시야 정도에서 찍은 동영상은 성폭력범죄라고 규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수사당국이 A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디지털 분석을 해 본 결과 추가로 입건할만한 영상은 나타나지 않았고, 피해자 B씨가 A씨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것도 무죄판결에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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