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했으니 선처받았어야 했는데⋯"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던 장대호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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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했으니 선처받았어야 했는데⋯"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던 장대호의 '착각'

2020. 03. 20 17:03 작성
조하나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one@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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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지난 19일 '한강 몸통 시신 살인사건' 항소심에서 사형 구형

"자수하지 말 걸 그랬다" 장대호, 후회 의사 밝혀

자수하면 꼭 형량을 낮춰줘야 하는 걸까? 변호사와 알아봤다

'한강 몸통 시신 살인사건'의 범인 장대호가 범죄를 저질렀거나 (예비)범죄자에게 조언 아닌 조언을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캡처

"여러분들은 반드시 나의 경우를 기억하여 나와 같은 멍청한 짓은 하면 안 된다."


'한강 몸통 시신 살인사건'의 범인 장대호가 범죄를 저질렀지만 붙잡히지 않은 사람들에게 조언 아닌 조언을 했다. "자수해봤자 소용없으니, 협조하지 말라"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인터넷에 공개된 장대호의 옥중 '회고록'에 등장하는 이 조언에는 후회가 가득하다. 가장 후회되는 대목은 '자수' 부분에 있었다. 장씨는 "경찰에 자수하며 수사 협조를 했으니 형을 감경받아야 했는데, 못 받았다"고 했다.


자수했는데도 선처가 없었다는 것을 근거로 '자수 무용론'을 제시한 것이다. 이 말은 얼마나 사실일까. 형사 사건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들과 함께 알아봤다.


형량을 낮추는 요소 '자수', 하지만 100%는 아니다

우리 법은 '자수한 사람'의 형을 낮출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두고 있다. 법무법인 에이치스의 김용태 변호사는 "형법 제52조 제1항은 죄를 범한 후 수사기관에 자수한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조항을 "감경을 반드시 해줘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는 없다. 감경 가능성을 열어둔 '임의적 감경 요소'다. 김 변호사는 "자수는 형의 임의적 감면 사유에 해당하므로, 법원이 자수에 대한 감경을 하지 않았다고 하여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즉 장씨가 "자수했는데도 형을 감경해주지 않았으니 부당하다"고 말하는 건 잘못된 전제 위에 있는 주장이다.


'한강 몸통 시신사건' 피의자 장대호. /연합뉴스
'한강 몸통 시신사건' 피의자 장대호. /연합뉴스


장대호의 형 높이는 요소는 4개, 형 낮출 요소는 1개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살인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보면 이는 더 명확해진다. 양형이란 형벌의 양을 정하는 것이고, 대법원은 대표적인 '양형 기준'을 분류하여 정리했다.


위원회는 형을 높이는 가중 요소로 ① 사체손괴, ② 잔혹한 범행 수법, ③ 반성 없음, ④ 사체유기 등을 두고 있다. 반대로 감경 요소는 ① 자수 ② 진지한 반성 등이라고 규정한다.


이에 따르면 장씨는 감경 요소는 하나뿐(①)이지만, 가중 요소는 네 가지(①~④)다. 이에 따르더라도 중형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법무법인 갑을의 옥민석 변호사는 "수사에 협조하고 자수를 했다고 하더라도 사체를 손괴하고 범행 수법이 잔혹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형량이 줄어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형량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률자문
'법무법인 갑을'의 옥민석 변호사, '법무법인 에이치스'의 김용태 변호사, '법률사무소 율인'의 윤승환 변호사. /로톡DB
'법무법인 갑을'의 옥민석 변호사, '법무법인 에이치스'의 김용태 변호사, '법률사무소 율인'의 윤승환 변호사. /로톡DB


'진정성' 없는 자수는 소용없어

더불어 자수는 범죄에 대한 반성, 즉 진정성을 전제로 한다. 이 때문에 형식적인 자수는 감형과 관계가 없다. 특히 감형을 노리고 자수한 경우엔 아무런 이점을 얻지 못한다.


법률사무소 율인의 윤승환 변호사는 "수사기관의 수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자수를 했다거나, 범죄를 계획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자수하는 등 범행의 동기와 방법, 피해의 정도에 따라서 감경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극악무도한 범죄는 자수를 했다고 해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아, 수사 과정에서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기도 한다.


윤 변호사는 "장대호가 한 사체 손괴 및 유기는 치밀하게 범죄 행위를 은닉하기 위해 준비한 행위로 볼 수 있고, 자수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 진정성이 있다고 보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담당 재판부도 이에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과 태도, 범행의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한다"고 말했다.


19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한강 몸통시신 사건' 피의자 장대호(38)의 항소심 공판을 지켜보고 나온 피해자 유족들이 장대호의 태도에 분통을 터뜨리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검찰은 원심 구형과 같은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연합뉴스
19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한강 몸통 시신 사건' 피의자 장대호(38)의 항소심 공판을 지켜보고 나온 피해자 유족들이 장대호의 태도에 분통을 터뜨리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검찰은 원심 구형과 같은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연합뉴스


변호사들이 보는 장대호의 운명은?

변호사들은 장씨의 자수와 이에 따른 감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김용태 변호사는 "장대호가 자수를 하기는 했지만 그 외에 잘못을 뉘우치는 모습이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에 법원이 감경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승환 변호사 역시 "1심 재판부는 장대호가 반성하지 않는다거나, 죄질이 아주 나쁘다고 판단해 '무기징역'을 선고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즉, 2심 재판부도 이렇게 판단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옥민석 변호사 또한 "장대호의 회고록을 보면 오히려 피해자가 죽은 것이 정당하다는 취지로 변명하기 바쁘고, 수사에 협조한 것도 자신의 범행을 과시하는 것처럼 보이므로 형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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