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빈 일당에 '범죄단체조직죄' 적용⋯하지만 '범죄단체'는 아닙니다" 대체 무슨 뜻?
"조주빈 일당에 '범죄단체조직죄' 적용⋯하지만 '범죄단체'는 아닙니다" 대체 무슨 뜻?
검찰, 조주빈 등 박사방 공범 38명 '범죄단체조직죄' 혐의로 기소
'범죄단체조직죄' 적용했지만 '범죄단체' 아닌 '범죄집단'으로 규정
박지용 변호사 "법원으로부터 유죄 인정받기 위해 입증 수월한 범죄집단 적용한 듯"

검찰이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박사방' 피의자들을 '범죄단체조직죄'로 기소했다며 대대적인 브리핑에 나섰다. 그런데 검찰은 "조주빈 일당이 범죄단체는 아니다"라고 말한 대목이 있다. 범죄단체가 아니라 범죄집단으로 규정한 것이다. /셔터스톡⋅편집=이지현 디자이너
"박사방 조직, 범죄단체조직죄로 기소."
지난 22일, 검찰이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박사방' 피의자들을 '범죄단체조직죄'로 기소했다며 대대적인 브리핑에 나섰다. 브리핑 내용을 담은 기사 수백개가 쏟아졌다.
그런데 이날 브리핑에는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검찰이 '범죄단체조직죄'로 기소는 하지만 이들이 "범죄단체는 아니다"라고 말한 대목이었다. 이날 질의응답에서도 "범죄단체로 의율할 수는 없지만 범죄단체조직죄로 처벌하고자 한다"는 걸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
얼핏 들으면 모순되는 설명 같았지만, 형사 사건 경력이 많은 변호사는 "검찰이 머리를 썼다"는 평가를 했다. "범죄단체 대신에 '범죄집단'으로 이들을 규정하면, 유죄를 받아내기 훨씬 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인지 로톡뉴스가 정리해봤다.
전국구 조직폭력배나 국제적인 보이스 피싱 조직에 적용되던 '범죄단체조직죄'. 검찰은 이번에 사상 최초로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 적용했다. '첫 케이스'인 만큼 법원에서 최종 유죄를 받아내기 위해 갖가지 경우의 수를 모두 고려했다.
그런 노력의 방편으로 '범죄단체'가 아닌 '범죄집단' 적용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한다.
'범죄단체'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 요건이 필요하지만, '범죄집단'은 세 가지 요건만 있으면 된다. 범죄를 입증할 책임이 있는 검찰 입장에서 범죄 입증이 훨씬 수월한 것이다.
처벌 효과는 어떨까. 양쪽 모두 형법 제114조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된다. 법정형까지는 같은 셈이다. 정리하자면 입증은 쉽고, 처벌은 비슷하게 내릴 수 있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인천지법 판례에 따르면 범죄단체가 성립하기 위해선, 다음 다섯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①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공동의 목적으로 함
②다수인의 결합체
③조직을 구성하는 일정한 체계⋅구조
④시간적 계속성(일시적으로 구성된 조직인지 여부)
⑤지휘 통솔 체계
범죄집단은 어떨까. ①번에서 ③번까지만 만족해도 성립한다.
따라서 검찰 입장에서 '유죄 입증'을 하려면, 입증해야 할 조건이 적은 범죄집단을 선택하는 편이 수월하다. 처벌 가능성이 보다 확실해지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해밀의 박지용 변호사는 검찰의 선택에 대해 "검찰이 유죄 판결을 끌어 내기 위해 안전하게 기소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검찰이 수사나 증거 수집에 있어 생각보다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즉, 범죄단체 조직으로 보기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완화된 '범죄집단'을 적용해 처벌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범죄집단으로 인정만 되면, 범죄단체와 똑같은 법정형을 적용받는다.
결과적으로 유죄를 받게 하는 안전한 방법인 동시에, 검찰로서는 처벌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실리를 챙길 수 있다.
또한, 디지털 성착취물 제작과 유포에 해당 조항이 처음 적용된 것도 의미 있는 점으로 꼽았다.
박 변호사는 "검찰이 조직폭력배와 같은 강력범들을 처벌할 때 적용되던 법 조항을 선례가 없는 상황에서, 추가 기소를 하는 결단을 내렸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