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경할 수밖에 없다" 재판부 판단에도⋯역대 최대 45년 징역 선고받은 '묻지마 살인범'
"감경할 수밖에 없다" 재판부 판단에도⋯역대 최대 45년 징역 선고받은 '묻지마 살인범'
고시원 옆방 사람 살해 후⋯5시간 만에 옥상에서 처음 마주친 사람 또 살해
연쇄살인에도 '사형'이나 '무기징역' 나오지 않은 이유는, 정신병력 때문

무차별적인 연쇄살인을 저질렀던 중국 동포. 징역 45년이라는 최대 형량을 선고받긴 했지만,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없던 건 그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셔터스톡⋅편집=이지현 디자이너
5시간 만에 서울 도심에서 두 사람을 '묻지마살인'한 30대 중국 동포 A씨에게 45년형이 선고됐다. 피고인은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45년형을 받았지만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었다.
항소심 재판을 맡은 서울고법도 지난 7일 똑같이 45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별다른 이유도 없이 옆방에 사는 사람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지하철 역사에서 태연하게 피를 씻은 뒤, 새로운 범행 도구를 준비해 또다시 아무런 잘못도 없는 직장인을 죽였다"고 밝혔다.
다만, 2심 재판부는 "감경된 형사처벌을 과할(내릴) 수밖에 없다"고 판결문에 썼다. 무차별적인 연쇄살인이었음에도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없던 건, 그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30대 중국 동포 A씨는 고시원 옆방에 사는 B씨를 살해했다.
A씨는 미리 준비해 간 34cm짜리 식칼을 몸 뒤에 숨긴 채, B씨의 방문을 두드려서 "라이터 좀 빌려달라"고 말을 건넸다. 방 안에 있던 B씨가 라이터를 찾기 위해 시선을 돌린 순간 무방비 상태였던 B씨의 몸을 다섯 차례 찔렀다. 가슴과 복부 등 치명적인 부분이었다.
B씨 역시 중국에 있는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홀로 한국에 와서 일하던 이주노동자였다.
범행이 벌어진 곳은 방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구조의 고시원이었지만,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A씨는 태연하게 자리를 떠날 수 있었다.
A씨는 범행에 쓰인 식칼을 고시원 공용 주방 수납함에 넣어둔 뒤 밖으로 나갔다. 검찰이 확보한 CC(폐쇄회로)TV를 보면, 그는 인근 지하철역 화장실로 이동해 그곳에서 팔에 묻은 피를 씻었다.
피를 닦은 A씨는 곧장 마트로 가서 비슷한 길이의 식칼을 구매했다. 그걸 들고 인근 건물 옥상에 올라가 배회했다. 그때 두 번째 피해자와 마주쳤다. 일하다 잠시 쉬러 올라왔던 31세의 사회 초년생 C씨였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C씨에게 시비를 건 뒤 준비한 칼로 피해자의 목을 찔러 살해했다. 여러 번 휘두른 게 아니라 단 한 차례 공격으로 저지른 범죄였다.
검거 직후 A씨는 경찰에 "아무나 죽이려고 칼을 구입했다"고 진술했지만, 법정에서는 "피해자가 먼저 욕설을 해서 화가 나 칼로 찔렀다"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1⋅2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묻지마살인'으로 봤다.
A씨의 범죄는 구속된 후에도 그치지 않았다. 구치소에서도 폭력을 휘둘렀고, 이 점은 2심 재판에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고법 제5형사부(재판장 윤강열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진정으로 범행을 반성하거나 참회하지 않은 것은 물론 오히려 구치소 폭력 사건에서 보듯 계속해서 자신의 공격적, 폭력적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하여 사회 일반의 안전을 지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1심 재판부에 이어, 2심 재판부가 내린 징역 45년은 민간 법원이 내린 역대 최대 형량이다. 이 형량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최종 확정된 형량 중에 최대치로 역사에 기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