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비밀 폭로하겠다"며 5억 뜯어 낸 대리모, 법원의 판단은?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출생 비밀 폭로하겠다"며 5억 뜯어 낸 대리모, 법원의 판단은?

2019. 10. 07 18:54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대리모를 통해 아들을 얻은 재력가 부부, 대리모에 협박당해

재판부 "비밀 폭로, 언론에까지 보도되며 아이에 상처"

가족들에게 대리모를 통해 출산한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아이 부모로부터 거액을 뜯어낸 대리모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셔터스톡

"젊고 미약했던 저를 겁박해 아들을 출산하게 했습니다. 7년 동안 제게 연락만 좀 바란다고 수없이 말했으나 개돼지만도 못한 취급을 7년간 당했습니다. (⋯)"


지난 2017년 다음 아고라에 모두를 분노케 만든 한 편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대리모라고 밝힌 작성자는 자신이 젊은 시절 한 부부의 겁박으로 그들의 아이를 출산하게 됐고 다시 아이를 만나고 싶었지만, 연거푸 거절당했다고 사람들에게 호소했다.


그는 난임 부부의 남편이 유명 학원 대표라며 부부의 실명을 폭로했다. 그러면서 이들 가족이 서류를 조작해 출생신고를 하는 등 사문서를 위조했다고도 주장했다. 가난한 20대 여성이 상류층 부부에게 몹쓸 짓을 당했다는 이 내용은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여러 SNS로 급속도로 퍼지며 사람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그러나 이 글은 모두 거짓이었다.


아이가 절실했던 난임 부부, 대리모 출산이 악몽의 시작

사실은 이랬다. 치과의사 A씨는 남편 B씨(영어학원 원장)와 사이에서 아이가 생기지 않자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갖기로 했다. 불법이라는 걸 알았지만 상황이 절실했다. 2005년 11월 인터넷 사이트 ‘대리모 카페’에서 C씨를 만나 체외 수정을 통해 2006년 9월 사랑스러운 아이 D군을 만났다. 그러나 그것이 악몽의 시작이었다.


A씨 부부로부터 8000만원을 지급받은 C씨는 출산 후 약 4년이 지났을 무렵 B씨에게 전화해 3000만원을 달라고 요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서울의 본가로 찾아가 아이의 출생비밀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했다. 처음엔 거절했지만 영어학원까지 찾아와 "본가를 찾아가 모든 비밀을 말하겠다"고 난동을 피워 결국 3000만원을 뜯어냈다.


이것을 시작으로 C씨는 2012년 1월까지 36회에 걸쳐 모두 5억 4000여만원을 A, B씨 부부로부터 갈취하는 공갈죄를 저질렀다.


대리모 C씨는 2010년 4월부터 2012년 1월까지 총 36차례에 걸쳐 5억 4천여만원을 받아냈다


대리모 "돈 더 내놔라, 안 그러면 '출생의 비밀' 폭로하겠다"⋯ 76회에 걸쳐 협박

C씨는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 돈을 요구했다. “아들의 출생 비밀을 인터넷과 매스컴에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며 돈을 요구했다. 그러나 부부가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자 2017년 8월 서울가정법원에 이들 부부를 상대로 아들이 자신이 낳은 아이라는 내용의 친생자관계존부확인소송을 제기했다. C씨는 이때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76회에 걸쳐 인터넷에 “아이의 출생 비밀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성 글을 올렸다.


C씨는 합의금 6억 5000만원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아이의 출생 비밀 폭로 등의 위해를 가할 것처럼 A, B씨 부부를 협박했지만, 끝내 이 돈은 받아 내지 못했다.


재판부 "한 가정의 행복을 깨고 한 소년을 불행으로 몰고 가⋯ 엄중 책임"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형사1부(재판장 김소영)는 C씨에게 공갈죄와 사기죄로 징역 3년, 공갈미수죄와 명예훼손죄로 징역 1년 등 모두 4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C씨는 피해자 부부의 약점을 이용해 그들 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주었다”며 “한 가정의 행복과 한 소년의 유년기를 불행으로 몰고 간 C씨의 죄책이 매우 중하여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중형 선고 이유를 말했다.


재판부는 “5억원 이상을 돈을 갈취당한 피해자 부부가 더 이상 금전 요구에 응하지 않자 C씨는 절대로 누설해서는 안 될 아이의 출생 비밀을 폭로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해 그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다”며 “이 일로 충격과 상처를 받은 아이가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게 됐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불법 대리출산을 부탁한 A씨 부부에게도 이 사건 피해 발생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