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양육비 안 받겠다" 합의 vs 성인 자녀 "과거 부양료 달라"...법원 판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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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양육비 안 받겠다" 합의 vs 성인 자녀 "과거 부양료 달라"...법원 판단은

2025. 11. 06 09:50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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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부모 간 양육비 포기 약정, 자녀 고유 권리 없애지 못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혼외자로 태어난 A씨. 그를 홀로 낳아 키운 어머니는 20여 년 전 A씨의 아버지와 합의서를 썼다. "2004년까지 양육비 3천만 원을 지급하고, 이후에는 더 이상 양육비를 주지 않는다. 아버지는 아이를 만나지도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 약속조차 지키지 않았고, 어머니는 결국 소송을 걸었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는 양육비를 포함한 일체의 부담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법원의 조정이 이뤄졌다.


20년이 지나 성인이 된 A씨는 최근 유전자 검사로 친자 관계를 공식 확인했다. 그는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의 과거 법적 조정과 상관없이, 자신이 받지 못한 과거 양육비를 직접 청구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부모끼리 "양육비를 받지 않겠다"고 법원에서 조정까지 마쳤는데, 다 자란 자녀가 이를 뒤집고 돈을 요구할 수 있을까. 6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이 사연의 법적 쟁점을 다뤘다.


부모의 양육비 포기 합의, 자녀에겐 '무효'

부모 사이의 합의는 자녀의 고유한 권리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김나희 변호사는 이날 방송에서 "대법원은 양육비 포기 합의는 부모 사이의 문제일 뿐, 자녀의 고유한 권리를 없앨 수는 없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즉, 부모가 "장래의 양육비 채권을 포기하기로 약정"했더라도, 이것이 "자녀의 복리에 반한다면 그 포기의 효력이 자녀에게 미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고한 태도다.


부양 의무는 '출생과 동시에' 발생

A씨의 아버지가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시점은 '인지(혼외자를 자기 자식으로 인정하는 행위)' 판결이 난 지금부터일까, 아니면 A씨가 태어난 20여 년 전부터일까.


김나희 변호사는 "부모의 자녀 양육 의무는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누가 친권을 갖는지, 누가 실제 양육을 하는지와 관계없이 "친자 관계의 본질로부터 발생하는 의무"다.


특히 인지 효력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우리 민법(제860조)은 "인지는 그 자의 출생 시에 소급하여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한다.


김 변호사는 "인지 판결이 확정되면 법률상 부양 의무가 현실화되는 것이지만, 그 효력은 자녀의 출생 시로 소급된다"며 "따라서 인지 판결 이전의 기간에 대해서도 자녀 역시 친부를 상대로 과거 양육비 또는 부양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법원, 성인 된 혼외자의 '과거 부양료' 청구 인정

법원의 입장에 따르면, A씨처럼 성인이 된 혼외자가 자신의 미성년 시절에 대해 과거 부양료를 청구하는 것이 가능하다.


김나희 변호사는 "최근 대법원은 혼외자가 친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부모 일방이 양육비 청구권을 포기했더라도, 혼외자가 성년이 되어 과거 부양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당시 재판부는 "혼외자의 이런 부양료 청구가 신의성실 원칙에 위반된다고도 보기 어렵다"며, 과거 부양료 7천만 원을 인정한 원심을 확정하기도 했다.


다만 예외는 있다. 김 변호사는 "자녀가 이미 부모 일방(이 사연에서는 어머니)으로부터 부모 쌍방의 생활 수준에 상응할 정도로 충분한 부양을 받았다면" 다른 부모의 부양이 필요하지 않았던 특별한 사정으로 인정돼 청구가 제한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부모 간의 과거 합의서나 조정조서는 성인이 된 자녀의 권리를 막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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