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가해자가 낸 공탁금 2000만원, 받으면 추가 소송 못 할까?
불법촬영 가해자가 낸 공탁금 2000만원, 받으면 추가 소송 못 할까?
징역 1년 확정됐지만 남은 민사소송…'이의유보' 없이 수령하면 추가 청구 막힐 수도

불법촬영 피해자가 가해자의 형사 공탁금을 받으면서 추가 민사소송을 하려면, 손해배상금 일부로 받는다는 '이의 유보' 의사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 / AI 생성 이미지
A씨는 2년 전 자신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 및 영상 유포 범죄의 피해자가 됐다. 2022년 9월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A씨가 피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2023년 12월이었다.
A씨는 곧바로 변호사를 선임해 가해자를 형사고소했고, 긴 싸움 끝에 최근 항소심에서 가해자는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가해자 측에서 2000만 원을 법원에 형사공탁했다.
형사 절차를 위임했던 로펌에 이 중 일부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 A씨는 이제 민사 소송은 혼자 진행해 보려 한다. 공탁금을 포함해 추가적인 손해배상금과 지연이자까지 받고 싶다.
가해자가 낸 공탁금을 먼저 받아도 앞으로 진행할 민사소송에 문제가 없을까? A씨는 9월 안으로 소송을 걸어야 하는 건지, 시효 문제도 궁금하다.
'이 돈 받고 끝내자'는 뜻? 공탁금, 조건 없이 받았다간 '독'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A씨는 공탁금을 먼저 받아도 추가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변호사들은 공탁금을 수령할 때 반드시 특정 조건을 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로 '이의를 유보한다'는 의사표시다.
법무법인 쉴드 박수범 변호사는 "형사공탁금을 수령할 때는 반드시 '손해배상금 중 일부로만 수령하며, 나머지 청구권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이의유보 의사표시를 명시적으로 남기고 수령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아무런 조건 없이 공탁금을 받으면, 법원은 피해자가 가해자의 공탁 취지(피해 회복)를 받아들여 모든 손해를 배상받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추가적인 손해배상 청구가 사실상 막힐 수 있다.
법무법인 평정 김단 변호사는 "이의유보 없이 수령하면 판례상 공탁원인을 수락한 것으로 보아 손해 전부에 대한 변제 효과가 발생할 수 있고, 그 경우 추가 청구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경고했다.
공동법률사무소 온기 권장안 변호사 역시 "출급청구 시 반드시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수령하며, 나머지 청구권은 유보한다'는 이의유보 의사를 명시하고 수령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적으로 이의유보 의사를 밝히고 공탁금을 받으면, 해당 금액(2000만 원)은 전체 손해배상액의 일부를 미리 받은 것으로 처리된다.
이후 민사소송을 통해 법원에서 인정하는 전체 손해액에서 이 금액을 뺀 나머지 금액과 지연이자 등을 추가로 청구할 수 있다.
소멸시효 3년, 범죄 발생일 아닌 '피해 사실 안 날'부터 계산
A씨가 궁금해한 소송 제기 시한, 즉 소멸시효 문제에 대해서도 변호사들은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A씨가 걱정하는 '9월'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라고 봤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피해자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다(민법 제766조).
법무법인(유한) 텍스트 박종태 변호사는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이 2023년 12월이므로, 소멸시효 만료일은 2026년 12월경까지로 아직 여유가 있다"며 "범죄가 발생한 2022년 9월이 아닌, 피해 사실을 알게 된 2023년 12월이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필승 김준환 대표변호사도 "가해자의 불법 촬영 및 유포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이 2023년 12월이므로, 민사소송의 소멸시효 기산점은 2023년 12월이 된다"며 "따라서 3년의 시효가 완성되는 2026년 12월 전까지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된다"고 밝혔다.
다만 변호사들은 시효 기산점을 두고 다툼이 생길 수 있으니 가급적 빨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민사소송에선 공탁금 외에 무엇을 더 받을 수 있나
민사소송에서는 형사 판결이 중요한 증거가 된다. 가해자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된 만큼, 불법행위 자체를 입증하는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민사소송의 핵심은 A씨가 입은 정신적 고통(위자료) 등 전체 손해액이 가해자가 공탁한 2000만 원을 초과한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다.
법무법인 한강 이주한 변호사는 "민사상 손해액 산정에서 이미 지급받은 금액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며 공탁금은 최종 손해액에서 공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A씨는 '지연손해금(지연이자)'도 청구할 수 있다. 법적으로 지연손해금은 불법행위가 발생한 날부터 계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법무법인 감명 신민수 변호사는 "지연손해금은 언제부터 계산할지 등을 제대로 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씨의 경우 불법행위가 발생한 2022년 9월부터 이자를 따져 받아낼 수 있다는 의미다. 소송이 제기돼 소장 부본이 가해자에게 전달된 다음 날부터는 연 12%의 높은 이율이 적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