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3년, 사망자 그대로인데 처벌은 집행유예…초라한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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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3년, 사망자 그대로인데 처벌은 집행유예…초라한 성적표

2025. 08. 28 17:20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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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수사 지연·솜방망이 처벌 실태 고발

21일 오후 전남 순천시 한 레미콘공장에서는 간이탱크 청소작업 중이던 작업자들이 의식 불명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경찰과학수사대가 현장 조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노동자 2천명이 넘게 숨져도 경영 책임자는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현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년의 초라한 성적표가 공개됐다.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를 막겠다며 야심 차게 출발했지만, 현장의 죽음은 줄지 않았고 책임자 처벌은 번번이 법망을 비껴갔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8일 공개한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영향 분석' 보고서는 법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법은 잠자고, 노동자는 죽어갔다

보고서에 따르면 법이 시행된 2022년 이후에도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매년 2천명대를 기록하며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2021년 2,080명이던 산재 사망자는 법 시행 첫해인 2022년 2,223명으로 오히려 늘었고, 지난해에도 2,098명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었다.


부상자는 2021년 12만여 명에서 지난해 14만여 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법이 무색하게 현장의 비극은 계속된 것이다.


수사만 3년째…

문제는 수사 단계에서부터 시작됐다. 법 시행 후 지난달까지 노동부에 접수된 중대재해 1,252건 중 무려 917건(73.2%)이 여전히 '수사 중'이었다. 사건 처리가 6개월 이상 지연되는 비율은 노동부 50%, 검찰 56.8%로, 일반 형사사건의 최대 5배에 달하는 거북이 수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노동부는 "범죄 구성 요건이 복잡하고, 기업들이 적극 방어에 나서면서 수사가 길어진다"고 설명했다. 안전 의무 위반과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 경영자의 과실 등을 수사기관이 모두 입증해야 하는 높은 벽 뒤로 책임자들이 숨어버리는 동안, 유족들의 애타는 시간만 흘러간 셈이다.


재판 가도 '무죄' 아니면 '집행유예'…평균 벌금 7천만원

어렵게 재판에 넘겨져도 결과는 참담했다. 1심 판결이 나온 56명 중 6명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무죄율 10.7%는 일반 형사사건(3.1%)의 3배가 넘는 수치다.


유죄를 받은 50명 중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은 이는 단 5명뿐이었다. 나머지 42명(85.7%)은 모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일반 사건의 집행유예 비율(36.5%)보다 2.3배나 높았다.


법인에 부과된 벌금 역시 평균 7,280만 원(이례적 고액 1건 제외)에 그쳐, 법이 정한 '10억 원 이하'라는 상한선이 무의미했다. 이는 영국의 기업살인법 평균 벌금액인 약 7억 7천만 원과 비교하면 현저히 적다.


이관후 국회입법조사처장은 "수사 지연과 미흡한 처벌이 법의 취지를 달성하지 못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총평했다. 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인 해법은 보고서를 직접 작성한 이동영 입법조사관의 분석에서 나왔다.


보고서는 두 가지 핵심 대안을 제시했다.


첫째, 산적한 미제 사건의 신속한 처리를 위한 '중대재해처벌법 합동수사단'(가칭) 설치다. 둘째는 기업의 재정 능력에 따라 벌금의 실효성을 높이는 '매출액·이익 연동 벌금제' 도입이다.


법의 엄중한 경고가 더 이상 현장에서 공허한 메아리로 그치지 않도록, 입법 취지를 살릴 실질적인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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