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런던 베이글 판박이"…상하이 임정 앞 '짝퉁' 매장, 법적 응징 가능할까
"누가 봐도 런던 베이글 판박이"…상하이 임정 앞 '짝퉁' 매장, 법적 응징 가능할까
인테리어·메뉴·포장지까지 '복사' 수준
K-브랜드 가치 도용에 분노한 여론
정부 차원 대응 절실

중국 상하이의 '뉴욕 베이글러스 뮤지엄' 모습 /연합뉴스
중국 상하이의 상징적인 장소인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 바로 앞에 한국의 유명 베이커리 브랜드를 노골적으로 모방한 매장이 등장해 공분을 사고 있다. 한국의 '런던 베이글 뮤지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뉴욕 베이글러스 뮤지엄'이 그 주인공이다.
단순히 이름만 비슷한 수준을 넘어 인테리어 분위기, 메뉴 구성, 심지어 포장지 디자인까지 흡사해 현지를 방문한 한국 관광객들 사이에서 "국가적 망신이자 명백한 도용"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런던 대신 뉴욕? 상하이 한복판에 나타난 '복제 매장'의 실체
최근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SNS를 통해 중국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 맞은편에서 영업 중인 '뉴욕 베이글러스 뮤지엄'의 실태를 고발했다. 서 교수는 "한국의 유명 업체를 모방한 매장이 버젓이 장사하며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며, 이는 한국 브랜드의 가치를 가로채려는 전형적인 꼼수라고 지적했다.
해당 매장은 상하이뿐만 아니라 베이징, 소주 등 중국 주요 도시로 세를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표절이 아니면 할 게 없느냐", "짝퉁이 너무 당당해서 황당하다"는 방문 후기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과거 한국의 뷰티 편집숍 '올리브영'을 모방한 '온리영', 한국 기업인 척 위장했던 '무무소' 등의 사례와 맞물려 K-콘텐츠 보호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이 매장이 '런던 베이글 뮤지엄'이 쌓아온 독창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차용했다는 점이다. 벽돌을 활용한 빈티지한 인테리어, 특유의 폰트가 담긴 포장지, 그리고 베이글의 종류와 진열 방식까지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것이 전문가와 소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름·외관·분위기 동일"…상표권 및 부정경쟁행위 쟁점은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크게 상표권 침해와 부정경쟁행위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우선 상표권 침해 여부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과 '뉴욕 베이글러스 뮤지엄'은 '도시명+베이글+뮤지엄'이라는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핵심 식별 표지인 '베이글 뮤지엄'이 일치한다. 상표법 제108조 제1항 제1호에 따르면 타인의 등록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해 소비자에게 혼동을 주는 행위는 침해에 해당한다.
다만, 지식재산권의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한국 브랜드가 중국 내에서 별도의 상표 등록을 마치지 않았다면 상표법만으로 직접적인 처벌을 내리기는 까다로울 수 있다.
두 번째는 부정경쟁행위다. 설령 상표 등록이 없더라도,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타인의 영업 표지와 유사한 것을 사용해 혼동을 일으키는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소지가 크다.
관련 판례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다5170 판결) 영업 표지에는 상품 판매 방법뿐만 아니라 간판, 실내장식 등 영업 장소의 전체적인 외관이 포함된다. 이를 모방해 소비자가 원조 브랜드와 혼동하게 했다면 이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
수년간의 노력 무단 취득…'성과물 도용' 책임 물을 수 있나
이번 사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인테리어와 소품 등 브랜드의 '전체적인 느낌'을 그대로 가져갔다는 점이다. 이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에서 규정하는 '성과 무단사용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이 브랜드 개발과 메뉴 연구, 디자인 구축을 위해 들인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중국 업체가 무단으로 편취했다는 논리다. 법원은 지식재산권법으로 직접 보호되지 않는 성과라도, 공정한 상거래 관행에 반해 무단 사용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관련 판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1. 11. 선고 2018가합517228 판결) 타인의 성과가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이를 공정한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부정경쟁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현지에서 법적 대응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중국 부정경쟁방지법을 근거로 현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등 실무적 장벽이 존재한다. 개별 기업의 대응을 넘어 정부 차원의 지식재산권 보호 협력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이유다.
K-브랜드 보호의 핵심은 '조기 상표권 확보'와 '국제 협력'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국내 기업들이 반드시 현지 상표권을 사전에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국은 먼저 출원한 사람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선출원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브랜드를 런칭하는 단계에서부터 중국 내 상표 등록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어 수단이다.
이미 도용이 발생했다면 마드리드 의정서에 따른 국제 출원이나 중국 내 부정경쟁방지법을 활용한 행정 처분을 고려해야 한다. 서경덕 교수는 "한국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짐에 따라 발생하는 전형적인 '꼼수' 영업"이라며, "현지 법 집행 연계와 국제적인 여론 형성을 통한 압박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뉴욕 베이글러스 뮤지엄'의 행위는 법적·도덕적 결함이 뚜렷하지만, 실질적인 응징을 위해서는 속지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치밀한 법률 전략과 국가적 차원의 지적재산권 보호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