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믿고 휴대폰 명의 빌려줬다가 '요금 폭탄'…나도 처벌받나?
친구 믿고 휴대폰 명의 빌려줬다가 '요금 폭탄'…나도 처벌받나?
사기 피해자인데 법 위반자?…명의 빌려준 사람의 딜레마, 법률 전문가 3인에게 묻다

A씨는 친구 부탁에 휴대폰 명의를 빌려줬다가 요금 폭탄에 형사 처벌 위험까지 감당하게 됐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친구 부탁에 휴대폰 명의를 빌려줬다가 사기 피해와 형사 처벌의 갈림길에 선 한 시민의 사연이 경종을 울린다.
친구의 간곡한 부탁에 휴대폰 명의를 빌려줬다가 거액의 요금 폭탄은 물론, 형사 처벌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인 A씨의 사연이다. 선의의 피해자가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 법률 전문가들과 함께 법적 쟁점을 짚어봤다.
"월 요금은 꼭 낼게"…한 달 만에 잠적한 친구, 남은 건 '요금 폭탄'
"매달 요금은 꼬박꼬박 낼 테니 명의만 빌려줘." 친구의 간절한 부탁에 A씨는 자신의 이름으로 휴대폰을 개통해줬다.
하지만 친구는 약속과 달리 소액결제를 한도까지 사용한 뒤, 불과 한 달 만에 연락을 끊고 자취를 감췄다. A씨의 손에 남은 것은 수십만 원에 달하는 미납 요금 청구서와 씻을 수 없는 배신감뿐이었다.
A씨는 "친구를 사기죄로 고소하고 싶지만, 명의를 빌려준 나도 처벌받는다는 얘기를 들어 두렵다"고 토로했다.
친구는 '사기죄', 나는 '법 위반'?…엇갈린 전문가 진단
친구의 행위는 명백한 '사기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법무법인 심의 심준섭 변호사는 "처음부터 요금을 납부할 의사나 능력 없이 상대방을 속여 재산상 이익(휴대폰)을 얻은 것"이라며 "이는 명백한 기망행위로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례 역시 범행 전후의 재력, 거래 이행 과정 등을 종합해 볼 때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면 사기치려는 고의(편취의 범의)를 인정한다.
문제는 명의를 빌려준 A씨의 책임이다. 이 지점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법무법인 베테랑 김진배 변호사와 심준섭 변호사는 "설령 범죄에 사용될 것을 몰랐더라도, 대가를 받지 않았더라도 명의 대여 행위 자체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이라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행법이 타인 명의의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타인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를 모두 금지하기 때문이다.
반면,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박 변호사는 "단순히 친구를 믿고 한 번 빌려줬고, 범죄에 사용될 것이란 인식이 없었다면 처벌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대가를 받거나 반복적으로 명의를 빌려주는 등 사업적 목적이 없는 한, 사기 피해자인 점을 수사기관과 법원이 참작해 실제 형사 처벌까지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형사 처벌 피하더라도…'요금 청구서'는 온전히 내 몫
형사 처벌을 피하더라도 민사상 책임은 피할 수 없다. 통신사는 계약서상 명의자인 A씨에게 요금 납부를 요구할 법적 권리가 있다. 대법원 역시 타인에게 명의 사용을 허락한 경우, 그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배상할 책임이 있다(사용자 배상책임)고 본다.
결국 A씨는 통신사에 미납 요금을 모두 낸 뒤, 잠적한 친구를 상대로 별도의 민사소송(부당이득 반환 청구 등)을 통해 피해 금액을 돌려받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피해자'와 '공범' 사이, 현실적 해법은
종합하면 A씨는 친구를 사기죄로 고소할 수 있지만, 동시에 자신의 명의 대여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당할 위험도 감수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전문가들은 우선 내용증명 발송 등을 통해 친구에게 변제를 촉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경찰 고소와 민사 소송을 함께 진행하라고 조언한다. 박성현 변호사는 "경찰에 사기죄 수사를 의뢰해 피해자 신분을 명확히 하고, 통신사에도 피해 사실을 알려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명의'를 빌려주는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명백한 경고등이다. 한순간의 선의가 감당하기 힘든 법적, 경제적 책임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