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집착으로 변할 때" 관계성 범죄, 왜 살인으로 이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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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집착으로 변할 때" 관계성 범죄, 왜 살인으로 이어지나

2025. 09. 01 11:26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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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84% 남성, 피해자 80% 여성

경찰, 관계성 범죄 종합대책 발표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김 모 씨(가명, 32세)는 몇 달 전 헤어진 전 남자친구로부터 지속적인 스토킹에 시달려 왔다. 집 앞에 찾아오는 건 물론, 밤낮없이 걸려오는 전화와 문자, 심지어 김 씨의 부모님께까지 연락해 불안감을 조성했다. 결국 경찰에 신고했고,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전 남자친구는 며칠 지나지 않아 김 씨의 집 앞에 다시 나타났고, 끝내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최근 가정폭력, 스토킹, 교제폭력 같은 관계성 범죄가 살인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지는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청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발생한 살인 사건 388건 중 무려 70건이 이러한 관계성 범죄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70건의 피해자 중 80%가 여성이었으며, 가해자의 84.3%는 남성이었다. 관계성 범죄가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젠더 기반의 심각한 사회적 문제임을 보여주는 통계다.


막을 수 있었던 비극, 보호조치의 한계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70건의 관계성 범죄 중 30건은 이미 경찰에 신고되거나 수사 이력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중 76.7%에 해당하는 23건은 접근금지나 구속 같은 보호조치가 내려졌고, 56.7%인 17건은 스마트워치 지급, CCTV 설치 등 실질적인 안전 조치까지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는 막을 수 없었다. 기존의 보호 조치가 범죄를 예방하는 데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경찰은 기존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새로운 대응책을 내놨다. 가해자에게 전자발찌, 구속 등 적극적인 격리 조치를 취하고, 접근금지 명령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 주변에 순찰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격리하는 기술, '자동신고 앱'

피해자가 신고를 망설이는 관계성 범죄의 특성을 고려해, 경찰은 '자동신고 앱' 개발에도 나선다. 이 앱은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가해자의 전화나 문자가 피해자에게 오는 경우, 이를 자동으로 인식해 경찰에 즉시 알림을 보내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앱에 대해 전문가들은 "물리적인 접근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기술적 보완책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피해자 보호 체계도 강화한다. 구속 영장이 기각되거나 격리 기간이 끝난 후에는 의무적으로 피해자 상황을 점검하고, 민간 경호나 CCTV 설치 등 안전 조치를 더욱 철저히 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교제 폭력에 대한 법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관련 법률 제정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현재는 스토킹처벌법, 가정폭력처벌법이 있지만 교제 폭력에 대한 별도의 법은 없는 상황이다.


"사망검토제 도입해야" 피해자 중심의 사회적 고민 필요

전문가들은 더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조사관은 "경찰의 매뉴얼만으로는 교제 폭력이 근절될 것이라 확신하기 어렵다"며 사망검토제 도입을 강조했다.


사망검토제는 연인이나 파트너 관계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미래의 범죄를 예방하는 제도다.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했지만 개입이 실패한 이유, 사건 전 알려지지 않았던 전조 증상 등을 깊이 있게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다.


또한 피해자 지원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피해자가 가해자를 피해 쉼터에 숨어 지내며 사회와 단절되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가해자를 효과적으로 격리하고 피해자의 일상생활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보호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계성 범죄는 단순한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다.


기술적, 법적 대응책과 함께 피해자 중심의 사회적 인식 변화와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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