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약식명령 '벌금형'→정식재판 '징역형'⋯대법원 "판결 잘못됐다"
[단독] 약식명령 '벌금형'→정식재판 '징역형'⋯대법원 "판결 잘못됐다"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 청구했는데⋯여러 사건 병합해 재판
1·2심 모두 징역형⋯대법원 "원칙 어긴 재판, 잘못했다"
대법원이 지적한 '형종 상향 금지 원칙' 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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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식명령에서 벌금형을 받은 사람이 청구한 정식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한 1, 2심 판결은 위법이라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연합뉴스
약식재판에서 나온 벌금형에 불만족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가 징역형을 받은 사람이 있다. 법원이 정식재판을 진행하면서 그 사람의 다른 범죄까지 합쳐 통으로 재판해서 나온 결과였다. 징역을 살게 된 피고인은 "잘못된 판결"이라며 사건을 대법원까지 끌고 갔다.
우리 법에서는 약식재판에서 벌금형이 나왔다면 정식재판으로 다시 재판할 경우, 더 무거운 '형의 종류'를 택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피고인은 법원이 이런 원칙을 어겼다는 주장이었다. '형종(刑種⋅형의 종류) 상향 금지 원칙'을 위반했는지가 쟁점이 됐다.
검찰 측은 "약식명령이 내려진 사건과 그렇지 않은 사건이 병합돼 재판이 진행됐으니, 원칙을 어긴 게 아니다"고 맞섰다.
2018년 6월. A씨는 절도죄와 사기죄,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죄로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인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은 정식 재판을 열면서 A씨 앞으로 검찰이 기소한 다른 8개 사건을 병합했다. 그 결과 A씨에게 징역 1년 2월이 선고됐다. A씨는 형이 너무 과하다며, 검사는 너무 약하다며 모두 각각 항소했다.
2019년 10월에 열린 2심은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 제2부(재판장 안철상 대법관)는 지난 9일 "1심 판결이 '형종 상향 금지원칙'을 위반했는데, 2심 역시 이를 그대로 유지하는 잘못을 범했다"며 2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제1항(형종 상향 금지의 원칙)은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의 경우 애초에 받았던 벌금형보다 더 높은 형인 징역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한 피고인에게 다른 사건을 병합해 재판해도 '형종 상향 금지원칙'은 변함없이 적용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할 경우 이처럼 '형종 상향 금지원칙'이 적용되지만, 형량이 늘어나는 위험까지 피할 수는 없다.
얼마 전 보이스피싱 공범죄로 약식명령에서 1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한 여성이 억울하다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가 10배나 많은 1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그녀의 태도에 괘씸죄가 더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이런 괘씸죄 적용이 불가능했다. 형종 상향 금지의 원칙보다 훨씬 엄격한 '불이익 변경 금지의 원칙'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형의 종류 뿐만 아니라, 같은 형종 안에서도 더 무거운 형량을 선고할 수 없었다. 약식재판에서 벌금 300만원을 받았다면 정식재판에서는 그보다 많은 벌금형을 내릴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조항은 지난 2017년 법 개정으로 더 무거운 벌을 내릴 수 없도록 하는 '형종 상향 금지의 원칙'으로 완화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