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빚 때문에 보증금 위기? 집주인 '이 권리' 모르면 큰코다친다
세입자 빚 때문에 보증금 위기? 집주인 '이 권리' 모르면 큰코다친다
'대부업체 빚'보다 '밀린 월세'가 먼저, 법의 저울은 집주인 편

세입자가 보증금 채권을 대부업체에 넘겼더라도, 집주인은 연체된 월세 등을 보증금에서 우선 공제할 수 있는 '공제권'을 가진다. / AI 생상 이미지
보증금 2천만 원 중 1천만 원이 대부업체에 넘어간 세입자. 심지어 원본 계약서까지 대부업체가 가져가 재계약을 앞둔 집주인은 불안에 떤다.
만약 세입자가 월세를 못 낼 경우에도 집주인은 대부업체에 1천만 원을 고스란히 넘겨줘야 할까?
법률 전문가들은 임대인의 '공제권'이 법적으로 우선한다며, 분쟁을 막기 위한 명확한 절차를 따를 것을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원본 계약서가 대부업체에?"…불안한 재계약, 방법 있다
아파트 임대인 A씨는 2026년 7월 만료되는 임대차 계약 갱신을 앞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보증금 2천만 원 중 1천만 원에 대해 임차인이 대부업체에 '채권양도'를 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기존 계약서 원본은 임차인의 채무 상환 전까지 돌려줄 수 없다며 대부업체가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A씨는 원본 계약서도 없이 월세를 5% 올려 재계약을 진행해도 되는지, 법적 문제는 없는지 막막하다.
이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가능하다'고 답했다. 법무법인 게이트의 허훈무 변호사는 "우선 원본 계약서가 없더라도 사본이나 새로운 계약서로 갱신을 진행하는 데 법적 문제는 없습니다"라며 "중개사 없이 당사자 간 주택임대차 표준계약서로 작성해도 유효하며, 합의 내용을 문자로 남기는 것도 증거 효력이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보증금 채권이 얽힌 만큼 서면 계약을 통해 명확한 증거를 남기는 것이 안전하다. 법무법인 태림 부산분사무소의 임장범 변호사는 "문자만으로도 증거가 될 수는 있지만, 보증금 1천만 원이 대부업체에 양도된 상황이라면 문자만으로 처리하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라고 강조하며 서면 계약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밀린 월세 vs 대부업체 빚…법의 저울은 '집주인'에게 기운다
A씨의 가장 큰 걱정은 보증금 반환의 우선순위였다. 만약 임차인이 월세와 관리비를 수백만 원 연체해, 모든 비용을 공제하고 나니 보증금이 200만 원밖에 남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 대부업체에 약속한 1천만 원이 아닌, 남은 200만 원만 줘도 괜찮을까?
이 질문에 대한 법의 답은 명확하다. '집주인의 권리가 우선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임대차 보증금은 월세, 관리비, 수리비 등 임대차 관계에서 발생하는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담보한다. 따라서 임대인은 이 금액을 보증금에서 가장 먼저 공제할 수 있다.
로버스 법률사무소 신은정 변호사는 "따라서 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발생한 밀린 월세, 관리비, 원상복구 비용 등은 대부업체의 채권 양수금액보다 우선하여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공제 후 남은 보증금이 2백만 원이라면 양수인 대부업체에는 해당 잔액만 반환해도 법적인 책임이 없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즉, 집주인은 법적으로 보장된 공제 권리를 모두 행사한 뒤, 남은 금액의 범위 내에서만 대부업체에 돈을 지급하면 된다.
분쟁 막는 마지막 열쇠, "대부업체에 꼭 통보하세요"
전문가들은 안전한 계약 갱신과 보증금 반환을 위해 마지막 한 가지 절차를 잊지 말라고 조언했다. 바로 '갱신 계약 사실을 채권자인 대부업체에 알리는 것'이다. 이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예방하는 핵심적인 조치다.
법무법인 테헤란 황인 변호사는 구체적인 대응법으로 "국토교통부 표준계약서로 갱신계약서를 새로 작성하고, 특약에 채권양도 사실과 만료 시 반환 방식을 명시하세요"라고 설명하며, "대부업체에도 갱신계약서 사본을 발송해 변경 사항을 공식 통보하세요"라고 권고했다.
이렇게 임대차 계약 조건이 변경되었음을 채권자에게 공식적으로 알려야, 추후 보증금 반환 시 '몰랐다'는 등의 핑계로 분쟁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갱신 계약서에는 ▲계약갱신요구권 사용 여부 ▲인상된 월세 ▲채권양도 사실 확인과 함께 "임대인의 공제권 행사 후 잔액을 채권양도통지서에 따라 반환한다"는 특약을 명시하는 것이 분쟁 예방의 지름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