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계단 턱에 추락해 사망…'하자 인정' 관리업체는 '배째라'
아파트 계단 턱에 추락해 사망…'하자 인정' 관리업체는 '배째라'
유족, 장애인평등법 위반 근거로 손해배상 소송 준비…변호사들 “승소 가능성 있지만, 사고와 사망 인과관계 입증이 관건”

아파트 공용계단에서 주민이 넘어져 숨졌으나, 관리업체는 시설 하자를 인정하면서도 배상을 거부하고 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평범한 아파트 공용계단이 아버지를 앗아갔다. 시설 하자를 인정하면서도 배상을 거부하는 관리업체에 유족은 결국 법적 대응을 결심했다.
한 아파트 주민이 공용계단을 내려오다 턱에 발이 걸려 3m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이 사고로 외상성 뇌출혈 진단을 받고 두 달간 병상에서 사투를 벌였지만 끝내 숨졌다.
유족의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더 큰 분노가 찾아왔다. 아파트 관리업체가 계단에 하자가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정작 손해배상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가 난 계단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평등법)을 위반한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유족은 이를 근거로 아파트 관리업무를 위탁받은 법인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준비 중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관리업체의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승소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조언했다.
형사 책임은 '소장', 민사 배상은 '법인'…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나
이번 사건처럼 시설물 하자로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 소재는 형사 책임과 민사 책임으로 나뉜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김재헌 변호사는 "형사책임과 민사책임은 별개로 판단된다"며 "관리사무소장이 업무상과실치사(업무상 부주의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죄)로 형사적 책임을 진다고 하더라도, 법인이 별도로 민사책임을 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즉, 유족이 실질적인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관리업무를 위탁받은 '법인회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 역시 "시설물의 책임자인 관리사무소장을 업무상 과실치사로 형사고소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면서도, 손해배상 청구는 "상대 법인을 상대로 민사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 개인보다는 법인이 충분한 배상 능력을 갖추고 있어 피해 회복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넘어진 그 순간'이 승패 가른다… 변호사들 '인과관계 입증' 한목소리
변호사들은 관리업체가 스스로 하자를 인정한 점이 소송에서 매우 유리한 증거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관리주체가 하자를 인정한 점은 매우 유리한 증거가 될 것"이라고 짚었고, 법무법인 웨이브 이창민 변호사 역시 "관리주체에서 스스로 그 하자를 인정하였다면 이 역시 유리한 자료로 제출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승소를 장담할 수는 없다. 소송의 핵심은 '계단의 하자가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인과관계를 유족 측이 얼마나 명확하게 입증하느냐에 달렸다.
법률사무소 두루라기 이주락 변호사는 "돌아가신 피해자께서 '왜 그 계단에 걸려 넘었는지'가 본 소송의 승패를 나눌 것"이라며 '넘어진 순간'의 구체적인 상황과 원인을 밝히는 것이 전략의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대환 김상훈 변호사는 "피고 회사 측은 분명히 피해자 측 과실을 주장하며 상당한 정도의 과실상계를 주장할 것"이라며 상대방의 반격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결국 유족은 사고 당시 CCTV나 사진, 목격자 진술, 하자 상태를 증명할 감정 결과, 사망 원인을 명시한 의료기록 등 모든 증거를 철저히 확보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족은 이제 고인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묻고 정당한 배상을 받기 위해 길고 험난한 법정 싸움을 앞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