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도박빚' 1700만원, 자식이 갚아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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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도박빚' 1700만원, 자식이 갚아야 하나요?

2025. 10. 10 13:48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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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도박빚 1700만원

법률가들 "1원도 갚을 의무 없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어느 날, 아버지의 옛 동료라는 이가 찾아와 1690만원의 빚을 갚으라며 내민 것은 허름한 메모 한 장이었다.


평생 가족을 괴롭혔던 아버지의 '도박 빚'이 대물림의 공포가 되어 덮쳐온 순간이다.


그는 아버지가 2020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빌려 간 돈이라며, 원금 1200만원에 49개월 치 이자 490만원을 더한 금액이라고 주장했다.


차용증(돈을 빌렸다는 증서)은 없었지만, 계좌이체 내역은 있다는 듯이 말했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남매는 메모를 돌려주며 "두 분이 알아서 해결하시라"고 선을 그었다.


"차용증도 없이...알고 보니 '도박 파트너'의 빚 독촉"

끈질긴 추궁 끝에 드러난 진실은 충격적이었다.


채권자는 아버지의 '도박 파트너'였다. 뇌출혈 후유증으로 쓰러져 근로 능력마저 상실한 아버지의 병상을 등지고, 이제 그 빚은 고스란히 자식들의 멱살을 잡는 현실이 되어 돌아왔다.


과연 자녀들은 아버지의 도박 빚을 갚아야 할 법적 책임이 있을까. 법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전혀 없다"고 단언한다.


"자식의 책임이 아니다"…법률가들 "1원도 갚지 마라" 경고

김기윤 변호사(김기윤 법률사무소)는 "부모가 생존해 있는 동안에는 그 어떤 빚이든 자녀가 갚을 법적 책임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민법상 채무는 당사자 개인에게 귀속되는 것이 원칙이다. 자녀가 연대보증을 서지 않은 이상, 부모의 빚은 오롯이 부모 개인의 문제일 뿐 자녀에게 상환 의무가 넘어오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특히 섣부른 대응을 경계했다.


김 변호사는 "감정적으로 휘말려 구두로라도 갚겠다는 말을 하거나, 일부 금액을 송금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며 "추후 상환 의무를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대방이 소송을 걸더라도 채무 당사자인 아버지를 상대로 해야 하며, 자녀에게는 어떠한 법적 불이익도 발생하지 않는다.


'도박판에 쓴 돈'은 무효…법이 불법을 외면하는 이유

이번 사건의 핵심은 해당 채무가 '도박 빚'이라는 점이다.


우리 민법은 '불법원인급여'에 대해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민법 제746조). 도박과 같이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행위를 위해 제공된 돈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광섭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채권자가 도박에 쓰일 것을 알면서 돈을 빌려줬다면 이는 명백한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해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아버지와 채권자가 함께 도박을 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면, 채권자가 법적으로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권리 자체가 사라지는 셈이다. 차용증 없이 계좌이체 내역만으로는 '대여금'임을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조기현 변호사(법무법인대한중앙)는 한발 더 나아가 "관계없는 자녀에게 채무 변제를 요구하는 것은 채권추심법 위반 및 공갈에 해당할 수 있다"며 "부당한 추심이 계속될 경우 형사고소를 경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다면? '상속포기'로 빚 대물림 끊어야"

만약 아버지가 채무를 남기고 사망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에도 자녀들은 빚의 굴레에서 벗어날 방법이 있다. 박지영 변호사(법무법인 신의)는 "아버지가 돌아가신다면 자녀들은 상속포기나 한정승인 심판을 청구하면 된다"고 말했다.


'상속포기'는 재산과 빚을 모두 물려받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다.


'한정승인'은 물려받은 재산의 한도 내에서만 빚을 갚는 제도다. 두 제도 모두 상속이 시작된 것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안에 가정법원에 신청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자녀들은 부모의 빚이 대물림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살아있는 부모의 도박 빚을 자녀가 갚을 의무는 전혀 없다.


채권 자체가 불법원인급여로 무효일 가능성이 크며, 설령 유효한 채무라 하더라도 자녀에게 책임은 없다. 전문가들은 채권자의 압박에 흔들리지 말고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하라"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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