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불기소 처분→항고→항고 기각…가해자 재판받게 할 방법, 정말 없을까요?
고소→불기소 처분→항고→항고 기각…가해자 재판받게 할 방법, 정말 없을까요?
강제추행 당한 피해자, 가해자인 상사 고소⋯검찰, '불기소처분'으로 사건 종결
항고했지만 또 기각⋯상사를 재판에 넘길 다른 방법은 없는 걸까
재정신청 등의 방법 있지만⋯실제로 받아들여질 확률 낮아

상사에게 강제추행을 당한 뒤, 이를 혼자 견디다 용기를 내 상사를 고소했지만 검찰에서는 상사에게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검사의 결정에 불복해 항고(抗告)했지만 그마저도 기각됐다. 이제 가해자를 재판받게 할 방법은 없는 걸까. /게티이미지코리아
아직도 그 생각만 하면 끔찍하다. 상사 A씨에게 강제추행을 당한 B씨. 당시 B씨는 심한 성적 불쾌감과 혐오감을 느꼈다. 이후 이날의 트라우마로 일상생활도 불가능해졌다.
혼자 견디다 용기를 내 A씨를 고소했지만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경찰은 "A씨에게 죄가 있으니 재판을 받아 처벌받게 해야 한다"는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하지만 검찰에서는 A씨에게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B씨가 검사의 결정에 불복해 항고(抗告)했지만 그마저도 기각됐다. 피해자 B씨는 억울하다. 아무래도 사건 당시 술자리에 함께 있던 직원이 참고인 조사를 받을 때 거짓 진술을 한 것 같다. 상사 A씨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이 직원을 회유했다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B씨는 여기에서 포기하고 싶지 않다. 상사 A씨를 재판에 넘길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변호사를 찾았다.
검찰의 불기소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B씨처럼 '항고'를 하면 된다. 그런데 항고를 했는데 다시 기각이 나왔을 때는 포기해야 할까. 아니다. 방법은 있다. 바로 재정신청(裁定申請)이다. 재정신청은 검찰의 불기소 판단을 법원이 다시 한번 봐 달라는 것이다.
재정신청은 고소권자만 신청할 수 있다. 고소권자는 △피해자 △변호사 등 피해자의 법정대리인 등이다. 특정 혐의에 대해 '고발'한 사람도 가능하다. 여기서 특정 혐의는 형법 제123조부터 제126조까지의 죄로 ▲직권남용 ▲불법체포, 불법감금 ▲폭행, 가혹행위 ▲피의사실공표죄를 말한다. 다만 피의사실공표죄의 경우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재정신청을 할 수 없다.
B씨의 경우 사건의 피해자로서 고소권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재정신청을 통해 항고 기각에 대해 불복할 수 있다. 그런데 재정신청은 언제, 어디에서 해야 할까.
재정신청은 불기소처분을 받고 10일 이내에 해야 한다. 신청은 지방검찰청 또는 지청에서 하면 된다. 접수된 재정신청서는 고등검찰청을 거쳐 고등법원으로 넘어가 검토가 이뤄진다.
그런데 재정신청을 했는데도 기각이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법무법인 천명의 박원경 변호사는 "다시 불복 절차를 밟을 수 있다"며 "재정신청은 고등법원에서 판단하는데, 그 결정에 문제제기를 하려면 상급 법원인 대법원에 재항고를 하면 된다"고 했다. 이때는 기각 결정이 이뤄지고 7일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
B씨는 우선 다시 한번 불복 절차를 밟으려고 재정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사안을 살펴본 변호사들은 그 결과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은 아니었다. 이미 불기소처분과 항고 기각으로 상사 A씨에게 혐의가 없다는 취지로 결정이 났기 때문이다.
산성 법률사무소의 전홍관 변호사도 "재정신청 등은 사실상 증거 수집을 위한 추가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기록만 검토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했다.
실제로 항고 등의 불복 신청이 인정되는 경우는 드물다. 주요 국가 지표 등을 제공하는 'e-나라지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항고 신청은 3만 8541건이었지만 인용된 건 3233건에 불과했다.
재정신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고등법원의 평균 재정신청 인용률이 2017년 0.87%, 2018년 0.52%, 2019년 0.32%로 0%대에 가까웠다.
한편, 강제추행 피해를 당한 만큼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도 검토해 볼 수 있지만 이 역시 승산이 높지는 않아 보인다고 했다. 법무법인 세창의 추선희 변호사는 "형사 절차와 별도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수는 있다"면서도 "형사 절차에서 불기소처분이 났기 때문에 민사 역시 승소할 확률이 매우 낮다"고 판단했다.
법률 자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