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나"는 송치, "개ㅂㅈㄴ"은 불송치…뒤집힌 학폭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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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나"는 송치, "개ㅂㅈㄴ"은 불송치…뒤집힌 학폭의 진실

2026. 06. 30 09:34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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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신고하면 끝?" 부모의 절규에 전문가들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

자녀가 '냄새난다'는 말로 학교폭력 가해자가 되어 억울함을 호소하는 부모에게 전문가들은 학폭, 형사, 민사 절차는 별개라고 조언했다. / AI 생성 이미지

자녀가 '냄새난다'는 말 한마디에 학교폭력 가해자로 몰려 검찰 송치까지 됐지만, 정작 '개ㅂㅈㄴ'이라는 끔찍한 욕설을 한 상대방은 아무 처벌도 받지 않았다.


'먼저 신고하면 이긴다'는 학폭의 불문율에 절망한 부모에게 전문가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각 절차는 별개이므로 체계적인 증거 싸움으로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라는 것이다.


"증거가 넘치는데… 상대방이 먼저 신고했다고 져야 하나요?"


한 학부모 A씨는 최근 자녀의 학교폭력 사건으로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A씨의 자녀는 동급생에게 '냄새가 난다'며 "오지 마라"고 말했다가 집단 가해자로 몰려 학교폭력 3호(교내봉사)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A씨는 상대 학생이 먼저 지속적으로 냄새를 풍기고 옷을 튕기는 등 괴롭힘이 있었고, 심지어 단체 대화방에서는 "씨발@@@ 개ㅂㅈ같은 년아..."라는 입에 담지 못할 욕설까지 했다고 주장한다.


억울함에 맞서 학폭 신고와 형사고소를 했지만, 돌아온 것은 '조치 없음'과 '불송치' 결정이었다.


반면 상대 측의 고소는 일사천리였다. 경찰은 A씨 자녀가 한 "냄새난다", "멍청한 새끼"라는 발언을 문제 삼아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A씨는 "진짜 먼저 신고한걸 이길수는 없는건지...증거가 차고넘치는데 할수있는 게 없는건지...아무도 안들어주고...그냥 3호받았다고...이렇게 합의금을 물어주고 끝내야하는 건지..."라며 억울함과 분노를 토해냈다.


왜 같은 사건, 다른 판단? "학폭·형사·민사는 별개 절차"


하나의 사건을 두고 왜 학교와 수사기관의 판단은 정반대로 엇갈렸을까?


전문가들은 학폭, 형사, 민사 절차는 각각의 목적과 판단 기준이 다른 '별개의 트랙'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법률사무소 한강 고용준 변호사는 "말씀하신 내용만 보면 많이 답답하실 상황이지만, 학교폭력 조치, 형사사건, 민사소송은 서로 별개의 절차이므로 각각 구분해 대응하셔야 합니다. 학폭 3호 처분을 받았다고 해서 형사상 유죄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자동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는 학폭위의 교육적 판단과 형사상 범죄 성립,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각기 다른 법리와 증거에 따라 평가된다는 의미다.


법무법인 KB 김태안 변호사 역시 "법원은 민사 손해배상에서 위법행위와 정신적 손해, 인과관계, 쌍방의 행동, 학교 내 기존 관계를 함께 보므로 학폭 3호나 송치 사실만으로 손해배상액이 바로 정해지지는 않습니다"라고 설명하며, 한 절차의 불리한 결과가 다른 절차의 패배로 직결되지 않음을 강조했다.


"아직 안 끝났다"…전문가들이 제시한 3가지 반격 카드


변호사들은 A씨의 상황이 절망적이지만은 않으며, 아직 다툴 방법이 충분히 남아 있다고 입을 모은다.


첫 번째 카드는 '행정소송'이다.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학교폭력 전문 백지예 변호사(법무법인 연우)는 "학폭 3호 처분은 행정소송으로 취소를 다툴 수 있고, 상대 아이의 행위가 조치없음으로 끝난 부분도 피해학생 측에서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다시 다툴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특히 "판례도 집단 가담 여부는 직접 실행 외에 정신적 지지 제공 여부까지 고려하므로, 아이가 그 자리에 없었다는 확인서는 처분 취소 주장에 유력한 자료가 됩니다"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는 '형사 절차에서의 적극적 방어와 이의 신청'이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검찰 송치는 유죄 확정이 아닙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송치된 발언에 대해서도 "'냄새난다', '멍청한 새끼' 발언이 송치된 것은 사실이나, 발언의 맥락, 즉 상대 학생이 먼저 지속적으로 냄새를 풍기고 신체 접촉을 하며 도발한 상황에서 나온 반응이라는 점, 담임교사를 포함한 반 학생 다수가 냄새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 등은 검사 단계에서 충분히 다툴 수 있는 사정입니다"라고 방어 전략을 제시했다.


또한 상대방의 욕설에 대한 불송치 결정 역시 "형사 불송치 결정에 대해서는 이의신청이 가능합니다"라는 백지예 변호사의 말처럼, 이의신청을 통해 다시 검사의 판단을 받을 수 있다.


감정적 호소 넘어 '증거 재배열'이 승패 가른다


모든 전문가가 공통으로 강조하는 최종 전략은 '체계적인 증거 정리'다. 감정적 호소만으로는 불리한 전세를 뒤집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무법인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이미 학폭 3호, 형사 송치, 민사청구가 함께 진행 중이라면, 지금은 감정적으로 맞고소를 늘리기보다 기존 처분과 형사사건의 사실관계를 정리해 방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신언 법률사무소 박영재 변호사 역시 "현실적으로는 초기 진술서가 크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 지금부터는 기록을 뒤집는 싸움이 아니라 빠진 사실과 증거를 체계적으로 보강하는 싸움이 됩니다"라고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


최초진술서, 다른 학생들의 확인서, 상대방 욕설이 담긴 단톡방 캡처, 불송치 결정 이유서 등 흩어진 자료를 시간 순으로 엮어 법적 쟁점에 맞게 재구성하는 작업이 승패를 가를 핵심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이 싸움은 누가 먼저 신고했느냐가 아닌, 누가 더 탄탄한 증거로 법원을 설득하느냐의 싸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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