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실수'와 변호사의 '전략'이 손정우를 세상 밖에 나오게 했다
검찰의 '실수'와 변호사의 '전략'이 손정우를 세상 밖에 나오게 했다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인 손정우가 지난 6일 법원의 미국 송환 불허 결정으로 석방되어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던 중 취재진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역사상 최악의 아동 성착취물 공유 사이트 '웰컴투비디오'를 만든 손정우의 형벌은 징역 1년 6개월이다. 해외 유력 일간지들은 손정우의 '미국 송환'이 불발됐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그가 받은 솜방망이 처벌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미국에선 아동 성착취물을 1회만 내려받아도 징역 5년형을 선고하는데, 수천 개의 성착취물을 업로드한 주범 손정우가 1년 6개월형을 받는 건 아이러니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손정우가 이렇게 약한 처벌을 받은 건 국내법이 미국 등에 비해 낮은 형량 체계를 갖고 있다는 탓이 있지만, 소송이 진행되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손정우가 '유능한 법률 코치'를 받은 덕이 크다. 결과적으로 보면 손정우는 매 순간순간 최적의 선택을 했다.
손정우가 어떤 변호인단으로부터 어떤 결정을 해서, 솜방망이 처벌을 만들어냈는지 정리했다.
손정우는 지난 2018년 체포된 직후 성범죄를 전문으로 하는 H 법무법인과 선임 계약을 했다. 이곳은 서울지검 남부지청(지금의 서울남부지검) 특수부장 출신의 임모 변호사가 고문변호사로 있는 곳으로, 별도로 성범죄전담팀을 운영한다.
손정우에겐 이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7명이 붙었다. 이 법인 소속 변호사가 12명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사실상 동원 가능한 모든 변호사가 총출동한 셈이었다. 변호인단을 이끈 건 이 법인 대표 변호사였다.
H 법무법인은 처음부터 손정우에게 반성문을 쓰게 하는 쪽으로 전략을 세웠다. 범죄 사실에 대한 다툼보다는, 범죄는 인정하되 최대한 정상참작을 받는 방향으로 법률 코치를 한 것이다.
여기 소속 변호사들은 재판을 여러 차례 미루기도 했다. 변호사들은 공판기일을 뒤로 미루면서 확보된 시간에 참고 자료를 최대한 제출했다. 검찰 측도 의견서를 내면서 공격에 나섰지만 결과는 집행유예였다.
구속수사를 받던 손정우는 1심 선고 후에 구치소를 벗어났다.

손정우는 2심에서 재수감됐다. 1심 후에 결혼을 하는 등 유리한 양형 사유를 늘렸지만, 항소심(2심) 재판부는 1심 형량이 너무 가볍다고 판단했다. 올라간 형량이 징역 1년 6개월이었다.
2심 판결이 나온 직후 손정우는 상고했다. 재판을 대법원까지 끌고 가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여기서 균열이 발생한다. 검찰 측이 상고를 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 형사 법정에는 '불이익 변경 금지의 원칙'이 존재한다. 검찰이 항소(혹은 상고)하지 않을 경우, 2심(혹은 3심)에선 직전 판결보다 형량을 올릴 수 없다는 원칙이다.
검찰이 상고를 포기했으니, 손정우 입장에서는 대법원에 가더라도 밑져야 본전인 상황이었다. 최악의 경우도 '1년 6개월'. 한번 시도해 볼 만한 베팅이었다.
하지만 손정우는 상고를 취하하는 선택을 한다.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자 발 빠르게 본인도 상고를 포기함으로써 사건을 재빠르게 종결지은 것이다. 이때가 지난해 5월이다.
만약 검찰이 상고했더라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법무부가 손정우에 대해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세계적인 집중을 받았다. 연말쯤부터는 'n번방' 사태가 터져 나오며 성착취물 범죄가 집중조명을 받았다.
하지만 이미 그때는 손정우의 판결이 확정된 뒤였다. 서울고검은 당시 왜 상고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다.
한 변호사는 "2심 형량이 너무 적게 나와 검찰 입장에서는 상고 이유를 찾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대법원은 양형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상고하려면 2심에서 최소 징역 10년이 나와야 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결국 검찰이 상고를 한다면 실질적으로는 양형부당을 주장하지만, 겉으로 보기엔 법률적용상의 문제가 있는 것처럼 상고했어야 했다"며 "상고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손정우 측은 본인의 미국행이 달린 재판에서도 '꼼수'를 썼다. 친아버지로 하여금 아들인 손정우를 고소하게 한 것이다.
손정우의 아버지 손모씨는 지난 5월 서울중앙지검에 아들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자신(손정우의 아버지)의 개인정보로 가상화폐 계좌를 개설해 범죄수익금을 거래·은닉했고, 손정우의 친할머니 병원비를 범죄수익으로 지급해 모친 명예를 훼손했다는 사유였다.
손씨가 아들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었다는 점에 비추어보면, 이 고소는 명백히 '아들을 처벌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미국 법무부가 손정우를 데려가기 위해 '자금세탁법' 혐의를 동원하니까, 한국에서 같은 내용의 혐의인 범죄수익은닉죄로 고소를 해버린 것이다.
"하나의 범죄를 이중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 원칙을 동원해 아들을 미국에서 처벌받지 않도록 하려는 '꼼수'였다.
더불어 법무법인 G를 선임해 범죄인인도 청구 대응에 나섰다. 이곳은 경찰 수사관 출신 등 아동·청소년 성범죄 사건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는 곳으로 이 중 대표 변호사가 손씨의 변호에 나섰다.
그리고 지난 6일 서울고법 형사20부(강영수 정문경 이재찬 부장판사)의 '미국 송환 불허' 결정에 따라 구치소를 걸어 나갔다.
그는 그토록 원하던 한국에서 여죄(餘罪)의 심판을 받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