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작업 지시 부인한 회사, 동료 증언에 5천만 원 배상 확정
[단독] 작업 지시 부인한 회사, 동료 증언에 5천만 원 배상 확정
"차광막 지시한 적 없다" 발뺌한 대표
'스모킹 건'이 된 동료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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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작업 지시를 내린 대표와 이를 수행하다 다친 직원 사이의 진실 공방이 법정에서 펼쳐졌다.
핵심은 '무엇을 가져오라고 했는가'였다.
회사 측은 직원이 지시를 잘못 알아듣고 엉뚱한 물건을 가져오다 사고가 났다며 책임을 회피하려 했으나, 현장에 있던 동료의 증언이 판결을 뒤집는 결정적 열쇠가 되었다.
"나는 그물망을, 너는 차광막을"... 엇갈린 그날의 지시
사건은 원고 A씨가 피고인 주식회사 B에서 근무하던 중 발생한 사고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업무 수행 중 부상을 입었고, 이에 대해 회사 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 법원은 회사의 책임을 인정하며 A씨에게 약 5,36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자 회사 B측은 즉각 항소했다.
항소심의 쟁점은 사고 직전 대표 D씨가 내린 구체적인 작업 지시 내용이었다.
회사 측 주장에 따르면, 당시 대표 D씨는 A씨에게 가벼운 '그물로 된 차량막'을 들고 오라고 지시했을 뿐, 사고의 원인이 된 무거운 '차광막'을 가져오라고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즉, 대표는 안전한 작업을 지시했으나 A씨가 이를 오인하거나 임의로 행동하여 차광막을 옮기려다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회사의 보호의무 위반 책임이 없거나 대폭 제한되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사고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전형적인 방어 논리였다.
법원 "대표의 변명 통하지 않는다"... 결정적 증거는 '동료의 입'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인 부산지방법원 제4-3민사부의 판단은 냉정했다. 재판부는 회사 측의 항소를 기각하며 1심과 동일하게 원고 A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가 회사 대표의 주장을 배척한 결정적 근거는 바로 현장에 있던 증인 E씨의 증언이었다.
1심 법원은 증인 E씨의 진술과 제출된 증거(을 제12호증)를 종합할 때, 대표 D씨가 차량막이 아닌 '차광막'을 가지고 오라고 지시한 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제1심 증인 E의 증언을 비롯하여 제출된 증거들과 기록을 종합해 보더라도 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다"고 못 박았다. 대표 D씨가 지시 내용을 부인하며 책임을 면하려 했으나, 법원은 동료 직원의 일관된 진술과 객관적 증거가 가리키는 진실을 선택한 것이다.
무너진 회사의 항변, 책임의 무게는 5,300만 원
법원은 "대표 D가 원고에게 차광막을 가지고 오라고 지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점을 판결문에 명시적으로 설시하며 회사의 주장을 일축했다.
결국, 작업 지시 내용을 왜곡하여 책임을 줄이려던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다.
재판부는 피고 B회사가 원고 A씨에게 1심 인용 금액인 53,602,815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항소 비용 또한 전액 피고인 회사가 부담하게 되었다.
이번 판결은 산업재해 소송에서 사업주가 구두 지시 내용을 사후에 번복하거나 부인하더라도, 동료의 구체적인 증언과 정황 증거가 있다면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참고] 부산지방법원 2024나70401 판결문 (2025. 10. 29 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