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순위 세입자'인데…경매 낙찰자가 "집 비워라" 소송, 보증금 1억7천은?
'선순위 세입자'인데…경매 낙찰자가 "집 비워라" 소송, 보증금 1억7천은?
전입신고·확정일자 다 갖췄지만, 새 주인 "배당 요구 안 해 손해 끼쳤다" 주장

전세집이 경매에 넘어갔지만 선순위 임차인은 배당을 신청하지 않았다. / AI 생성 이미지
2022년 5월 오피스텔에 전세로 입주한 A씨. 당시 부동산은 집주인이 한의사라며 안심시켰고, A씨는 전입신고와 확정일자까지 모두 마쳤다. 그러나 얼마 뒤 집주인이 바뀌었고, 지난해 12월 새 집주인의 채무 문제로 집은 경매에 넘어갔다.
법원에서 배당 요구를 하라는 통지가 왔지만, A씨는 배당을 신청하지 않았다. 선순위 임차인이 배당을 요구하지 않으면 낙찰자에게 임대차 계약이 승계돼 보증금을 지킬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10차례 넘게 유찰된 끝에 최근 한 낙찰자 B씨가 나타났다. A씨는 B씨에게 자신이 보증금 1억 7000만 원의 선순위 임차인이며 대항력이 있다고 알렸다.
하지만 B씨는 보증금을 돌려주기는커녕 A씨를 상대로 '부동산 인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씨가 일부러 배당을 받지 않아 자신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A씨는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을까?
'대항력' 갖춘 선순위 임차인…새 주인의 인도명령은 기각
A씨는 2022년 5월 전세계약 후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아 '대항력'을 모두 확보한 상태였다. 대항력이란 임대차 계약 기간 중 집주인이 바뀌더라도 새 집주인에게 임차권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다.
이후 집이 경매에 넘어갔지만 A씨는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배당을 신청하지 않고, 낙찰자에게 임대차 계약을 승계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최근 집을 낙찰받은 B씨는 보증금 반환 없이 집을 비우라고 하며 '부동산 인도명령'을 신청했다. 이에 A씨가 답변서를 제출하자 법원은 B씨의 인도명령 신청을 기각했다. A씨의 대항력이 법적으로 인정된 셈이다.
그럼에도 B씨는 포기하지 않고 정식으로 '부동산 인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전세 만기가 지난 5월이었지만, B씨는 현재까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변호사들 "보증금 돌려받기 전까지 집 비워줄 의무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변호사들은 A씨가 보증금을 돌려받기 전까지 집을 비워줄 의무가 없다고 봤다. 대항력을 갖춘 선순위 임차인이기 때문에 경매 낙찰자가 임대인의 지위를 그대로 물려받는다는 것이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의뢰인은 선순위 대항력을 갖추었으므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낙찰자에게 보증금 반환 시까지 목적물을 인도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도 "선순위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라면 배당요구를 하지 않았더라도 임대차관계와 보증금반환채무가 낙찰자에게 승계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보증금을 돌려받기 전까지 주택 인도를 거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낙찰자 B씨가 주장하는 '배당을 신청하지 않아 손해를 끼쳤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변호사들은 법적 근거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홍윤석 변호사는 "배당요구를 하지 않은 것은 임차인의 정당한 권리이며, 이로 인해 낙찰자가 보증금 반환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법적으로 명확하다"고 선을 그었다.
B씨가 문제 삼은 '100만 원 입금 차액' 역시 계약의 실질과 영수증 등으로 충분히 소명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봤다.
"인도 소송에 '반소'로 맞서고, 지연 이자까지 청구해야"
변호사들은 수동적으로 방어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번 소송을 보증금을 돌려받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낙찰자의 인도 소송에 맞서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는 '반소'를 제기하는 방식이다.
법무법인 쉴드 이진훈 변호사는 "낙찰자의 부동산 인도 청구 소송에 대해 대항력을 근거로 적극 방어가 가능하며, 오히려 전세금 반환을 구하는 반소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금 반환 지연에 대해 만기일 이후 지연손해금도 청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 역시 "가능하면 보증금 반환 청구를 반소로 함께 제기해 만기 이후 지연손해금까지 정리하는 방향이 좋다"고 강조했다.
법적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 있는 임차권은 보증금이 모두 변제되지 않으면 경매로 소멸하지 않는다. A씨는 경매에서 배당을 전혀 받지 않았으므로, 낙찰자인 B씨가 보증금 1억 7000만 원 전액을 반환할 의무를 지게 된다.
신언 법률사무소 박영재 변호사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내 보증금 1억 7000만 원을 돌려받기 전까지는 쉽게 인도하면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며 "소장에 대한 답변, 증거 정리, 낙찰자 주장 반박까지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