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한 통도 엄연한 계약”… ‘노쇼’ 했다간 손해배상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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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한 통도 엄연한 계약”… ‘노쇼’ 했다간 손해배상 폭탄

2025. 12. 12 15:22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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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예약의 법적 효력과 손해배상 가능성

“계약서 없어도 위약금 물어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고작 전화 한 통 했을 뿐인데 계약이라니요. 사인한 적도 없습니다.”


식당이나 골프장, 병원 등 예약이 필수적인 업장에서 종종 벌어지는 풍경이다. 예약 당일 아무런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는 이른바 ‘노쇼(No-Show)’ 고객들은 예약금 반환을 거부하거나 위약금을 청구하는 업주에게 ‘정식 계약서를 쓴 적이 없다’며 맞서곤 한다.


단순한 구두 약속을 파기한 것이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많은 소비자가 ‘예약’을 단순한 편의 절차로 여기지만, 법원의 판단은 냉정하다. 예약 버튼을 누르거나 통화로 의사를 밝힌 순간, 법적인 구속력이 발생하는 ‘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문자로 위약금 안내 받았다면 합의된 것”… 골프장 노쇼 사례의 교훈

서울남부지방법원의 판결(2020나64734)은 이러한 예약 부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사건은 골프장 예약을 둘러싸고 발생했다. 피고는 부킹매니저를 통해 골프장 예약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위약금 조건이 포함된 안내 문자를 받았다. 피고는 해당 조건을 확인하고 예약을 확정 지었으나, 당일 사전 연락 없이 골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부킹매니저를 통해 골프장 예약 서비스 계약이 체결되었고, 매니저가 안내하는 위약금 조건을 확인하고 이를 전제로 예약이 확정된 것”이라며 “양측 사이에 위약금에 관한 약정이 체결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서면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더라도, 안내된 조건을 인지하고 예약을 확정했다면 계약은 유효하다는 것이다.


구두 계약도 엄연한 ‘계약’… 핵심 사항 합의했다면 효력 발생

법적으로 계약의 성립은 반드시 종이 문서를 요구하지 않는다. 대법원 판례(2011도9457)에 따르면, 계약은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만 있다면 성립한다. 이때 모든 사항에 대해 세세하게 합의할 필요는 없으며, 계약의 본질적인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해 구체적인 의사 합치가 있다면 구두 계약도 서면 계약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가진다.


즉, 일시, 장소, 서비스 내용, 비용 등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 구두로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이는 법적으로 보호받는 계약이 되며 일방적인 파기는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 따라서 ‘전화 예약’이나 ‘구두 예약’이라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다.


위약금 약정 없어도 손해배상 청구 가능… 관건은 ‘입증’

그렇다면 사전에 위약금을 정하지 않은 예약의 경우는 어떨까. 민법 제390조에 따라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다만, 이때는 업주가 입은 ‘실제 손해’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민법 제393조는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손해(통상손해)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특별손해)를 구분한다. 예약된 시간에 다른 손님을 받지 못해 발생한 매출 손실이나 미리 준비한 재료비 등은 통상손해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해당 예약 취소로 인해 연쇄적으로 다른 계약이 파기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은 상대방이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만 배상받을 수 있다.


현실적으로 정확한 손해액을 산출해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를 통해 구제책을 마련해두고 있다.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구체적인 액수 증명이 어려운 경우, 법원이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배상 액수로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녹음·문자’ 기록이 승패 갈라… 분쟁 예방의 핵심

결국 노쇼 분쟁의 핵심은 ‘증거 확보’에 있다. 구두 계약의 특성상 나중에 말이 바뀌거나 기억이 다르다고 주장할 경우, 이를 입증할 책임은 계약의 성립을 주장하는 쪽에 있기 때문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분쟁 예방을 위해 통화 녹음(상대방 동의 필요),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을 통한 예약 확정 내역, 예약금 입금 내역 등을 남겨두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특히 위약금 조건이나 취소 가능 기한 등 민감한 사항은 문자로 명확히 고지하고 고객의 확인 답장을 받아두는 것이 추후 법적 다툼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


노쇼는 단순한 ‘약속 어김’이 아니라 타인의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명백한 ‘계약 위반’ 행위다. 가볍게 여긴 예약 전화 한 통이, 훗날 묵직한 손해배상 청구서로 돌아올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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