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출근한 사람은 모두 용의자" 도둑 잡겠다며 우리 집 수색하려는 원장님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그날 출근한 사람은 모두 용의자" 도둑 잡겠다며 우리 집 수색하려는 원장님

2021. 07. 31 12:04 작성
김재희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zay@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물건 없어진 날, 가방 들고 온 사람 모두 확인해야 한다"며 집까지 찾아온 학원 원장

원장님만 몰랐던 그 행동의 심각성 ⋯주거침입·수색죄에 협박죄까지 성립 가능

학원 원장이 집 앞까지 찾아와, 집안을 들여다 봐야겠다고 주장했다. 학원에서 잃어버린 자신의 반지를 찾겠다며, 선생님들의 집을 수색하고 다니는 중이었다. /연합뉴스⋅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서로 불안할 일 없게 확실하게 하자는 건데, 문제 있어요?"


A씨 집 앞에 찾아온 학원 원장이 언성을 높였다. 실랑이가 일어난 건 며칠 전 학원에서 있었던 사건 때문이었다. 원장이 자신의 방 책상 위에 올려놨던 반지가 감쪽같이 없어졌다는 것. CC(폐쇄회로)TV까지 살폈지만 반지의 행방은 묘연했다.


그러자 원장은 황당한 주장을 폈다. "반지가 사라진 날 가방을 들고 온 모든 사람이 용의자"라는 것.


그날 출근했던 A씨도 용의선상에 올랐다. "반지는 보지도 못했다"고 몇 번이나 설명했지만 소용 없었다. 그렇게 원장은 A씨 집 앞까지 찾아왔다. "관련된 선생님들의 집을 다 확인했고, 이제 A씨 집만 남았다"며 "원장으로서 내린 결정이니, 따르지 않으면 징계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도둑으로 몰린 것도 불쾌한데, 집까지 맘대로 찾아와 수색하겠다는 원장. 그래도 직장 상사이니 원칙대로 따라야만 하는 걸까? A씨가 변호사들에게 이 상황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집 안 보여주면 절도범? 허락 없이 들어오면 그게 바로 처벌 대상

변호사들은 "학원 원장은 도난품을 찾기 위한 목적이라고 하지만, 엄연한 범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아닌) 개인이 다른 사람의 의사에 반해 그 집에 들어간다면 주거침입, 집 안을 수색한다면 방실수색죄에 해당한다"며 "A씨는 원장의 무리한 요구를 거부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 형법은 주거침입죄를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고 있다(제319조). 또한 집 안이나 방, 신체 등을 임의로 수색한다면 이 역시 3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제321조).


원장이 적법하게 도난품을 찾으려면, A씨 집을 직접 수색할게 아니라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또한 수사기관일지라도, 누군가의 집 내부를 수색할 때는 반드시 영장을 발부받아 제시해야 한다는 게 변호사들의 지적이다.


법무법인 혜화의 박호동 변호사는 "학원 내에서 절도죄 의심을 받는 다른 사람들의 집을 모두 수색했다고 해서, A씨 역시 여기에 응할 의무는 없다"면서 "원치 않는 집 출입 요구에 대해선 단호하게 거절의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전했다.


박호동 변호사는 "집 출입과 수색에 대한 거부 의사를 문자 메시지 등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남겨둘 것"을 조언하기도 했다.


"집 못 들어가게 하면 징계하겠다" 이 발언도 협박죄입니다

A씨를 고민하게 만든 건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징계하겠다"는 원장의 발언 때문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원장이 부당한 지시를 강요하고, 징계를 운운한 점에서 협박죄까지 성립할 수 있다"고 봤다.


JLK 법률사무소의 김일권 변호사는 "원장에게 반지를 가져간 사실이 없다고 말한 후에도, 계속 집 수색 등을 강요한다면, 협박죄로 형사고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한원의 고광욱 변호사는 "이미 CCTV까지 확인을 마쳤고 거기서도 절도범이 판별되지 않았는데, 집 수색까지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은연중 절도범으로 몰아가면서 강요한 사정이 있다면, 협박죄 내지 강요죄 등에 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독자와의 약속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