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출근한 사람은 모두 용의자" 도둑 잡겠다며 우리 집 수색하려는 원장님
"그날 출근한 사람은 모두 용의자" 도둑 잡겠다며 우리 집 수색하려는 원장님
"물건 없어진 날, 가방 들고 온 사람 모두 확인해야 한다"며 집까지 찾아온 학원 원장
원장님만 몰랐던 그 행동의 심각성 ⋯주거침입·수색죄에 협박죄까지 성립 가능

학원 원장이 집 앞까지 찾아와, 집안을 들여다 봐야겠다고 주장했다. 학원에서 잃어버린 자신의 반지를 찾겠다며, 선생님들의 집을 수색하고 다니는 중이었다. /연합뉴스⋅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서로 불안할 일 없게 확실하게 하자는 건데, 문제 있어요?"
A씨 집 앞에 찾아온 학원 원장이 언성을 높였다. 실랑이가 일어난 건 며칠 전 학원에서 있었던 사건 때문이었다. 원장이 자신의 방 책상 위에 올려놨던 반지가 감쪽같이 없어졌다는 것. CC(폐쇄회로)TV까지 살폈지만 반지의 행방은 묘연했다.
그러자 원장은 황당한 주장을 폈다. "반지가 사라진 날 가방을 들고 온 모든 사람이 용의자"라는 것.
그날 출근했던 A씨도 용의선상에 올랐다. "반지는 보지도 못했다"고 몇 번이나 설명했지만 소용 없었다. 그렇게 원장은 A씨 집 앞까지 찾아왔다. "관련된 선생님들의 집을 다 확인했고, 이제 A씨 집만 남았다"며 "원장으로서 내린 결정이니, 따르지 않으면 징계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도둑으로 몰린 것도 불쾌한데, 집까지 맘대로 찾아와 수색하겠다는 원장. 그래도 직장 상사이니 원칙대로 따라야만 하는 걸까? A씨가 변호사들에게 이 상황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변호사들은 "학원 원장은 도난품을 찾기 위한 목적이라고 하지만, 엄연한 범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아닌) 개인이 다른 사람의 의사에 반해 그 집에 들어간다면 주거침입, 집 안을 수색한다면 방실수색죄에 해당한다"며 "A씨는 원장의 무리한 요구를 거부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 형법은 주거침입죄를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고 있다(제319조). 또한 집 안이나 방, 신체 등을 임의로 수색한다면 이 역시 3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제321조).
원장이 적법하게 도난품을 찾으려면, A씨 집을 직접 수색할게 아니라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또한 수사기관일지라도, 누군가의 집 내부를 수색할 때는 반드시 영장을 발부받아 제시해야 한다는 게 변호사들의 지적이다.
법무법인 혜화의 박호동 변호사는 "학원 내에서 절도죄 의심을 받는 다른 사람들의 집을 모두 수색했다고 해서, A씨 역시 여기에 응할 의무는 없다"면서 "원치 않는 집 출입 요구에 대해선 단호하게 거절의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전했다.
박호동 변호사는 "집 출입과 수색에 대한 거부 의사를 문자 메시지 등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남겨둘 것"을 조언하기도 했다.
A씨를 고민하게 만든 건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징계하겠다"는 원장의 발언 때문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원장이 부당한 지시를 강요하고, 징계를 운운한 점에서 협박죄까지 성립할 수 있다"고 봤다.
JLK 법률사무소의 김일권 변호사는 "원장에게 반지를 가져간 사실이 없다고 말한 후에도, 계속 집 수색 등을 강요한다면, 협박죄로 형사고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한원의 고광욱 변호사는 "이미 CCTV까지 확인을 마쳤고 거기서도 절도범이 판별되지 않았는데, 집 수색까지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은연중 절도범으로 몰아가면서 강요한 사정이 있다면, 협박죄 내지 강요죄 등에 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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