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특정 안 돼" 듀오 게임 내 욕설, 모욕죄 처벌 가능성 낮은 이유
"피해자 특정 안 돼" 듀오 게임 내 욕설, 모욕죄 처벌 가능성 낮은 이유
변호사들 “처벌 어렵다” 한목소리
의견 갈린 ‘이 지점’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듀오 게임 중 팀원에게 홧김에 내뱉은 욕설, 하필 그 팀원의 실제 친구가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면 모욕죄로 처벌받을까?
법률 전문가들은 “처벌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범죄 성립의 핵심 열쇠인 ‘피해자 특정성’과 ‘공연성’을 두고는 미묘한 시각 차를 보였다. 순간의 분노가 법정 다툼으로 번질 수 있는 온라인 게임에서의 모욕죄 성립 요건을 짚어봤다.
“친구랑 같이 했는데…” 듀오 게임 욕설에 ‘가슴 철렁’
친구와 함께 온라인 게임을 즐기던 A씨. 팀플레이가 마음대로 풀리지 않자 같은 팀원 B씨를 향해 채팅창에 모욕적인 표현을 쏟아냈다. 채팅은 세 차례나 반복됐다.
A씨가 뒤늦게 가슴을 졸인 이유는 B씨가 당시 실제 친구와 함께 2인 팀(듀오)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혼자 하는 게임에서는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아 모욕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알고 있었지만, 듀오인 경우에는 친구가 피해자의 신상을 알고 있어 모욕죄가 성립할까 두렵다”며 법률 상담을 받았다.
‘특정성’ 대 ‘공연성’, 변호사들의 엇갈린 진단
A씨의 사연에 대해 다수의 변호사는 모욕죄가 성립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발언 자체는 모욕적이지만, 범죄 성립의 핵심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하진규 변호사(법률사무소 파운더스)는 ‘피해자 특정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상적으로 게임 안에서 처음 만난 상황에서 나온 모욕적 발언이나 욕설은 모욕죄의 구성요건 중 하나인 특정성이 충족되지 않아 모욕죄에 해당하기 어렵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홍성환 변호사(캡틴법률사무소) 역시 발언 내용은 모욕적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의뢰인께서 직접 상대방을 특정해 지칭하지 않았고, 상대방의 신상을 알지 못하는 점을 고려하면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김의회 변호사(법무법인 수안)는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피해자의 친구가 욕설을 들었다는 점과 관련해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김 변호사는 “친구 사이의 관계에 비추어, 친구가 상대방에 대한 모욕적 발언을 외부에 전파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아 공연성을 부정한 하급심 판결례들이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욕설이 다른 사람에게 퍼져 나갈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 재판에서 고려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고소로 이어질 가능성 자체가 낮다는 현실적인 조언도 나왔다. 장휘일 변호사(더신사 법무법인)는 “다만 사건화되기 전이고, 고소 가능성도 낮아 보입니다”라고 말했고, 정찬 변호사(법무법인 반향)는 “경찰서에서도 고소장을 접수하지 않거나 반려할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전망했다.
‘게임 닉네임’ 상대 욕설, 처벌을 가르는 두 가지 문턱
형법상 모욕죄(제311조)가 성립하려면 △공연성(불특정 또는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 △피해자 특정성(대상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상태) △모욕적 행위라는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온라인 게임에서의 욕설 처벌을 가르는 가장 큰 문턱은 ‘피해자 특정성’이다. 법원은 인터넷 아이디만 알 수 있을 뿐, 그 아이디를 가진 사람이 현실에서 누구인지 알아차리기 어려운 경우 피해자가 특정됐다고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B씨의 친구가 B씨의 신상을 안다는 사정만으로는, 게임에 참여한 다른 제3자들이 B씨의 현실 정체를 알 수 없어 사회적 평가가 훼손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두 번째 문턱은 ‘공연성’이다. 김의회 변호사가 지적했듯, 설령 욕설을 들은 사람이 소수(B씨의 친구)뿐이더라도 이들이 그 내용을 다른 곳에 퍼뜨릴 전파 가능성이 낮다면 공연성이 부정될 수 있다. 특히 친한 친구 사이라면 모욕적인 말을 들었더라도 이를 외부에 알리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고려될 수 있다.
다만 법적 분석에 따르면, 비록 처벌 가능성은 낮더라도 온라인상에서 타인에게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행위는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게임 이용약관 위반에 따른 계정 제재 가능성도 있는 만큼, 온라인에서도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가 불필요한 다툼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