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도 모욕죄도 아니다…경찰이 혐한 퍼트린 유튜버 잡으려 찾아낸 '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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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도 모욕죄도 아니다…경찰이 혐한 퍼트린 유튜버 잡으려 찾아낸 '묘수'

2025. 11. 27 10:47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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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활동하는 구독자 96만 유튜버, 허위 조작 정보 유포

'국민 기자단' 기자증 내세워 신뢰 쌓아

판례 드문 법 적용 주목

한국 치안 관련 허위 정보를 유포한 유튜버 조씨에 대해 경찰이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2항 적용을 검토하며 수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2025년 11월 26일 방송 장면. /'김종배의 시선집중' 유튜브 캡처

"한국에서 하반신만 있는 시체 37구가 발견됐고, 비공개 수사 중인 사건만 150건, 실종자는 8만 명이다."


일본에서 활동 중인 구독자 96만 명의 한국인 유튜버 조모 씨가 최근 자신의 채널에 올린 영상 내용이다. 그는 무비자로 입국한 중국인들 때문에 한국 내 살인과 장기 매매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 같은 허위 주장을 펼쳤다. 이 영상은 조회수 120만 회를 넘기며 일본 누리꾼들 사이에서 한국 치안에 대한 불안감과 중국인 혐오를 부채질했다.


결국 한국 경찰이 칼을 빼 들었다. 경찰은 조 씨의 행위를 "허위 조작 정보 유포 행위가 국민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사회 혼란을 초래한다"고 규정하며 수사에 착수했다


흥미로운 점은 경찰이 적용하려는 법리다. 통상적인 명예훼손이나 모욕죄가 아닌, 수사 현장에서조차 생소한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2항'을 적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죽은 법 조항의 부활? 경찰의 승부수

유승민 작가는 2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방심위에서 들었던 답변이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라는 답변이었다"고 전했다. 가짜 뉴스를 처벌할 마땅한 법적 근거가 부족한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원래 허위 통신을 처벌하던 강력한 무기는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이었다.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 통신을 한 자를 처벌하는 조항이다. 하지만 2010년 헌법재판소는 '공익'이라는 개념이 모호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사실상 가짜 뉴스 처벌 대문이 닫힌 셈이다.


이에 경찰은 제2항으로 눈을 돌렸다. 유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해당 조항은 "자기 또는 타인에게 이익을 주거나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전기 통신 설비에 의해 허위 통신을 할 경우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공익이 아닌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에 초점을 맞춰 우회로를 뚫은 것이다.


하지만 법리 적용이 만만치는 않다. 유 작가는 "수사 중이어서 구체적인 답변은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수사대에서 흔하게 취급하는 법률이 아니고 관련 판례도 상당히 드문 상황"이라고 짚었다. 조 씨의 영상이 특정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이 있었는지를 입증하는 것이 수사 핵심이 될 전망이다.


"내가 기자다"… 황당한 변명 뒤에 숨은 '기자증'의 실체

수사 소식이 전해지자 조 씨는 즉각 반응했다. 그는 영상을 통해 "현재 한국 경찰이 나를 조사하고 있다"며 "얼마 전 하반신 시체 관련 영상을 올린 게 문제가 된 거 같다"고 스스로 밝혔다. 그러면서 황당한 해명을 내놓았다. 자신이 해당 내용을 소개한 근거가 "본인을 현직 검사라고 밝힌 사람이 적은 댓글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앞으로 발언을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동안 한국 대통령을 욕하거나 한국을 비난했던 영상은 모두 삭제하겠다고 밝혔고, 실제로 관련 영상은 삭제된 상태다.


하지만 일본 내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본 누리꾼들은 이를두고 "경찰 수사는 언론 탄압이다", "기자로서의 활동을 통제당하고 있다"며 조 씨를 옹호하고 나섰다. 놀랍게도 조 씨가 일본 누리꾼들 사이에서 '한국 기자'로 인식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 작가의 취재 결과, 조 씨는 신혜식 대표가 만든 인터넷 독립신문의 '국민 기자단' 소속이었다. 올 초 선착순으로 1천 명을 모집한 이 기자단은 소정의 심사와 교육만 거치면 기자증과 명함을 발급해 준다.


조 씨는 수료 후 기자증을 보여주며 "반일 좌파 뉴스로 가득한 한국에서 내가 기자가 됐다. 앞으로 한국 언론은 저에게 맡겨 달라"는 내용의 영상을 올리며 신뢰를 쌓아왔다.


경찰이 이를 중대 범죄로 인식하고 수사에 착수한 만큼,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2항이 이번 사건에서 어떤 판례를 남길지 법조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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