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결혼식 막장 만들겠다" 가정폭력으로 연 끊은 엄마가 다시 나타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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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결혼식 막장 만들겠다" 가정폭력으로 연 끊은 엄마가 다시 나타난 이유

2025. 12. 17 14:22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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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가정폭력으로 손절한 친모

딸의 예비 신랑 SNS 찾아내 연락

"아빠 없는 결혼식 만들어주겠다" 협박 문자 쏟아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세상에서 가장 축복받아야 할 날, 결혼식. 하지만 26세 신부 B씨에게 그날은 악몽이 될 뻔했다. 불청객은 다름 아닌 그녀를 낳아준 친어머니 A씨였다.


가정폭력으로 인해 연을 끊었던 어머니가 딸의 결혼 소식을 듣고 다시 나타나, 식을 망치겠다며 으름장을 놓은 사건. 법원은 이 비뚤어진 모정에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 울산지방법원의 판결문을 통해 사건의 내막을 재구성해봤다.


"내 인생에서 나가달라"는 딸에게 돌아온 섬뜩한 문자

2022년 5월, 딸 B씨는 어머니 A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어머니가 자신을 폭행한 것은 물론, 여동생과 아버지에게까지 특수폭행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수사가 시작되면서 딸은 어머니의 연락처를 차단했고, 그렇게 모녀의 인연은 끊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평온은 오래가지 않았다. 2024년 5월, 딸의 결혼 소식을 접한 A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단된 딸 대신, 딸의 남자친구 인스타그램을 찾아낸 것이다.


A씨는 예비 사위의 게시물에 자신의 연락처를 남기며 "연락을 달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에 놀란 딸 B씨는 다음날 어머니에게 문자를 보냈다.


> "추가 연락을 시도하는 건 2차 가해나 다름없어. 내 인생에서 그만 나가줘."


결혼 생활에 관여하지 말아 달라는 딸의 호소. 하지만 이 말은 오히려 A씨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A씨는 그길로 딸에게 입에 담기 힘든 협박성 문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너 고모까지 교육청에 민원 넣을 것" 결혼식 볼모로 잡은 협박

A씨가 보낸 문자 메시지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단순히 화를 내는 수준을 넘어, 딸의 결혼식을 현실적으로 망가뜨리겠다는 구체적인 위협이었다.


> "니 생각이 그러면 아빠는 (결혼식에) 못 가고, 그동안 아빠가 뿌린 돈은 공중분해 되는 거지."

> "니가 이렇게 나오면 나도 그냥 보고만 있지 않을 거다."

> "이딴 결혼식 진행하면 막장 가는 거지. 아빠 없는 결혼 하모(하면) 그냥 둘게."


A씨는 자신이 식에 참석하지 못한다면, 남편도 참석하지 못하게 막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막장 가는 거지"라는 말로 딸의 결혼식을 엉망으로 만들겠다고 공공연히 예고한 셈이다.


협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딸이 자신을 다시 고소하려 하자, 이번에는 딸의 고모와 고모부까지 끌어들였다.


> "날 고소하면 너 고모, 고숙(고모부)까지 부산 교육청에 민원하기로 80명 얘기됐다."


친척들의 신상을 거론하며, 사회적 불이익을 주겠다는 치밀한 협박이었다. 결국 B씨는 어머니를 다시 고소할 수밖에 없었다. 혐의는 협박(형법 제283조). 피해자가 공포심을 느낄 정도의 해악을 고지했을 때 성립하는 범죄다.


재판부 "죄책 무겁지만..." 징역형 아닌 벌금형 선고, 왜?

지난 4월 17일, 울산지방법원 어재원 판사는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또한 80시간의 가정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사실 A씨의 상황은 매우 좋지 않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이미 딸에 대한 '특수협박죄' 등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상태였다. 집행유예 기간 중에 또다시 딸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통상적으로 집행유예 기간 중 동종 범죄를 저지르면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재판부 역시 A씨를 엄하게 꾸짖었다. 어 판사는 판결문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피고인은 자녀인 피해자가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할 경우, 결혼식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게 할 것처럼 행세해 협박했다. 이로 인해 피해자는 상당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집행유예 기간 중 또다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죄책이 무겁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 피해자는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A씨를 법정구속하는 대신 벌금형을 선택했다. 결정적인 이유는 가족의 탄원과 건강 상태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있고, 당뇨병 등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피고인의 남편이자 피해자 아버지의 간곡한 호소가 참작됐다.


A씨의 남편이자 B씨의 아버지는 재판부에 "아내가 다시는 딸을 상대로 재범하지 않도록 내가 잘 감독하겠다"며 선처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 울산지방법원 2024고단3676 판결문 (2025. 4. 17.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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