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준대서 따라갔는데..." 발신자 제한 신고, 추적 끝에 마주한 '끔찍한 진실'
"돈 준대서 따라갔는데..." 발신자 제한 신고, 추적 끝에 마주한 '끔찍한 진실'
경찰, 원룸 문 여니 드러난 '기업형 성매매'의 실체

광주 서부경찰서 /연합뉴스
지난 4일 저녁 7시 46분경, 광주 서부경찰서 112 치안종합상황실에 긴박한 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수화기 너머의 여성은 떨리는 목소리로 "돈을 준다는 남자를 따라 방에 들어왔다가 갇혀서 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구조를 요청했다. 발신자 표시 제한으로 걸려온 전화였기에 위치 추적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경찰은 즉시 긴급 출동 코드(Code 0 또는 1)를 발령하고 신고자가 지목한 광주 서구 쌍촌동의 한 원룸 건물로 향했다. 그러나 신고자가 정확한 호수를 특정하지 못한 탓에 경찰은 건물 전체를 수색해야 했다. 자칫하면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는 위급한 순간, 경찰은 건물 내 모든 세대의 문을 순차적으로 개방하며 확인 작업을 벌이는 고강도 탐문 수사에 돌입했다.
문 하나 열 때마다 드러난 충격적 진실, 원룸 건물 통째로 '기업형 성매매' 소굴
경찰의 집요한 수색 끝에 신고자는 무사히 발견됐다. 다행히 현장에서 별다른 부상자는 발견되지 않았고, 폭행 등 물리적 충돌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경찰이 문을 열고 확인한 것은 단순한 감금 현장이 아니었다.
구조 과정에서 해당 원룸 건물의 여러 세대에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현장에는 포주로 추정되는 40대 남성 A씨와 20대 여성 B씨가 함께 있었으며, 이들은 신고자를 포함해 조직적으로 성매매를 알선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같은 건물의 다른 세대에서도 성매매에 종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 2~3명이 추가로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해당 건물이 사실상 거주 공간을 위장한 '기업형 성매매 업소'로 운영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경찰은 이들이 원룸 전체를 임대하거나 여러 호실을 점거하여 조직적으로 성매매를 관리해온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나가지 못하게 했다"면 폭행 없어도 '감금'... 성매매 강요 입증이 관건
단순한 구조 요청으로 시작된 이번 사건은 '감금'과 '조직적 성매매'가 얽힌 복합적인 법률 사건으로 비화되었다. 법적으로 쟁점이 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물리적 폭행이 없었음에도 감금죄가 성립하는지와, 조직적 성매매 알선에 대한 처벌 수위다.
1. "방에 갇혔다" 진술만으로도 감금죄 성립 가능성
사건 당시 물리적인 폭행이나 결박이 없었더라도, 법적으로 '감금죄'는 성립할 수 있다. 형법 제276조 제1항에 규정된 감금죄는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우리 판례와 법리는 그 수단과 방법을 매우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감금죄는 사람이 일정한 구역에서 나가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죄로서, 유형·무형의 강제력 행사나 기망의 수단 등에 의하여 의사에 반해 신체적 자유를 속박하는 경우 성립한다." (대법원 1985. 10. 8. 선고 84도2424 판결)
즉, 방문을 밖에서 잠그거나 몸을 묶는 등의 물리적 행위뿐만 아니라, "나가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식의 심리적 압박이나 공포심 조성을 통해 피해자가 방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만들었다면 감금죄가 적용된다. 신고자가 "갇혀서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명확히 의사를 밝힌 점은 감금의 고의와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유력한 증거가 된다.
2. 포주 A씨와 B씨, '공동정범'으로 가중 처벌 불가피
현장에서 함께 적발된 40대 남성 A씨와 20대 여성 B씨의 관계도 법적 처벌의 핵심 변수다. 이들이 역할을 분담하여 조직적으로 성매매를 알선하고 감금에 가담했다면, '공동정범'의 법리가 적용된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항은 2명 이상이 공동하여 감금죄를 범할 경우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들이 위력으로 성매매를 강요했다면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등 더욱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다. 특히 법원은 최근 성매매 업소 운영자와 관리 실장 등이 공모한 사건에서 이를 공동정범으로 엄격히 처벌하는 추세다(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16고단879 판결 참조).
3. 신고자는 '피해자'인가 '행위자'인가?
향후 수사의 향방을 가를 또 하나의 쟁점은 신고 여성을 포함해 현장에서 발견된 여성들의 법적 지위다. 만약 수사 과정에서 이들이 A씨와 B씨의 협박이나 강요, 혹은 감금 상태에서 억지로 성매매에 동원된 사실이 입증된다면, 이들은 처벌 대상이 아닌 '성매매 피해자'로 분류되어 법적 보호를 받게 된다.
성매매처벌법 제6조는 성매매 피해자의 성매매 행위를 처벌하지 않고 보호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경찰은 단순 성매매 사건으로 처리하기보다, 감금과 협박이 동반된 인권 유린 사건인지에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의 경위와 성매매 알선 규모, 추가 가담자 여부 등을 면밀히 조사해 A씨와 B씨를 입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