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억 빚더미, '회생 갈아타기' 꼼수로 탈출 가능할까
14억 빚더미, '회생 갈아타기' 꼼수로 탈출 가능할까
분양계약 해제 후 개인회생 신청…법조계 '이론상 가능, 허가는 험로'

14억 원 빚을 진 채무자가 개인회생 자격을 얻기 위해, 일반회생으로 빚을 줄인 후 개인회생으로 전환하는 '회생 갈아타기'를 꾀하고 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14억 빚더미, 법의 틈새 파고든 '회생 갈아타기'…구원의 묘수 될까
아파트 분양 소송에서 패소해 14억 원 빚더미에 앉은 채무자가 법의 틈새를 파고드는 고난도 전략으로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월 소득 400만 원인 A씨는 분양 중도금과 이자 등 12억 원, 기존 대출 2억 원을 합쳐 총 14억 원의 빚을 졌다. 통상 급여소득자가 이용하는 개인회생은 무담보채무 10억 원 상한에 막혀 신청조차 불가능한 상황.
벼랑 끝에 몰린 A씨가 꺼내 든 카드는 채무액 상한이 없는 '일반회생'을 먼저 신청해 빚의 성격을 바꾼 뒤, 다시 '개인회생'으로 갈아타는 '회생 갈아타기' 전략이다.
1단계: '일반회생'으로 12억 빚의 성격을 바꿔라
'회생 갈아타기'의 핵심은 일반회생 절차에서 법원의 허가를 받아 12억 원짜리 분양 계약을 해제하는 것이다. 계약이 해제되면 거액의 분양대금 채무는 수억 원대 위약금 채무로 바뀌어 전체 빚이 10억 원 아래로 떨어진다.
이때 개인회생을 신청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난다는 계산이다. 법무법인 한별의 김용대 변호사는 "과거 부동산 가격 폭락기에 주상복합 분양 문제로 이와 유사한 방식의 일반회생 신청이 종종 있었다"며 실제 시도됐던 전략임을 확인했다.
최대 관문: 법원, '제도 남용' 판단 시 불허 가능성
하지만 이 전략이 성공하기 위한 가장 큰 관문은 법원의 허가다. 회생 절차 개시 결정이 내려진 후 신청을 마음대로 취하하려면 반드시 법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법무법인 든든의 이지선 변호사는 "법원이 회생 제도를 남용하려는 목적이라고 판단하면 취하를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회생 제도의 본래 취지를 벗어난 '꼼수'로 비칠 경우, 법원이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의미다.
더 위험한 도박 '파산 카드'…꾸준한 소득이 '독' 될 수도
일각에서는 일반회생 대신 '개인파산'을 신청해 분양 계약을 해제하는 방법을 거론하기도 한다. 파산 절차를 이용해 계약을 해제한 뒤, 파산 신청을 취하하고 개인회생으로 넘어가자는 것이다. 김도헌 변호사는 "파산 카드를 사용해 분양계약 해제를 시도하는 것은 경험 있는 전문가의 영역"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다수 전문가는 이 방법에 대해 더욱 회의적이다. 월 400만 원의 꾸준한 소득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홍현필 변호사는 "소득이 있는 경우 파산 신청을 하면 법원이 파산 선고보다 개인회생을 권고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례 역시 갚을 능력이 있는 채무자의 파산 신청은 '절차 남용'에 해당해 기각될 수 있다고 본다. 위험 부담이 훨씬 큰 '도박'인 셈이다.
운명의 열쇠는 법원의 손에…'탈출구'와 '꼼수' 사이
결국 A씨의 운명은 법원의 판단에 달리게 됐다. '회생 갈아타기' 전략은 분양 계약과 같은 특정 거액 채무 때문에 개인회생 문턱에서 좌절한 채무자들에게 새로운 탈출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의 엄격한 심사와 허가라는 높은 벽을 넘어야만 하는, 결코 쉽지 않은 길이다. 전문가들은 섣부른 시도보다는 현재 진행 중인 항소심 결과를 지켜본 뒤, 채무액이 확정되면 가장 적합한 절차를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개인의 재기를 위한 처절한 법정 싸움이 어떤 결론을 맺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