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으로 끝낸 사실혼, 월급 180만원인데…아이 키우는 전 남편에게 양육비 줘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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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으로 끝낸 사실혼, 월급 180만원인데…아이 키우는 전 남편에게 양육비 줘야 할까?

2025. 08. 08 17:48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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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들 "소득·부채 증거로 감액 적극 주장해야"

가정폭력으로 사실혼을 정리한 A씨에게 전 남편이 과거·장래 양육비를 청구했다. /셔터스톡

A씨의 삶은 지옥 같았다. 첫 남편과 사이에서 아이를 낳았지만 상습적인 폭행과 음주 문제에 시달리다 결국 사실혼 관계를 정리하고 집을 나왔다. 두 번째 결혼에서도 아이를 낳았지만 그마저 실패한 뒤 홀로 생계를 꾸려가던 A씨에게 어느 날 법원에서 소장이 날아들었다.


폭력을 일삼던 첫 남편이 '과거 및 장래 양육비'를 청구한 것이다.


A씨의 월급은 200만 원, 세금을 떼면 손에 쥐는 돈은 180만 원 남짓이다. 하지만 매달 나가는 돈은 소득을 훌쩍 넘는다. 첫 결혼 생활에서 떠안은 빚을 갚기 위한 워크아웃 변제금 70만 원, 두 번째 결혼에서 낳은 아이의 양육비 60만 원, 월세와 공과금 등 최소한의 생활비 60만 원. 매달 10만 원씩 빚이 늘어나는 절망적인 상황이다.


A씨는 "이 돈으로 어떻게 첫 남편 아이의 양육비까지 감당하라는 건지 눈앞이 캄캄하다"고 호소했다.


폭력 피해자인데도 양육비 줘야 하나?

부모의 양육비 지급 의무는 부부 관계나 폭력 피해 여부와는 별개로 자녀와의 관계에서 발생한다. 변호사들은 사실혼 관계에서 태어난 자녀라도 부모로서 양육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무가 있다고 해서 청구액 전부를 감당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법무법인 숭인 임은지 변호사는 "A씨에게 양육비 지급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맞지만, 현재의 경제 상황은 양육비 감액을 구할 수 있는 명백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월급보다 빚이 많은데… 감액, 얼마나 가능할까?

A씨가 양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지급 능력 없음'을 법원에 적극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법원은 양육비를 결정할 때 부모 쌍방의 소득, 재산, 부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인화 김명수 변호사는 "전남편이 청구하는 금액이 과도하다는 주장과 함께, A씨의 어려운 경제적 사정을 구체적인 증거자료로 반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률사무소 세율 오윤지 변호사 역시 "형편이 어렵다는 것을 말로만 해서는 안 되고 워크아웃 내역, 소득증명원, 지출 내역 등 객관적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호사들은 A씨의 상황이 최저 수준의 양육비만 인정되거나 그마저도 감액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법무법인 인의로 안소현 변호사는 "최근 비슷한 사건에서 청구금액의 75%를 감액시킨 사례가 있다"며 "재판부에 어려운 경제 상황을 잘 정리해 주장하면 양육비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천만 원 '과거 양육비 폭탄', 방어 전략은?

이번 소송의 또 다른 쟁점은 '과거 양육비'다. 첫 남편은 A씨가 집을 나온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양육비를 한꺼번에 청구했다.


대법원 판례(92스21)는 "과거 양육비 전부를 일시에 부담시키는 것은 상대방에게 지나치고 가혹할 수 있다"며 신의성실의 원칙을 강조한다.


법원은 양육자가 자녀를 홀로 키우게 된 경위, 상대방이 부양의무를 알았는지 여부, 당사자들의 경제 능력 등을 모두 고려해 분담 범위를 정한다. 특히 A씨처럼 가정폭력을 피해 관계를 단절한 특수한 사정은 재판에서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다.


법률사무소 더든든 추은혜 변호사는 "과거 양육비 청구는 소멸시효가 지났는지도 따져볼 수 있다"며 법리적 방어 가능성을 제시했다. 실제로 법원은 여러 사정을 고려해 과거 양육비 청구를 기각하고 장래 양육비만 인정하기도 한다(서울가정법원 97브96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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