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직업과 재산을 속이고 결혼했는데, ‘혼인 취소’할 수 있나?
남편이 직업과 재산을 속이고 결혼했는데, ‘혼인 취소’할 수 있나?
민법이 정한 ‘사기로 인한 혼인 취소’에 해당…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소송 제기해야
혼인 취소는 판결로만 가능하기에 재판을 진행해야

남자의 직업과 경제력을 보고 결혼했는데, 나중에 보니 모두 거짓이었다. 혼인 취소할 수 있을까?/셔터스톡
결혼 전 남편은 홍대 앞에서 고깃집을 하고 있고, 사업 소득이 높다고 했다. 그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통장 잔액 증명서를 뽑아서 주고, 계좌 잔액을 캡처해서 보내기까지 했다.
A씨는 남편의 좋은 경제력에 끌려 결혼을 결심했다. 하지만 결혼 후에 보니 그가 말한 직업과 재산은 모두 거짓이었다. 심지어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을 처지이고, 이혼 경력까지 있었다.
A씨는 혼인을 취소하고 싶다. 가능할까?
사연을 들은 변호사들은 충분히 혼인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진선 오윤지 변호사는 “상대방이 이혼 전력이 있는 것과 직업을 속인 것은 혼인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대환 김익환 변호사는 “혼인의 취소는 혼인 성립 당시의 사유를 들어 이제라도 혼인의 효력을 상실시켜야 하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태일 김형민 변호사는 “혼인 취소는 민법 816조에 정한 사유가 있을 경우만 주장할 수 있는데, 민법 816조 3호는 ‘사기로 인하여 혼인 의사표시를 한 때에는 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고 돼 규정한다”고 짚었다.
통상적으로 혼인 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제력, 범죄 전력 등을 속인 경우는 혼인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변호사들은 말한다.
법률사무소 HY 황미옥 변호사는 “사기 결혼이라 판단할 정도에 되려면, 결혼을 결정하는 과정에 본질적인 내용 전반에 관해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력, 경제 사정, 집안 내력, 범죄 전력 등은 혼인 의사결정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보아, 통상적으로 이를 속인 경우엔 혼인 취소 사유로 보게 된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해 김형민 변호사는 “혼인 당사자의 경제적 능력 등은 혼인 의사를 결정할 때 매우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인데 상대방이 이를 명시적·묵시적으로 속여 혼인 의사를 표시하였고, 만약 그런 기망이 없었다면 혼인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 혼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고 본 판례가 있다”고 소개했다. (부산가정법원 2015드단202090판결).
김 변호사는 “만일 A씨가 결혼 전에 상대방의 진짜 직업과 재산 규모, 이혼 경력 등을 알았더라면 혼인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므로, A씨는 이를 안 날로부터 3월 이내에 혼인 취소 청구를 할 수 있다”고 짚었다.
라미 법률사무소 이희범 변호사는 “혼인 취소, 특히 사기로 인한 혼인 취소의 경우 제척기간이 매우 짧다”며 “바로 3개월 안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에스알 고순례 변호사는 “혼인 취소는 판결을 통해서만 가능하므로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며 “상대방이 속인 것을 주장하고 증거 제출하다 보면 재판 기간은 대략 1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송을 통해 혼인 취소가 되면 그날부터 혼인 사실이 부정되나, 결혼에 대한 기록까지 없어지지는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