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범기간 중 범죄, 집행유예는 '원칙적 불가'... 변호사들도 의견 엇갈린 이유는?
누범기간 중 범죄, 집행유예는 '원칙적 불가'... 변호사들도 의견 엇갈린 이유는?
형법 제62조, '누범기간 내 범죄' 집행유예 명시적 금지... '사후적 경합범'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가능성, 법조계에서도 혼선

출소 3년 내 재범인 '누범'은 형법상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다. /셔터스톡
출소 3년 안에 또 죄 지으면 무조건 실형? '누범 집행유예' 가능성을 두고 벌어진 온라인 법률상담 갑론을박
금고 이상의 형을 살고 출소한 지 3년 안에 또다시 범죄를 저지른 '누범(累犯)'도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을까. 이 간단해 보이는 질문에 현직 변호사들마저 온라인 공간에서 각기 다른 답변을 내놓으며 혼선을 빚었다.
사건의 발단은 한 법률 상담 플랫폼에 올라온 질문이었다. 질문자는 "누범기간에는 무조건 벌금이나 실형이 나오는 것 아닌가요? 누범기간에도 집행유예 선처가 가능한 케이스가 존재하는지 궁금합니다"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의 답변은 '절대 불가'와 '예외적 가능'으로 나뉘었다.
"원칙은 '불가'... 형법이 그은 명확한 선"
결론부터 말하면, 누범 기간에 저지른 범죄는 집행유예 선고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형법 조항을 근거로 명확히 선을 그었다.
법률사무소 무율의 김도현 변호사는 "누범 기간에 범한 범죄는 형법상 집행유예가 나올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를 직접 인용하며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범한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집행유예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누범기간'(형 집행 종료 후 3년)과 '집행유예 결격 기간'이 사실상 일치함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검찰은 누범에 해당하는 피의자를 기소할 때, 아예 증거기록 표지에 '집행유예 불가'라고 명기하기도 한다고 김 변호사는 덧붙였다.
법률사무소 가온길의 백지은 변호사, 라미 법률사무소의 이희범 변호사, 법률사무소 수훈의 이진규 변호사 등도 "법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같이했다.
"변호사 생활 중 딱 한번 봤다"... 예외는 언제?
그렇다면 '예외적으로 가능하다'는 이야기는 왜 나오는 것일까. 이희범 변호사는 "변호사 생활하면서 딱 한번 경험했다"고 말해 극히 드문 경우임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이 언급하는 '예외'는 사실 엄밀한 의미의 누범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법무법인 통 오기찬 변호사가 언급한 '사후적 경합범'이다. 이는 A범죄로 재판받아 형이 확정되기 전, 이미 B범죄를 저지른 경우다.
만약 B범죄에 대한 재판이 A범죄의 형 집행이 끝난 뒤에 열린다면, 시기적으로는 누범기간에 재판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B범죄의 '범행 시점'은 누범기간 이전이므로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하다. 백지은 변호사 역시 이 경우를 유일한 예외 가능성으로 꼽았다.
또 다른 경우는 이전 범죄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기간을 무사히 마친 때다. 형법 제65조에 따라 집행유예 기간이 경과하면 형 선고 자체가 효력을 잃는다. 따라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그 집행이 종료된'이라는 누범의 전제 조건에 해당하지 않아, 이후 범죄는 누범으로 가중처벌되지 않는다.
"진정한 반성" vs "법리적 불가"... 왜 답변 갈렸나
이번 온라인 상담에서 일부 변호사들은 "예외적으로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우가 있다"고 답변했다. 한 변호사는 "범행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거나 생계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경우"를, 다른 한 변호사는 "경미한 범죄유형, 우발적 범행동기, 전액 피해변제"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집행유예가 법리적으로 가능한 사건에서 법원이 선처 여부를 판단하는 일반적인 '양형(형벌의 수위를 정하는 것) 참작 사유'다. 법률에 명시된 '집행유예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 누범 사건에는 적용될 수 없다.
즉, 판사가 아무리 피고인의 진정한 반성을 믿고 싶어도, 법률이 '집행유예는 안 된다'고 못 박은 이상 이를 넘어설 재량은 없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출소 후 3년 내에 다시 저지른 범죄에 대해 집행유예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온라인에서 떠도는 '예외적 선처' 사례는 대부분 범행 시점이 누범기간 이전인 '사후적 경합범'이거나 법률 용어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