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원 날벼락?…숲 된 땅에 '농사' 지으라는 지자체
5천만원 날벼락?…숲 된 땅에 '농사' 지으라는 지자체
서류는 '논', 현실은 '숲'…전문가들 "30일 내 이의제기가 핵심"

상속받은 논이 숲으로 변해 농사가 불가능한데도 지자체가 이행강제금을 예고했다. 전문가는 실제 현황으로 농지 여부를 판단해야 하며, 이의제기나 농지은행 매수 청구가 해결책이라고 조언했다. / AI 생성 이미지
2010년 상속받은 논이 수십 년간 방치돼 숲으로 변했는데, 지자체가 농사를 짓지 않았다는 이유로 4900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땅주인은 고령의 모친으로, 현실적으로 농사가 불가능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공부상 지목이 아닌 실제 현황으로 농지 여부를 판단해야 하며, 부과 후 30일 내 행정소송이 아닌 '이의제기'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목은 '논', 현실은 '숲'…억울한 4900만원 고지서
어머니가 2010년 상속으로 취득한 토지의 지목(공부상 토지 종류)은 '답'(논)이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오랜 기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잡목이 우거진 숲으로 변했고, 경사가 가파르고 접근성마저 떨어져 농기계 진입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심지어 '보전녹지지역'으로 지정돼 개발도 어렵다. 토지 소유자인 어머니는 고령과 건강 문제로 직접 농사를 짓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관할 지자체는 최근 농지처분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약 4,900만 원에 달하는 이행강제금 부과를 예고했다.
A씨는 국민신문고와 의견제출 등을 통해 “현실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땅”이라고 수차례 호소했지만, 지자체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상속농지 또는 영농여건불리농지라 하더라도 이행강제금 부과 제외 대상은 아니다”라는 원론적인 내용뿐이었다.
“지목 아닌 실제 현황으로 판단” 법의 잣대는 달랐다
법률 전문가들은 지자체의 행정 편의주의적 판단을 지적하며, 싸움의 핵심은 '실제 현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규희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상 농지법상 농지인지 여부는 지목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실제 현황에 따라 판단합니다”라고 명확히 밝혔다. 즉, 공부상 지목이 '답'이라도 현실이 숲이라면 농지법 적용 대상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단순히 농사짓기 어렵다는 사정만으로 이행강제금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디센트 법률사무소 임호균 변호사는 “상속농지, 고령, 건강 사유만으로 이행강제금이 당연히 면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영농여건불리농지 해당 여부나 처분명령 절차상 하자가 있다면 부과처분 자체를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산림화', '가파른 경사', '접근성 문제' 등은 영농여건불리농지를 입증하거나 처분명령 자체의 위법성을 다툴 핵심 근거가 될 수 있다.
'행정소송' 가면 큰일…30일 내 '이의제기'가 유일한 길
만약 지자체가 이행강제금을 실제로 부과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여기서 가장 중요한 함정이 있다. 일반적인 행정처분처럼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생각하기 쉽지만, 농지법 이행강제금은 전혀 다른 절차를 따른다. 다수의 변호사들이 공통적으로 “고지서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지자체에 서면으로 이의 제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법률사무소 인도 안병찬 변호사는 “농지법상 이행강제금 부과처분에 대한 불복은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이 아닌, 비송사건절차법에 따른 재판으로만 다툴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기간을 도과하면 이의제기 자체가 불가능해지므로 기간 준수가 매우 중요합니다”라고 경고했다.
30일이라는 '골든타임'을 놓치면 다툴 권리 자체가 사라져 거액의 이행강제금을 그대로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다.
싸움 전 '부과 중단'…농지은행 매수 청구가 '숨구멍'
소송 이전에 이행강제금 부과 자체를 막을 현실적인 방법도 있다.
김앤현법률사무소 김현정 변호사는 “처분명령을 받은 소유자는 한국농어촌공사에 매수를 청구할 수 있고, 매수청구 후 협의 중이면 농지법 시행령상 정당한 사유로 부과가 제외되며, 농지은행 매도위탁계약 체결 시 처분명령 유예도 가능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즉, 농지은행에 '이 땅을 사달라'고 신청하는 것만으로도 매년 반복될 수 있는 이행강제금의 굴레에서 합법적으로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소송으로 가는 부담을 줄이고 시간을 벌 수 있는 매우 실용적인 전략이다.
결국 이 사건은 '실제 현황'을 입증해 농지법 적용 자체를 배제하고, 만약 부과된다면 '30일 내 이의제기'라는 정확한 절차를 밟는 것이 핵심이다.
매년 토지가액의 25%까지 부과될 수 있는 이행강제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서는, 억울함만 호소할 것이 아니라 법이 정한 절차와 요건에 맞춰 치밀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