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아들 감싼 경찰 아빠와 뇌물 받은 형사···신뢰 무너뜨린 내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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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 아들 감싼 경찰 아빠와 뇌물 받은 형사···신뢰 무너뜨린 내부자들

2025. 08. 20 13:42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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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장 단속 정보 700만원에 팔아넘긴 경찰관

범죄수익 21억 눈감아준 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동료 경찰의 비위를 감시하고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할 청문감사관이, 사기죄로 고소당한 아들의 수사 기록을 몰래 빼돌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구속될 일 없으니 걱정 마라"며 수사 기밀을 속삭였고, 1심과 2심은 이런 아버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사건의 전말은 19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서 자세히 다뤄졌다. 경기 북부의 한 경찰서 청문감사관(경찰 내부 감찰관)으로 일하던 A씨. 2020년, A씨의 아들이 사기 혐의로 피소돼 자신이 근무하는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게 되자 A씨는 선을 넘었다. A씨는 수사과 행정관을 통해 아들 사건 기록을 손에 넣었고, 그 안에서 '검사 수사지휘서'를 확인했다.


다행히 지휘서엔 아들의 구속영장 신청과 같은 신병 처리에 관한 내용이 없었다. 안도한 A씨는 곧바로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지휘서에 구속 이야기가 없다.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로 내용을 전달했다. 심지어 담당 수사관에게 "아들은 죄가 없다"고 말하며 고소인의 진술 내용까지 보고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A씨는 공무상비밀누설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 '무죄', 대법원 '파기'

황당하게도 1심과 2심 법원은 A씨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수사지휘서에 구속 등 신병에 대한 내용이 없었기 때문에, ‘구속 이야기가 없다’고 말한 것은 내용을 누설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직권남용 혐의 역시 "개인적 친분 관계를 이용한 것이지 직권을 남용한 것은 아니다"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완전히 뒤집혔다. 대법원은 하급심이 '비밀'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다고 지적했다. 대법 재판부는 "검사가 신병 처리에 대해 지휘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수사기관이 사건을 얼마나 무겁게 보는지 추측할 수 있는 핵심 정보"라며 "'내용이 없다'는 사실 자체가 직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못 박았다.


또한 "이런 정보가 알려지면 피의자가 수사에 맞춰 대응할 수 있어 수사 기능에 장애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며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에서는 대법원의 판단을 따라야 하므로, A씨는 유죄 판결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단돈 700만원에…도박장과 결탁한 현직 경찰

가족의 안위를 위한 A씨의 일탈도 문제지만, 돈을 받고 범죄 조직에 수사 기밀을 넘기는 더 노골적인 사례도 있었다.


울산경찰청 형사기동대 소속 B경감은 도박장 업주에게 단속 정보를 미리 알려주고 그 대가로 700만 원을 챙겼다. B경감의 비호 아래 업주는 증거를 인멸했고, 경찰은 초기 수사에서 범죄수익을 1억으로밖에 특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검찰이 제보자의 휴대전화에서 영업장부 사진을 확보하고 계좌를 추적한 끝에, 이들이 벌어들인 범죄수익이 무려 21억에 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B경감을 공무상비밀누설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공무상 비밀을 돈으로 거래한 행위는 수사 기능을 마비시키는 악질적 범죄로, 단순 비밀누설보다 훨씬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다.


"가족 안전 위해"…흉악범 보고서 유출한 공무원들

돈이나 가족의 안위가 아닌, '선한 의도'였다면 어떨까. 순천에서 10대 여학생을 살해한 박대성 사건 당시, 경찰과 시청 공무원이 피의자와 피해자의 신상이 담긴 내부 보고서를 유출해 지역 맘카페와 SNS에 퍼지는 일이 있었다.


문서를 처음 유출한 C경감과 D사무관은 "가족에게 위험을 알리고 안전을 당부하려는 목적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동기가 어찌 됐든 적법한 절차를 무시한 정보 유출은 그 자체로 범죄다. 경찰은 이들을 공무상비밀누설 또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여야 할 공무원의 비밀 누설은 법 집행의 신뢰를 뿌리부터 흔드는 행위다. 사적인 감정이나 금전적 유혹에 공적 의무를 저버린 이들의 행위가 사법 시스템에 대한 깊은 불신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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