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집에 이사했는데, 1년 전 땅 저당권에 보증금 '증발' 위기
새 집에 이사했는데, 1년 전 땅 저당권에 보증금 '증발' 위기
대부업체, '토지 우선' 판례로 압박…세입자, '건물 매각대금'에 희망

신축 건물 세입자가 선순위 토지 저당권으로 보증금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 AI 생성 이미지
2023년 완공된 새 건물에 세 들어 살고 있는데, 이보다 1년 전에 설정된 토지 저당권을 근거로 대부업체가 보증금을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주장한다면?
법원 경매 절차에서 대부업체는 대법원 판례를 창처럼 휘두르고, 세입자는 절박하게 방패를 찾고 있다. 복잡한 법리 다툼 속에서 변호사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유일한 탈출구와 '골든타임 1주일'의 의미를 짚어본다.
'토지가 먼저'…대부업체의 빈틈없는 판례 공격
세들어 살던 집이 2024년 경매에 넘어가 낙찰까지 끝났는데, 보증금을 한 푼도 못 받을 수 있다는 통보가 날아들었다.
사건의 발단은 2022년, 은행이 구(舊)건물과 토지를 공동 담보로 잡으면서 시작됐다. 이후 구건물이 헐리고 새로 지어진 신축 건물이 2023년 3월 등기를 마쳤고, 임차인 A씨는 이 신축 건물에 거주 중이다.
문제는 은행 채권이 대부업체로 넘어가면서 터졌다. 대부업체는 경매 법원에 "2022년 설정된 토지 저당권이 우선"이라며 A씨의 보증금 배당을 막는 '배당의견서'를 제출했다. 대부업체의 논리는 '저당권이 설정된 후 지어진 건물의 임차인은 토지 매각대금에서 우선변제를 받을 수 없다'는 확고한 대법원 판례(99다25532 판결 등)에 뿌리를 둔다. 토지의 담보가치를 믿고 돈을 빌려준 채권자의 신뢰를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다.
법무법인 창세 손권 변호사는 "결론적으로 채권자의 논리가 현재 판례 흐름상 유리한 구조일 가능성이 높지만, 소액임차인 보호나 담보 범위 문제로 일부 배당을 다툴 여지는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하며 채권자 측 주장의 법리적 강점을 인정했다.
'토지' 아닌 '건물'…변호사들이 제시한 유일한 탈출구
모든 희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수의 변호사는 A씨가 토지 매각대금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기는 어렵지만, 싸움의 무대를 '건물'로 옮기면 승산이 있다고 조언한다. 즉, 토지가 아닌 '신축 건물'의 매각대금에 대해서는 우선변제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대지(토지) 저당권 설정 후 신축건물이 생긴 경우'에는, 확정일자 임차인·소액임차인이라도 대지 환가대금에서는 우선변제권이 없고, 신축건물 환가대금에서만(신축건물의 후순위권리자보다) 우선변제가 문제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시가 확인됩니다"라고 명확히 설명했다. 신축 건물에 대한 후순위 권리자보다는 A씨가 앞서 배당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 또한 "토지가 아닌 '신축 건물'의 매각대금에 대해서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권리 주장이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배당이의소송으로 토지와 건물의 배당금을 분리하여 건물분에서 배당을 확보하는 손실 최소화 전략을 권장합니다"라며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골든타임 1주일'…놓치면 끝나는 배당이의 소송
권리를 찾기 위한 행동에는 놓쳐서는 안 될 '골든타임'이 있다. 변호사들은 한목소리로 배당기일에 법원에 출석해 반드시 이의를 제기하고, 그날로부터 '1주일' 안에 '배당이의의 소'를 법원에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절차를 놓치면 배당표가 그대로 확정돼 더는 다툴 수 없게 된다.
리앤승 법률사무소 이상호 변호사는 "배당기일에 이의를 진술한 후 1주일 이내에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여야 하므로, 기간 준수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절차의 중요성을 경고했다. 법무법인 해답 김무룡 변호사 역시 "배당이의 소송은 단순한 주장보다 배당표의 법리적 오류를 치밀하게 파고들어야 합니다"라며 치밀한 소송 전략 수립을 권고했다.
결국 A씨가 보증금을 되찾기 위해서는 1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법원에 토지와 건물의 매각대금을 분리해 배당표를 다시 짜 달라고 요구하고, 신축 건물 매각대금에 대한 자신의 우선변제권을 인정받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적이고 유일한 길인 셈이다.
